이번에 처음으로 가입한 민음 북클럽에서 ‘손끝으로 문장읽기‘라는 온라인 활동이 시작되었고, 덕분에 <내가 말하고 있잖아>를 읽게 되었다. 이 작품은 중학생 소년이 말더듬증을 고치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한 번도 말더듬증을 겪어본 적은 없지만, 그건 어린 시절 독자가 지니고 있던 어떤 결핍으로도 대체 가능하다. 그러니까 정용준 작가의 이번 작품은 ‘속지 말자.‘라고 다짐하면서도 기꺼이 온 마음을 내어 주던 스스로의 어린 시절과 마주하는 체험을 제공한다. 제목처럼 ‘내가‘ 말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온 신경을 문장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늘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지 못하고, 세상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찼던 어린아이를 품고 살아가는 어른 독자에게 <내가 말하고 있잖아>는 과거와의 화해, 용서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너 그때 잘했어. 정말 잘했어. 멋있었어. 용감했고. 정말이야(125면).˝라고 어린 자신을 다독이기 위해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 나는 손끝으로 모든 문장을 감각하며 읽어내려 가기 좋은 작품이다.
말더듬증을 가진 어린 소년에게 성장의 발판으로 작용한 것은 ‘글쓰기‘였다. 그는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아픔을 털어내고, 상대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디딤돌 삼아 나 자신을 버텨내고 지금까지 이만큼 자라올 수 있었을까. 그건 때로는 음악이기도 했고, 또한 끊임없이 끼적거리는 일이기도 했다. 문득 다른 독자들의 ‘글쓰기‘가 궁금하다. 이제는 별로 말할 일 없는 그들의 어린 시절과 성장의 도구가 궁금해진다. 이제까지의 나는 작품을 읽어낸 후 내 생각을 정리하는 일에 바빴지만,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타인의 삶에 주제넘은 간섭을 시도하고 싶어진다. 이토록 세상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을 심어주는 책이라니, 좀 위험하다. 관계에는 역시 낭만만 존재하지는 않으니까.
아무튼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를, 운명을, 세상을 덜 미워하게 된다면 좋겠다. 복수심보다는 미래를 꿈꾸는 마음으로 종이 한 장을 가득 채우고 싶은 하루를 보낼 수 있길, 바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