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트] 기억 (총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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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기 전에 우리 모두는 전생을 살았던 전임자로부터 일종의 유산을 물려받았어요. 어떤 재능을 갖고 싶은지,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에 대한 그들의 소망이 바로 그거죠. 그래서 삶을 거듭하는 동안 우리는 서로 돕는 하나의 가족이 돼요. <영혼의 가족>인 거죠."

'기억'만큼 흡인력을 가진 단어가 또 있을까. 그건 내뱉자마자 어떤 아련한 느낌을 자아내어 한 번쯤은 다시 돌아가고 싶은 특정 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나 또한 그런 기억들에 끈질기게 얽매이는 사람이고, 이를 뛰어넘어 '전생'에 관한 환상을 품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고를 확장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거지만, 관심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책장을 펼칠 생각조차 못하는 어떤 아이러니를 새삼 실감한다.

과거에 관한 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해도 사람들의 열망은 잦아들 줄을 모른다. 내가 앞서 설명한 건 개인적인 욕망이지만,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기억>에서 좀 더 대의적인 의미의 '기억'을 다루었다. 그는 '전생'과 '최면'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독자에게 기록된 역사의 진실을 밝혀내고, 올바른 '역사'를 수호할 의무를 상기시킨다. 이 작품에서의 역사는 인종, 종교, 국가 등을 뛰어넘는다. 우리는 하나의 인간으로서 공통적으로 역사의 진실을 소홀히 하지 않을 책임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전생의 자아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연대'는 진정한 지구촌 시대로의 진입을 도모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장면이다. 작품 속에서 '진실 추구'라는 공동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면서 각자의 몫을 해내는 이들의 모습은 점점 더 경계를 획정하는 일에 골몰하고 있는 현대인을 일깨운다.

<기억>은 대부분의 경우에 흥미로웠으나, 가끔은 스토리가 힘을 잃고 삐걱대는 순간도 있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누군가에게 건네고자 한다면, 그것은 개인 스스로의 역사와 더 큰 의미의 공통된 역사를 끝까지 지켜내고 싶은 작가의 바램이 나 역시 옳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를 독자에게 강요하고, 부담을 지우기보다 전생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진실을 보존하는 일이 나에게서 분리될 수 없는 의무임을 자연스레 알아차리게 한다. 전생의 자아가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지금의 삶을 오롯이 지켜내는 건 비단 스스로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올바른 기억을 생성하고 후대에 전달하는 일을 통해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런 의무가 존재하고, 그러니까 마땅히 하루하루 속에서 더 적극적으로 살아 남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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