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알고 있다 다카노 시리즈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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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알고 있다>를 읽으면서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어떤 특정 영화를 떠올렸던 것은 아닌데, 일본 영화에서 자주 보던 장면이 요시다 슈이치의 문장과 겹쳐져 눈앞에 그려졌다. 이름을 댈 수 없는 한 일본 배우가 웃음을 터뜨리고, 벽을 기어오른다. 언젠가 본 적 있는 영화가 하나의 글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던 것일까. 하지만 역시 이름만큼은 모르겠다. 전형적인 일본 영상물의 냄새를 풍기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고전적이어서 도저히 완독하지 못할 작품은 아니다. 꽤 흥미롭고 생생한 묘사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세계관이 이어져 있는 다른 작품도 읽어볼 계획을 세우고 있을 정도이다.

이 작품은 실제 아동학대 사건에서 구상이 시작되었고, 작품 속에서도 아동학대의 이야기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동학대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우듯이 '다카노'의 삶을 통해 빈번하게 등장한다. 작가는 그 아이들을 동정하기보다 밖으로 꺼내놓고 스스로 일을 하며 나름의 개체로 살아가는 방향으로 글을 썼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두고, 그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쏟으려 했던 작가의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온전한 자유를 부여받지 못하고, 상급자의 지시가 없으면 쉽게 길을 잃는다. 아이들을 구원한다는 번듯한 명목 아래에서 또 다른 착취가 버젓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웠다. 한편으로는 어른들에게서 완전하게 분리되지 못하고 뚜렷한 소신이 형성되지 못하는 것은 청소년기의 흔한 특징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것은 차차 이후에 이어지는 작품들에서 아이들의 향방을 지켜본 후 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되었든 그들이 스스로를 학대하지 않고 마음껏 자신에게 행복할 자유를 줄 수 있기를, 원하는 곳에 원하는 크기의 별을 멋대로 그리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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