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호수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정용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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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나 강이라면 몰라도 '호수'는 듣기만 해도 알 수 없는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모든 이의 그림자를 그러안을 만한 포용력이 느껴지는 단어이기도 하다. 특히 그 앞에 '세계의'라는 수식어구가 붙으니 직접 보지 않아도 그것의 넓이와 깊이가 생생하다. 이만치 거대한 '세계의 호수'는 '세 개의 호수'-무주, 유나, 윤기-가 모여 조성된다. 그들은 자유롭게 뻗어 나가는 개체임에 틀림없지만, '외로움'이라는 공통된 세계를 공유한다. 그들의 외로움은 서로 다른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누군가는 모국에 대한 그리움에서, 또 누구는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멸시를 받으면서, 또 다른 누군가는 삶의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있지 않다는 박탈감으로 인해서 외로움을 안고 살아간다. 쓸쓸하게 흐르던 '세 개의 호수'가 우연한 만남으로 이뤄낸 '세계의 호수'는 오랫동안 한데 섞이지는 못하리라는 예감을 주면서도, 질긴 인연으로 엉겨 붙는다. 이 호수가 어디로 흘러 갈지는 소설 어디에도 드러나 있지 않다. 또 거리를 두면서도 끝끝내 함께 흘러 제 나름의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는지도 우리는 알 수 없다. 그것은 '세 개'와 '세계'가 가진 발음상의 유사함처럼 얼마간 '세 개'였다가 하나의 '세계'가 되기를 반복하지 않을까. 관계의 책임을 상대에게 두면서도 그리움과 불쑥 차오르는 고마움으로 '이별'과 '작별'을 거듭하게 되지 않을까. 소설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세 개'와 '세계'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 보면, 작가의 말처럼 "감출 기억도 없고 쓸 감정도 없고 입에 담을 이름도 없는 그야말로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인간이란 예정된 세상과의 작별을 앞둔 채로 살아가므로, 이별이든 작별이든 좀체 끝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결국 나와 한 세계를 이루었던 그 사람과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그의 '이름'에 끝도 없이 얽매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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