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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리커버 에디션) - 신호를 차단하고 깊이 몰입하라
정주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자기 계발서를 지독히도 싫어하던 시기가 있었다. 서로 다른 듯 닮아 있는 내용이 지겨웠다. 더욱이 작품에서 내포하는 교훈은 이미 내가 다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몰라서 내 인생에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인지가 실천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자기 계발서에 적힌 글은 환상을 심어주려는 동화에 가깝고, 나 자신이야말로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믿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때의 나는 불평하고, 슬픔에 잠식되기를 즐기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이 나아지지 못하는 것은 뻔한 내용을 읊는 작가들의 탓이라고 여기던 때가 있었다.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에서 정주영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도 대부분의 독자에게 이미 익숙한 내용이리라는 생각을 한다. 타인의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게 몰입하여 진실된 성장을 이루어내는 것. 이전에 읽었던 작가 조 볼러의 <언락>과도 결이 같은 책이다. 지금의 나는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작품들에서 극적인 변화를 실감한다. 현재를 뒤바꾸고자 하는 의지로 생각은 복잡해지고, 몸은 분주해진다. 그들이 보내는 긍정적인 신호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책에 써진 말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를 점검한다.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을 통해 과거의 나 자신을 조우하고, 좀 더 이해하는 계기를 얻을 수 있었다. 내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순간들이 책을 읽다가 퍼뜩 떠오르기도 했다. 어린 나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던 어른들을 원망하고, 헛된 후회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인 채로 돌아갈 수 없는 거라면, 냉정하게 별 소용이 없으리란 생각을 한다. 또다시 과거를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나는 여전히 소심하게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으며 자라날 것이고, 그러다 때로는 인생을 망쳐 버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어른들의 잘못을 기억에 새기고, 나는 그들보다 더 나은 어른이자 부모가 될 다짐을 해본다. 이런 결심을 세울 때마다 나와 똑같이 훌륭한 육아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을 어머니를 떠올린다.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구매했던 책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데, 그 책장에는 아이의 교육에 관한 작품이 잔뜩 쌓여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나날 속에서 어머니의 간접적인 배움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육아뿐 아니라, 다른 여러 면에서도 참 책에서 배운 대로 살아지지 않는 게 인생인 듯하다. 나는 이번 책에서 배운 '간격 효과'라든지 '외부 신호 차단'의 이야기에 감격하고, 실제 삶에 적용할 계획을 세웠지만, 또 수없이 잊어버리고, 어긋나고야 말 것이다. 관성의 법칙에 따라 나는 내가 해낼 수 있는 일들에 또 두려움을 느끼고, 타인이 원하는 대로 저만치 물러나리란 생각을 한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리란 불안함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지하철 안에서 나는 오랫동안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깊게 고민했고, 내가 앞으로 살아나갈 날들에 대한 희망을 감지하곤 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으나 그런 순간들이 존재했기에 오늘 하루를 버텨낼 수 있었고, 그런 경험이 지속적으로 쌓여 상상조차 못했던 미래가 만들어지리란 기대를 한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내가 읽은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결국 사는 동안 '상위 1퍼센트'가 되진 못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어느 정도의 확신과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