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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락 UNLOCK -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는 6가지 법칙
조 볼러 지음, 이경식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살면서 도전이 거듭되는 동안 나는 자주 스스로의 한계를 절감했다.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어느 단계에 이르면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내 수준을 깨닫고 지레 겁먹어 그만둔 경우가 허다했다. 상대의 긍정적인 평가와 상관없이 나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지 못한 채 현실을 외면하고, 도망치는 쪽을 택했다. 시련을 극복하지 않고, 어떻게든 피해 보려는 나의 시도를 큰 문제로 여기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나 직장을 구하기 시작하면서 한계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는 스스로와의 싸움을 시작할 필요성을 발견했다. 나는 비난에서 개선할 여지를 찾아내고, 시련을 기회로 볼 줄 아는 시각을 획득하기 위해 <언락>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에 담긴 다른 위축된 자아들과 그들의 극복 경험을 마주하면서 의지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여기에 '되찾았다'라는 동사를 쓰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보다 순간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언락>을 읽고서야 비로소 온갖 수단을 동원해 지금의 위기와 진짜 싸워볼 힘을 낼 수 있었다. 기꺼이 연약한 부분을 드러내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며, 협력할 준비가 이제는 되었다. 책 한 권으로 삶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언제 겪어도 놀랍기만 하다.
이 책의 저자인 조 볼러는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자기 신념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아이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모와 교사, 그리고 개인이라는 두 방향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할 만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오랜 연구와 실제 인터뷰를 통해 검증된 이 방법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고,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에게도 이런 기적이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불확실성과 취약성을 인정하고, 여러 사람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언락' 기술은 한국 학생에게도 어려운 도전 과제인 '수학' 과목을 통해 설명된다. 미국에서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수학이나 과학 등의 과목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것처럼 여겨졌고, 평소의 삶에서 활용할 일이 없다는 이유로 보통 사람들에게서 등한시되어 왔다. 저자는 수학을 비롯한 어떤 분야에서도 자신에게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실패하고 실수하며 나아갈 것을 권유한다. 개인적으로 수포자 중 한 명으로서 머리를 싸맨다고 어려운 난이도의 수학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지만, 내가 만약 어릴 때부터 조 볼러의 방식대로 차분하게 문제를 다각도로 해결해 나갈 기회를 제공받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저자의 격려에 고무된 나는 수포자가 된 나의 삶이 안타까웠고, 실제로 수학 문제집을 구매할 고민까지 어느새 하고 있었다. <언락>을 읽다 보면 이렇게 지금까지 포기해 버린 시간이 아까워지고, 다시 한번 배움에 대한 의욕이 솟아오른다.
<언락>에 등장하는 예시들 중 학습 수준에 따라 반을 나누는 것이 아이들의 성장을 차단한다는 부분이 놀라웠고,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의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분반 수업이 시작되었고, 경쟁심이 심했던 나는 해당 교육 시스템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수준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저자의 지적도 분명 옳은 면이 있다. 이 또한 발전주의 국가에서 효율을 중시한 결과다. 선택과 집중의 방식을 통해 아이들을 관리해 온 것이다. 한편으로는 수업의 평준화가 성적 향상을 위한 동기부여에 실패할 가능성은 없는지 우려스럽다.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 방식이 한국에 통할지도 좀 의문이다. 물론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방식이지만, 즉각적으로 많은 양의 결과물을 생산해 내기 어려우므로, 부모가 교사의 방식을 인내심 있게 지켜볼지가 미지수다. <언락>에서는 개인적인 사고방식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으나, 사회적인 인식과 거대한 교육 시스템 자체가 불변한다면, 개인적인 노력이 물거품으로 되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사회 전체가 조 볼러의 방식에 따른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행동해 나가는 데 동의한다면, 분명 한국 사회에 유의미한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부작용이 넘쳐나던 성과주의의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미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불확실성으로 넘쳐나는 시대에 '성장 마인드셋'을 강조하는 <언락>은 현대인의 필독서로 자리 잡아야만 한다.
만약 이것(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잘못된 믿음이고, 실은 누구나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면 어떨까? 얼마든지 전문 분야를 바꿀 수 있고, 새로운 방향으로 역량을 개발할 수 있으며,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고 이를 평생 이어갈 수 있다면? 매일 뇌가 성장할 수 있다면? - P8
그들은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아는 체하는 대신 자기에게 도움이 될 생각을 찾아 나섰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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