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1호 세대 인문 잡지 한편 1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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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동안 '세대'에 관한 글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대부분의 작품이 청년 세대에게만 집중했다. 기성세대와 밀레니엄 세대의 간극을 문제 삼으면서도, 그 원인을 분석하는 글은 드물었다. 이 때문에 기성세대와 밀레니엄 세대 양쪽의 의견을 모두 다루고, '세대'라는 단어 자체를 해체하려는 인문 잡지 '한편'이 반가웠다. 여기에 실린 10편의 글은 논문과 에세이를 넘나들며 세대와 청년을 다각도로 조망한다. 이전과 달리 한국을 넘어서서 베트남과 중국의 청년 문화를 두루 살피려 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게다가 청년을 수동적인 약자의 위치에만 고정시키지 않고, 그들이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의제를 주목한다. 청년 세대의 중심에 '페미니즘'이라는 화두가 있음을 발견하고, '페미니즘 세대'로 명명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박동수, <페미니즘 세대 선언>). 88만 원, 3포 세대 등의 이름으로 항상 무언가를 포기하는 피해자의 위치에 있던 청년들은 비로소 고유의 특질을 획득한다.

청년 세대가 페미니즘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려는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반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청년들은 세상이 지나치게 여성의 편을 든다고 비난한다. 보통의 경우 이는 공적 결정에 의해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생각하는 남성이 반페미니즘을 내세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를 혐오하고, 공격하는 무리 가운데 같은 여성도 적지 않다. 또한 괜히 나섰다가 기존의 권리마저 축소될 상황을 우려하는 여성도 존재한다. 약간의 진보가 여성에게 모든 걸 제공해 주었다고 여기는 젊은 남성과 같은 여성을 공격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럽다. 그것이 나와 비슷한 시절을 공유한 사람들에게서 비롯되었음을 깨닫는 순간 슬픔은 극대화된다. 하지만 사람은 본래 자신이 믿는 바를 향해, 개인적인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나아가는 것이므로 그들을 혐오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않으려고 한다. 여성 인권 향상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나아가는 이들도 전부 같은 방식으로 저항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개인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각각이 존중받고, 때로는 협의를 통해 더 나은 지점을 발견해내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청년'이라는 키워드의 부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김선기, <청년팔이의 시대>). '지역주의'를 대신해 '세대'나 '청년'이 정치적 전략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 세대 내의 차이를 묵살하고, '청년'을 강조하다 보면 불평등이 강화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사실 청년을 언급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속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또한, 모든 청년이 약자로서 정치적 혜택의 수혜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공통의 경험을 토대로 한 세대에서 벗어나 개인성을 발견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청년 세대가 정치적 이익에 활용되지 않고, 진정으로 도움이 절실한 곳에 손길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문 잡지 한편:세대>는 청년 세대의 강점을 짚어내고(고유경, <세대, 기억의 공동체>), 성장을 독려하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잡지이기도 하다. 동년배뿐 아니라, 윗세대와도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청년 세대의 우울함을 드러내면서도, 저항하기를 멈춘 무력한 청년들에게 영화 <벌새>의 '영지 선생님'같은 존재가 되어주기를 자청한다(이나라, <'벌새'와 성장의 딜레마>). 청년들이 기성세대에게 잠식되지 않고 발전하는 방법으로 기후 변화라는 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제시된다(정혜선, <미래세대의 눈물과 함께>). 경제 발전을 위한 과거의 혁명으로 야기된 문제를 완전히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후대에게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최대한 막아볼 수는 있다. 기성세대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환경을 비롯한 다양한 면에서 후대 사람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할 수 있다. 경쟁의 과열로 지치고 무기력해진 어른이 재생산되는 일을 막기 위해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세상의 변화를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선순환의 실마리는 상품화에 저항하는 보편 복지를 위한 세대 간 연대에 있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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