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참선 1~2 세트 - 전2권 참선
테오도르 준 박 지음, 구미화 옮김 / 나무의마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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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살아보고 싶다면, 정말로 다시 살아보고 싶다면 있는 그곳에서 참선을 해라.

개인적으로 종교를 지나치게 믿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목격할 기회가 많았다. 그들은 자신이 따르는 것만을 옳다고 여겼고, 다른 종교를 믿는 자들을 철저히 배제했다. 상대를 '사이비 종교'라며 비하하기도 했지만, 난 광적으로 종교에 미쳐있는 그들을 보면서 어느 쪽이 '사이비'에 속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종교도 믿고 있지 않다. 특정 종교를 따르게 되면, 그 신념에 갇혀서 편협한 시각을 갖게 될까 봐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때마다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선택지를 고르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 그러니까 <참선>이라는 책을 읽게 된 건 종교적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참선은 자유를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참선은 종교 교리를 무조건 믿고 복종하는 게 아니다"라는 문장에서도 작가가 종교를 강요하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존재의 본질을 찾아낼 수 있도록 '참선'을 가르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교적 색채가 짙을 거라고 예상해서 이 책을 읽기를 꺼리고 있다면 안심해도 좋다. 저자는 불교를 믿으라고 강요하기 위해 책을 써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종교의 양면성을 인정했고, 이를 믿는 사람들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종교를 믿는 건 좋지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종교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인생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분투한 저자의 노력이 여기에 담겨 있다. 그는 자신이 겪었던 시련을 내보이는 것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획득하고, '참선'을 따라 해볼 만한 이유를 제공한다. '테오도르 준 박'은 스님이었지만, 한국 불교의 부족한 점들을 꼬집고, 나아져야 할 부분들을 언급했다. 스스로도 불교를 믿었기 때문이 아니라, 스승이었던 '송담 스님'을 존경했기 때문에 불교계에 몸을 담았던 이유가 크다고 털어놓는다. 즉, 이 책을 쓴 '테오도르 준 박', 즉 '환산 스님'이 강조하는 바는 종교에 있지 않고, '참선'이라는 수행 방식에 있다. 2권의 책 전체에서 엿보이는 '참선'에 대한 열정과 확신은 사람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였다. '참선'이라는 소재를 종교의 수행 방식이 아니라,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방법들 중 하나라고 여겨주면 좋겠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이려 할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한국에서와 달리 서양에서는 '참선'이 심리 치료, 의식 확장, 인간 잠재력 계발 등에 도움이 된다고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참선>이라는 책에 시작부터 몰입할 수 있었던 건 이런 단순한 장점들 때문이 아니었다. 프롤로그에 적힌 작가의 말은 내가 어떠한 편견도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저자가 절에 들어가기 전에 가지고 있던 개인적인 의문들은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특히 만약 살면서 운이 좋았다면, 왜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굳이 나여야만 했는지, 나는 왜 나로 태어나야만 했는지 등의 질문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이런 의구심에 평생을 시달려 왔으면서도 남들에게 털어놓은 적은 없었다. 정확한 답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없고, 무엇보다도 깊은 대화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심오한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아, 드디어 제대로 찾았구나 생각했다. <참선>을 완독하는 것으로 질문에 대한 모든 해답은 얻을 수 없었다. '참선'은 "인내와 노력"을 엄청나게 요구하는 일이고, 장기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평생의 의문에 관한 답을 듣지는 못했으나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내는 데에는 도움을 얻었다. 작가가 책의 많은 부분을 외로움, 두려움, 불안, 화, 실패, 중독적인 생활 습관과 같은 보편적인 감정이나 현상들을 살피는 데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 에세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그는 사람들이 가진 부정적인 감정의 대부분을 '참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대신 오직 "이뭣고?"에 집중하면서 바람이 지나가게 두면 된다"라고 조언했다. 이 책에 참선을 하는 방법이 소상히 적혀 있기 때문에 나도 여러 번 시도해 보았다. 그리고 문득 내가 책을 읽는 동안은 불안에 떨지 않았고, 쓸데없는 분노를 타인에게 쏟아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관성에 이끌려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가는 때도 여러 번 있었다. 익숙지 않은 호흡 때문에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틈도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히 뭔가가 변하고 있었고, 조금씩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건 좋은 책을 발견했기 때문도 있지만, 스스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고 있고, 인생이 나아지기를 나처럼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면, 그리고 어떤 방식이든 일단 시도해 볼 준비가 되었다면 <참선>을 읽어 봤으면 한다.

<참선>이라는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종교나 신을 강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람들의 불신은 팽배해 있다. 사람들에게 기댈 존재가 필요하므로 종교가 사라지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을 믿는 게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인지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한국에서 일어났던 '한강의 기적'을 통해 세상의 변화는 인간에게 달려있음을 주지시킨다. "기적 같은 것은 없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포기하지 않고, 심신을 혹사시키며 문제를 해결해나간 평범한 사람들이 있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개개인이 모여 협력할 때 "진정한 성장"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현실이고,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단언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신'이라는 존재가 없다, 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으로서는 작가의 말이 옳은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맞잡아 더 나은 미래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신이 아니라 인간에게 해결책이 있다는 시각은 스님과 같은 종교인에게서 얻어본 적이 없기에 신선했다. 이외에 과학과 종교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었고, 새로웠다.

또한 나는 작가를 통해 처음으로 우리가 살면서 속상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워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렇게 많은 지식을 습득하면서도, 현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문제에는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어릴 적부터 배워온 바가 없었던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감정을 억압하도록 강요받았고, 타인에게 드러내서는 안되는 문제가 되어 버렸다. 이토록 "정서적으로 무지한 상태"인 "21세기 도시 수행자"들을 위해 저자는 '참선'이라는 해결 방식을 내세운다. '송담 스님'은 '정신 수련'이 행복의 근원이라고 보았고, 전 세계은행 총재인 '김용'은 정신 관리, 자기 제어 훈련이 일상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 모두 '참선'이 정신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유용한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자기 계발'이라는 명목으로 밖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꾸준히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닦달하게 되고, 결국엔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니 내면의 근원으로 눈을 돌려 안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빛으로 충만함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인 '환산 스님', 즉 '테오도르 준 박'과 그의 스승인 '송담 스님'은 "우리는 한 팀이야. 알지? 가서 잘 싸워봐. 나는 네 편이야."라고 지속적으로 말하는 듯했다. 그들이 나를 돕고 싶어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고, 며칠 동안 책에서 배운 '참선'이 조금이나마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나는 나만의 수행을 시작해 볼 생각이다. 이 책은 읽는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려고 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 나는 <참선>이 한 번쯤은 다른 독자들도 시도해볼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비주류 과학 자료와 이론, 종교적 관습에 관해 개인적으로 끝없이 의구심을 가지고, 연구해 봤다는 걸 언급하면 책을 고르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참선>이라는 책이 단순한 미신이나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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