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우일 그림,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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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원, 작년 12월 24일에 도넛 좀 먹었다고 이런 꼴을 당해야 하다니."

2019년도 벌써 며칠 남지 않았고, 특히 크리스마스가 성큼 다가왔다. 종교적인 이벤트지만, 누구에게나 큰 축제로 자리잡은 크리스마스에 딱 걸맞은 책을 소개하려한다. 한국에서도 마니아층이 두터운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작품이다. '하루키'가 쓴 글에 <하와이하다>로 나를 홀려버린 '이우일' 작가의 그림이 더해졌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사실 소설마다 성적인 이야기들을 지나치게 많이 삽입해서 책을 읽을 때마다 개인적으로 불편함을 많이 느낀다. 하지만 <1Q84>나 <노르웨이의 숲> 등의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단한 필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여서 책이 나올 때마다 결국은 사고야 만다.<1Q84>에서도 결말이 어딘가 엉성해서 화가 났지만, 마지막까지 스토리가 박진감이 넘쳐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우일' 작가의 그림체는 말할 것도 없다. 그의 그림들이 내 부족한 상상력을 채워주었고, 덕분에 책을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나 그림들이 매력적이어서 책에서 다 오려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는 일반 동화와 같은 구조를 가진다. 문제가 발생하고, 타인의 도움을 얻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마지막에는 생각지도 못한 기쁨을 맞이하게 된다. '양 사나이'라는 남자가 작곡 의뢰를 받았으나, 약속한 크리스마스가 다 되도록 곡을 써내지 못한다. 전전긍긍하던 '양 사나이'에게 '양 박사'가 어떤 해결책을 제공하고(해결책이 무엇인지는 책에서 확인해 보면 좋겠다. 워낙 글이 짧기 때문에 다 공개하기가 꺼려진다),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 결국엔 문제가 해결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주 충만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는 어릴 때 읽었던 동화들에서 자주 보던 흐름이다.

책과는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물론 현실에서는 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이도 드물고, 결말이 꼭 좋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고보니까 동화책에서는 왜 끝끝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걸, 인생은 원래 그런 법이라는 걸 알려주지 않았을까? 하긴 어릴 때 주인공이 좌절을 겪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면, 그 트라우마가 꽤 오래갔을 것 같다. '주인공'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사람은 꼭 성공해서 언젠가는 내 인생도 그렇게 되리라는 점을 보여주어야 했으니까.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는 어른이나 아이 상관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한 마땅한 선물을 찾지 못했다면, 이 책을 구매해도 좋겠다. '이우일' 작가의 그림이 삽입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구매할 이유가 충분하다. 아, 그리고 초판 한정 카드도 들어있으니 책과 함께 오랜만에 편지를 써 선물하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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