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없음의 과학 - 세계적 사상가 4인의 신의 존재에 대한 탐구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김명주 옮김, 장대익 해제 / 김영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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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온라인 서점들 중에서 '알라딘'을 꽤 애용하는 편인데, <신 없음의 과학>이 이번 주에 추천하는 도서 중 한 권으로 선택되었고, 실시간 클릭 3위로 랭크되기도 했다(11월 14일 19시 기준).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번 서포터즈 미션 도서로 선택하게 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내가 어떤 종교도 믿지 않는다는 이유가 더 컸다. 고등학교 때 꽤 큰 교회에 다녔을 적에, 사람들이 종교에 너무 심각하게 빠져있는 모습을 보고 좀 충격을 받아서 이후로는 어떤 종교도 따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나는 <신 없음의 과학>에 등장하는 학자들처럼 사람들이 종교를 그만 믿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오히려 모두의 신과 종교들이 내세우는 가치관을 존중하고 싶다. 종교에 지나치게 빠져서 전쟁을 일으킨다거나, 이성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그래도 기독교가 내세우는 박애주의나 불교가 가르쳐주는 번뇌를 내려놓는 자세는 실제로 삶에서 꼭 가져야 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그리고 신이 자신을 구원해줄 거라는 믿음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내가 신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모두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4명의 저자들-리처드 도킨스, 대니얼 데닛, 샘 해리스, 크리스토퍼 히친스-은 신무신론 운동이 동틀 무렵,

종교의 봉인이 풀릴 때 나타날 기사라는 뜻에서 '네 기사(Four Horsemen)'로 불린다.

최근에 천주교 신자 증가율이 둔화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확실히 이전에 비해 종교가 매력을 잃게 된 듯하다. 이렇게 신이 실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한 이들과 이미 무신론자로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에게 '4명의 기사들'의 담화를 기록한 <신 없음의 과학>을 추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종교의 모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책까지 펴낸 학자들이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했던 내용을 기록했다. 특정하게 정해놓은 바 없이 이들은 2007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여 자신들의 생각을 펼쳤다.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2011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더 이상 그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었던 것이다. '무신론자'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생각이 모든 부분에서 일치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 세상에서 무신론이 완전한 승리를 거둬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싹 다 사라져야만 하는지, 미켈란젤로가 만약 과학박물관 천장화를 의뢰받았다면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여기는지 등등. 세세한 부분들에서 그들 사이에서도 의견 불일치가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모든 종교는 부패하고, 허위이고, 부정직하며, 유머가 없고, 위험합니다.

-(...)비이성의 위험을 우리가 결코 예상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본인이 단언할 입장에 있지 않은 사실을 단언하는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때 그 책임은 무한할 수 있습니다.

p195

다만 네 명의 저자들은 종교와 대비되는 입장에 서 있는 '과학'이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하기 때문에 오만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종교가 확실한 이성이 아니라 '믿음'에 근간을 두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신학자들이 본인들도 제대로 증명해 보일 수 없는 교리를 들먹거리면서 저지른 악행들을 생각하면, 그 악행들로 인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사람들을 떠올리면 교회가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고 보는 '리처드 도킨스'의 말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종교'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그걸 이용해서 무지한 시민들을 선동하려던 고위직 종교인들이 나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기독교 학교에서 다니면서 성경에 대해 줄곧 배웠지만, 가끔 터무니 없는-죽은 줄로만 알았던 예수님이 다시 살아난다던가 하는-이야기들이 적혀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 가상의 존재로 인해 삶을 버텨내고, 누군가를 도와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종교에도 분명 순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저자들은 과학이 오만하지 않다고 설명했지만, 과학자들이 가끔은 자신이 실험을 통해 증명할 수 없는 사실들을 부정하기도 하는 것. 즉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여기는 것이 난 때때로 오만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미지의 세계에 대해서 그토록 확신을 내비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설령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해도, 우리 종교에 위협이 되니 저 종교를 박멸하라고 한다면 따를 가치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 이상적인 가치관을 설정해주지도 않는 신을 뭣 때문에 열렬히 사랑하고 존경한단 말인가. 우리가 신을 믿고 따르는 것은 그들이 우리보다 더 나은 존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확실한 무신론자도 아니고, 어떤 일에 대해서도 이 책을 쓴 네 명의 학자들처럼 강력하게 주장할 자신이 없다. 지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 세상 너머에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들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고 가끔은 꿈꾸기 때문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신'이 아예 없다고 소리칠 수도 없고, 조금은 이성적인 인간으로서 종교 서적들에 적힌 말이 실제로 벌어진 일이 맞는지, 누군가가 과학적으로 혹은 고증학적으로 증명해주길 바라고 있다. 다만 책을 완독하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신'이라는 이름을 빙자해서 자신의 권력에 이용한다거나, 종교에 집착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며 살아가는 일은 멈춰 주었으면 한다. 더 나은 세상으로 사람들을 이끌고자 했던 처음의 순수한 목적 그대로 종교가 이용되었으면 한다.

나는 거의 모든 종교가 감싸고도는 비합리주의의 잔재가 유감스럽지만, 구제하고 위로하는 역할을 잘 해내는 국가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인도적 임무를 인계받을 세속의 기구를 찾을 때까지는 교회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p68

작가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가 또 한 번 떠오른다. 10월에 출판사 '김영사'의 sns에서 '사피엔스 완독 마라톤'이 진행되어 그 책을 한 번 더 읽을 기회가 생겼었기 때문에 내용이 아직도 좀 생생하다. '유발 하라리'도 종교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가상의 존재임에 불과함을 강조했다.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는 불편한 말이겠지만, 취할 것은 취하되 너무 깊게 파고들지는 않았으면 한다. 또한 자신이 믿는 바만 옳고, 다른 이들은 전부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종교가 가진 가장 큰 모순이다. 내가 기독교를 기피하게 만든 그 교회에서도 다른 종교를 비웃으면서 '사이비'라고 지적했고, 거기에 자리해 있던 모두가 똑같이 크게 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설립되어 있는 교회도 한때는 박해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특정 종교를 거론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내가 가깝게 아는 것은 기독교뿐이기 때문에 이렇게 적게 된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나는 세상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선 안에 있다면, 누가 어떤 종교를 믿든 크게 관여하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에는 '종교의 자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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