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 골짜기의 모험 1 무민 골짜기의 모험 1
토베 얀손 지음, 천미나 옮김 / 온다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캐릭터 상품으로만 보던 '무민'을 동화책으로 만나보니 좀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평면으로만 만나다가 입체적인 '무민'을 보고, 나름대로의 인생사(?)를 읊는 캐릭터와 맞닥뜨리니 친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급작스럽게 막 쏟아놓는 인생사를 듣는 것처럼 당황스럽다. 솔직히 난 '무민'에 대해서 진짜 아는게 하나도 없다. 이 캐릭터를 애초에 알게 된 계기 자체가 연신 귀엽다며 열광하던 동생때문이었다. '뭐, 곰돌이같고 귀엽긴 하네.'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무심하게 지나가던 캐릭터가, 이야기가 존재하는 동화책마저 가지고 있다니! 이건 꼭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난 새로운 걸 마주하는 데 무척 열성적인 사람이니까. 그런데 가볍게 읽고 넘기려던 동화책이 생각보다 깊이 있고, 의미 있는 말들을 많이 건네서 흠칫 하는 마음이 들었다. 책을 덮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동화책에서든 애니메이션에서든 어릴 때는 깔깔거리고 지나가던 장면들이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까 참 그렇네, 하고 공감가는 대사들이 가득해서 놀란 적이 종종 있었다. 영화관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그런 대사들이 등장하면 주변에 앉은 어린 아이들의 반응을 살피느라 주위를 휘휘 둘러보곤 했었다. 물론 역시나 세상 즐거운 표정들 뿐이었다. 그걸 다 이해한다면, 어린아이라는 말이 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때로는 나이에 맞게 지내는 게 좋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요즘은 피규어를 모으고, 영화관에서 애니메이션을 관람하는 어른들의 행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키덜트', 즉 아이와 어른의 합성어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다 큰 애가 왜 이래?"라는 꾸중을 듣던 때가 있었다. 나도 20살이 넘어서 디즈니나 픽사 애니메이션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엄마에게 혼난 적이 있다. 그 때 엄마의 대사도 비슷했다. "아니, 20살이 넘은 애가 뭐 이런 걸 보고 있어?". 그 때는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지만,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야 내 행동의 답을 찾아냈다. 어린 아이들이 보는 컨텐츠 속에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진리들이 담겨 있기에, 배울만한 가치가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책과 영화의 기본적인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책이나 영화에 주 타겟층이란 것이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무엇을 보든 무언가를 깨우칠 수 있고 이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거라는 게 나의 지론이다.

<무민 골짜기의 모험 1>에도 내가 어릴 때였다면, 충분히 와닿지 못했을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한 줄 한 줄 속에 작가의 의도를, 작가가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려고 했던 바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글귀들이다. "사실은 진짜 무시무시한 녀석은 아닐 수도 있어. 우리 마음 속 두려움이 그대로 비친 건지도 모르지. 분명... 우리가 녀석을 오해했을 거야." 라던가,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은 법이죠. 하지만 세상 모든 게 딱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대로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라는 부분들. 두려움이라는 게 뭔지도 잘 몰랐고, 익숙한 방식을 만들어내는 과정 속에 있었던 어린 나는 무민의 귀여움에만 집중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림 옆에 적힌 글들을 읽으면서 작가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떤 것들에 대해 듣는다.

책을 읽는 내내 딱 이 책을 즐겨 읽을 나이의 나였다면, 무슨 마음으로 '무민'의 이야기들을 받아들였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몰입이 되질 않는다. 무턱대고 '무민' 가족의 집으로 들이 닥치는 '밈스' 가족들을 보면서, '가택침입'이니 신고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맴돈다.

결론적으로, 어린이 동화라는 선을 긋지않고 가끔은 폭 넓은 독서를 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을 어필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