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윈도 모중석 스릴러 클럽 47
A. J. 핀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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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릴러는 'A.J.핀'이라는 작가가 쓴 소설이다. 저자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해도 당황할 필요 없다. <우먼 인 윈도>는 그녀의 데뷔작이기 때문이다. 소설 하나를 가지고 이렇게 단숨에 스타덤에 오를 수 있다니. 그녀의 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장장 600여페이지에 달하는 <우먼 인 윈도>는 정말 단숨에 읽을 수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가 말 그대로 소름 끼치게 한다. 첫번째 반전을 접한 후로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반전이 등장한다. 만약 내가 이 글에서 어느 정도 스포를 한다고 해도, 어디선가 다른 사람의 글을 읽었다고 해도, 그걸로 <우먼 인 윈도>를 다 알았다고 하면 착각이다. 끝까지 읽고 책을 덮고 나서야 비로소 작가에게 기립박수를 치게 될 것이다. 나는 글을 읽는 것이 굉장히 느린 편인데, 일상에 치이지만 않았다면 아마 하루만에 다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책은 <랑야방>이라는 중국 무협 소설을 제외하고는 아마 처음이라는 생각이 든다(무협 소설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던 내게 '아, 이래서 아버지께서 그렇게 책방에다 무협소설을 빌려다 읽으셨구나.'라는 깨우침을 주었던 책이다).

주인공인 '애나 폭스'는 광장공포증을 가진 환자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집 밖으로 정말 한 발짝도 나갈 수가 없다. 그녀는 보통의 나날을 사는 대신, 카메라로 창 밖의 동네 사람들을 관찰한다. 사회생활을 렌즈로 이어나가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정신과 의사라는 설정부터가 흥미롭다.

"나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나는 환자의 치료와 안녕을 증진시킬 것입니다.

나 개인의 이익보다 타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겠습니다."

P218

의사로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줄줄 읊는 '애나 폭스'가 건너편 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목격하고서, 집 밖을 나서는 '공포'보다 타인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녀가 정신병을 가졌다는 데 있다.

"아니, 확신해. 확신할 수 있어. 나는 망상을 늘어놓는 게 아니야."

P355

집 밖으로 전혀 나오지도 않고, 심각한 알콜 중독과 정신병 약 복용은 그녀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경찰들은 모든 증거와 증언이 그녀가 조작한 것이며, 망상일 것이라고 여긴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성적인 경찰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도, "왜, 왜, 전혀 믿어주질 않는건데!!!!!!"하며 답답함에 몸부림쳐야 했다. '애나'가 겪은 일을 나도 글 밖에서 함께 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우먼 인 윈도>, 창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삶을 영위해나가는 여자를 통해 우리에게 진실을 볼 것을 주문한다. 그녀가 정신과 의사로서 상황을 올바르게 판단할 만한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가진 정신적인 문제때문에 사람들은 진실을 볼 기회를 포기했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이런 종류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그녀에게 자문을 구했을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너무 지나치게 믿고 있으며, 진실을 마주할 기회들을 아주 쉽게 포기해버린다는 것을, '애나'가 뼈저리게 깨닫게 해준다.

"이메일 주소도 없다고 했다. 페이스북 계정도 없다.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P408

SNS계정이 없고, 온라인에서 활동하지 않으면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으로 치부된다고 지적하는 점이, <우먼 인 윈도>에서 가장 인상깊었다. 집 안에 갇혀있는 정신과 의사는 여러 아이들을 도왔고, 그들이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도했지만, 이제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며, 아무도(!) 안으로 들어와 그녀를 빛으로 이끌려고 나서지 않는다. 남들은 흔하게 가지고 있는 온라인 계정들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건너편 집 아들 '이선'은 아이디가 없다는 이유로 세상과 연결되질 못한다(뭐, 여러 이유가 존재하지만 스포하지 않기 위해 다른 건 배척하겠다). 하나의 존재가 아무렇지 않게 지워질 수 있다는 것, 또한 그 속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저자가 소설을 통해 일깨워주는 또다른 점이다. '바쁜 일상'을 핑계로 수많은 존재들이 눈길을 받지 못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스릴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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