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 폴리 - 기술에 정복당한 오늘의 문화
닐 포스트먼 지음, 김균 옮김 / 궁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많이 뛰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하더라

어느날 이 책을 쓴 저자가 동료교수에게 장난을 쳤다. "오늘 아침 뉴욕타임즈 봤어?" 상대방이 보지 않았다고 하면 연이어서 말한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신경생리학자들이 조깅과 지능감퇴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는군. 그들이 1200명의 피험자들을 5년 동안 조사한 결과, 조깅시간이 길수록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도로 지능이 감퇴한다고 밝혀진 거야.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확실히 그렇다는군"

만약 저자가 친근하고 예의바르게 이것을 말한다면 동료 교수중 2/3은 저자의 말을 그대로 믿거나 적어도 완전히 불신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그래. 어디서 한번 들었던 것 같다"라는 말도 듣는다고 한다.

만약에 내 친구가 나보고 "성헌아. 많이 뛰면 뛸수록 머리가 나빠진다고 하더라"라고 말하면 나는 풋~ 웃고 넘어갈 것이다. 그래도 그 친구가 계속 말한다면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머리가 나쁜 사람들은 마라톤 선수들이겠군"이라고 살짝 비꼴 것이다. 하지만 울학교 교수님이 나에게 저런 말을 한다면 나는 진심으로 믿을 것이고 앞으로 전혀 뛰지 않을 것이다.

 

기술이 만들어 낸 테크노폴리

우리는 이런 황당한 일들이 자연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 저자는 이런 사회를 테크노폴리라고 말한다. 테크노폴리란 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전체주의 문화를 뜻한다. 저자는 미국이야말로 완벽한 테크노폴리 국가라고 말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도 별반 다를 것은 없는 것 같다.

테크노폴리 문화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사회과학에서 만들어난 온갖 통계가 진실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실상 사람과 사회는 숫자 몇개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테크노폴리에는 이것이 마치 진실처럼 여겨진다고 한다.

둘째는 전문가들에게 지나친 권위가 생긴다는 점이다. 전문가란 하나빼고 나머지는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기술의 분화가 심해지고 각각 분야마다 내용도 더욱 깊어지게 되어 몇몇 사람들이 지식을 독점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분야 지식을 많이 안다는 것과 그 사람에게 권위가 있다는 말은 전혀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전문가에게 지나친 권위를 주고 심지어 오직 자기만이 찾을 수 있는 삶의 의미나 지혜도 우리는 전문가에게 물어보려고 한다.

셋째는 테크노 폴리 문화에서는 정보가 넘쳐 흐르지만 그 누구도 어느 정보가 옳고 틀린지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아무도 정보를 검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해악을 주는 정보가 진실로 여겨지고 온갖 저급한 것들이 상식이 되버린다. 무엇이 옳은지를 알 수 없으면 사회와 개인의 가치관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깊이있는 교육으로 아날로그 인간이 되자

그럼 이런 테크노폴리 문화를 고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대안을 2개 말한다. 하나는 우리들이 사랑으로 무장한 저항투사가 되자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사람을 사랑한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함부로 믿지 않고, 사회과학이 상식적인 언어와 사상을 유린하도록 허용하지 않으며, 효율성을 인간관계의 최고 목표로 두지 않는다. 즉 아날로그틱한 인간이 되자는 것 같다.

둘째는 교육이다. 저자는 혼란스러운 지금 상황을 올바르게 되돌리는 방법을 교육에서 찾는다. 인간성의 상승을 교육의 목표로 하고 역사, 과학철학, 의미론, 비교종교학을 가르쳐서 아이들이 깊이있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자고 한다.

솔직히 저자의 대안이 정말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교육 체계에서 과학철학, 의미론, 비교종교학을 가르친다면 아마 아이들은 공부에 치여서 더 죽어날 지도 모른다. 그래도 깊이있는 공부가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게 한다고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아주 괜찮은 것 같다. 난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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