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해본다.

인생에 굴곡은 과연 있어야 하는 것인가. 없자고 해도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것이 더 나은지는 생각해 볼만도 할 일이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어느 날엔가...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됬다.

생명의 소리를 듣고 싶다는.

중환자실에서 일하다 보니 사람죽어나가는 일이 생활의 충격이 되지못할

만큼 일생활의 부분이 되었다. 평소 사람의 죽음을 그리 큰일로 여겨본

적도 없지만

(사람이란 언젠가 죽는것이다보니..좀더 빨리.. 생각보다

일찍 떠나는것일뿐.. 남겨진사람들이 슬퍼하는건.. 함께한 시간들이

주는 추억이거나 사람으로서 도달할수 없는곳으로 떠나는 '인"의 운명에

대한 서글픔같은거라고 여져졌다. 다시볼지모르는 해외로 떠나는 지인의

발걸음이 같은 슬픔인걸까..? 단지 죽음만으로 주는 슬픔이란건..있나?)

그리 무덤덤의 경지도 아니었거니와 이렇듯 하루가 멀다하고 주위에서 사람이 사라져가는건 일찍이 겪어본 적이 없으니..


환자는 누워있으면 일반 사람들(건강한)누워있을 때 바닦닿는 부분이

지근~히 눌리고 아픈것처럼 그렇게되는 부분에 욕창이라는 물집+피부벗겨짐같은게 생겨난다. 가만 놔두면 피부가 썩는다나..?

그래서 그분들 이리저리 자세바꾸어주곤하는데.. 몇번 또는 한두달

그렇게 돌본 사람들이 어느날엔가 가보면 비어있는침대만을 남겨 놓았을

때.. 조그만 서운(?)함을느낀다. 좋을 때는 병동으로 가셨겠지만

하늘로 떠난 분도 적잖이 있다.


어느 날엔가..

너무도 조용히..

마치 시간이 흘러가듯이 그렇게 떠난분이 있으셨다.

고요히감겨진눈.. 평온한안색..

평소에 달고있던 커다란 호흡유지장치의 떼어짐이, 작지만 분명히있었던 사라진 작은가슴의 기복이, 떠난분에 대한 조용한 간호사의 움직임이

없었더라면 결코 알아채지못했을 것이었다.

그 분이 떠나셨다는 소리를 들었을때 난.. 믿을수가 없었다.

그분에 대한 사랑과 인정으로 결코 믿고 싶지 않았다는게 아니라

생명이라는 것이 저렇게도 조용히.. 그리고 편안히 떠날수 있다는

사실에 허망함과 함께 작은 안도감조차도 들었다.

죽음이란 저렇게 아무이유없는듯이 .. 아무런 저항도 없이 평온할 수도

있는것이구나.. 

생명이 떠나가는 순간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순리다웠..으니까..


-- 인간은 흙으로 돌아간다.


참지혜로운 말이구나.. 참 적당한 말이구나.


난 조용히 걸어가 그 돌아가신분의 손을 잡아보았다.

운구하러 오시는 분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조금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배에손을 대어보고 가슴부근에 시력을 높여보았다.

작은 생명의 기운이라도 있지 않을까.. 내가 그걸 발견하면 도로

살아날수 있지 않을까..? 혹시 생명이 잠시 한눈을 판건 아니었을까..?

그러나.. 아무런것도 발견 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은 죽어있었다. 분명히. 아직 식지 않은 따스한 체온을

남겨두고는 살아있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었다.

난 잠시 기다리고 싶었다. 체온이 마저식어 완벽한 죽음을 실감할수

있기까지.. 아..서서히 생명의 기운이 빠져가는구나.. 사람은

이렇게라도 죽음의 징표를 남길수 있는거구나..

이해할 수 있기를.

그러나.. 사람은 기다릴 줄 모르고 죽음은 빨리 지워지고 잊혀지는게

살아있는자들에게는 도움인가 보다. 미처 다 떠나지도 못한 따스함을

흰천으로 감싸쥐고 .. 죽음의 증거는 사라졌다.


과연 나는 생명의 소리를 들었던 것일까..?


사람의 인생에는 굴곡이 있다.

좋은일이.. 나쁜일이.. 과연 죽음은 어떤 굴곡일까..?

하향곡선인가..? 상향곡선인가..? 사람에 따라 다른가?

죽음의가치? 죽는순간의 영광 ? 평온?


항상... 사람의 인생에는 굴곡이 있다.

그 굴곡을 .. 나는.. 점으로 ..선으로 보고싶다.

항상 그렇듯이.. 결국엔 같은 일들이라고.

누구에게나있는 같은일들이라고.


난 언제나 날 길들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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