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인생 멘토 2 - 아름다운 가치를 지켜낸 사람들의 인생 보고서
김보일 지음, 곽윤환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 책보다 동네 돌아다니며 노느라 바빴던 나는, 남들 다 읽는 동화책조차 제대로 읽은 것이 없다. 동화나 위인전 속의 인물들보다 지금 내 곁에 있던 친구들이랑 어울려노는 게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런 까닭에 내게 멘토 따위가 있을 리도 없었다. 하긴 그땐 멘토가 뭔지도 몰랐을 테니 멘토가 있었다한들 친구들이랑 노는게 더 좋았을 테다.  

학교에 가고 자라면서 제일 아쉬웠던 것은 내 주변엔 믿을만한(!) 언니나 오빠가 없다는 거였다. 바쁜 부모님에겐 뭘 물어도 나중에 가르쳐준다는 말만 했다. 학교에 가면서부터는 뭐든 혼자서 알아서 했다. 내 고민을 들어줄 사람은 친구들 밖에 없었으나 그 친구들도 가끔은 조언자라기보다는 경쟁자일 경우가 많았기에 대부분의 고민들은 혼자서 처리하며 살았다. 언니나 오빠가 있는 친구들은 달랐다. 친구의 언니는 친구에게 학교에 관해서 상세하게 이런 저런 이야길 해주었지만 내겐 그런 얘길 해주는 언니가 없었다. 친구의 오빠는 학교에서 괴롭히는 친구가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며 든든한 기둥이 되어 주었지만 내겐 그런 기둥도 없었다. 그런 까닭에 자라면서 젤 부러웠던 게 친구의 언니며 오빠였다. 가치와 올바른 걸 떠나서.  

아무튼 정신연령이 낮아도 낮아도 이리 낮을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굉장히 공감을 했다. 만약 어린 나에게 이런 책이 있었다면(아, 있었어도 읽었을리 만무하지만;) 난 친구들의 언니나 오빠따위가 부럽지는 않았을 거다. 책 속에 나오는 그들, '인생 멘토'들에게 뭐든 물어봤을 테고 그들은 내게 삶에 대해, 앞으로 살아야 할 방법에 대해 조목조목 가르쳐줬을 테니 말이다.  

혼자서 이겨내기 힘든 일이 생기면 빅터 프랭클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충고를 했을 것이다. 불우한 친구가 주변에 있으면 장기려는 '베풂의 삶'을 살라고 했겠지. 또 프리다 칼로는 어떠한 고통 속에서도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을 것이다.  

문득 큰 조카 생각이 났다. 내 큰 조카도 나와 같은 맞이로 맞벌이에 바쁜 부모 밑에서 모든 걸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아이가 되어 가고 있다. 그 조카를 보며 난 항상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그 아이의 멘토가 되어 힘든 일이 있거나 고민거리가 생기면 고모를 먼저 찾아주길 바래왔는데, 언니나 오빠를 부러워하던 나완 다르게 아직까지 그 아인 씩씩하게 혼자서도 뭐든지 잘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 

이제 나는 누군가를 멘토로 정하고 살아가기엔 너무나 많이 자랐지만 그럼에도 내게 힘을 주는 누군가를 멘토로 삼고 남은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대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누군가를 멘토로 정하고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을 배워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 될 테니까.  

책을 다 읽고 어린 시절 왜 나는 이런 책을 만나지 못했을까, 왜 나는 어릴 때 멘토 하나 정하지 못하고 살았을까 심하게 자책을 하다가 큰 조카에게 연락을 했다. 너도 너의 멘토를 정하고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떻겠니? 뜬금없는 고모의 문자에 그 또래의 아이답게 뜨~악한 표정이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꼭 읽혀볼 예정이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줄 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