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목소리 이토 준지 스페셜 호러 1
이토 준지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뜻하지 않게 만화를 자주 본다. 좋아하지도 않는다면서 말이다.^^;;

친구가 호러 만화 샀다고 자랑을 하며 무서워서 못읽겠다는 것을 정말! 재미있겠다며 읽기를 재촉하여 빌린 책이다. 친구는 생각보다 안 무서웠어 하고 건네주었는데 그래서 나는 그 밤에 이 만화를 읽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읽지 못했다. 왜? 무서워서 라고 말하는 게 옳겠다. 내용보다 뒷 표지의 그 섬뜩한 아이의 눈과 이빨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서 환한 대낮에 혹은 버스안과 같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읽을 생각이었다.(난 무서운 영화도 연극도 잘 보는 편인데 이 만화에는 왜 그리 떨었는지;;) 근데 그걸 못 참고 어젯밤 잠자리에서 읽고 말았다. 그리하여 잘 잤냐고?-.- 사실은 자다가 깨서는 두어 시간을 뻘짓하며 놀았고 그러고도 악몽과도 같은 꿈속에서 자는둥마는둥 했다. 불을 끄고 벽을 향해 누우면 내 등 뒤에 뭔가가 나타날 것 같고, 화장실 가다가 얼핏 그 표지라도 보면 놀라서 자빠질 것 같고 해서 아예 불 켜놓고 자다보니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니 나도 이젠 늙었구나! 라는 결론에 도달하긴 했지만도;;;

암튼 이 단편들 중에 눈에 띄게 끔찍한 것은 「글리세리드」였는데 전체적으로 정말 엽기적인 스토리에 내 몸이 다 미끌거렸고, 오빠가 동생 얼굴에다 여드름을 짜내는 장면에선 그야말로 기절할 지경이었다. 끔찍해서;;; 그리고 「도깨비집의 비밀」에서 드디어 만나게 되는 뒷표지 그림의 주인공. 만화가 이토 준지의 정신상태가 궁금할 지경이었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들을 생각해 내는지. 그리고 무섭다기보다는 나름 많은 생각을 던져준 「속박인」은 그 원인이 '죄책감'이라는 것에 있다. 비록 이토 준지가 여기에서 말하는 속박인들이 가지는 죄책감은 살인에 한정되어 있지만 사람이 살면서 어떤 이유로서든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은 비록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 사람의 마음 속엔 자신이 저지른 죄의 굴레, 즉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알게 한다. 

단순히 그저 호러 만화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보려고 했는데 솔직히 그 어떤 만화보다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던져주었다. 이토 준지의 만화가 무섭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자꾸만 읽어보고 싶어진다. 그랬다간 진짜 잠도 못 잘 텐데도 말이다. 그나저나 당기신다면 얼른 읽어보시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