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 2
랄프 이자우 지음,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우선 나는 판타지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부터 밝혀야겠다. 모든 어린이와 어른들이 환호하는 『해리포터』시리즈조차도 읽어보질 못했다. 더구나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책을 내 돈 주고 사서 읽어야 한다는 것은 심히 기분 상한 일이었지만(난 2권이 있는지조차도 몰랐다. 그리고 1권을 건네주고 리뷰를 쓰라는 말도 안 되는;;; 아무튼) 판타지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조카에게 선물하면 되겠다 싶은 생각과 조카와 더불어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제대로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읽었다.

처음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책이 어린이가 아닌 어른들의 이야기였으면 어땠을까? 물론 작가인 랄프 이자우가 자신의 딸에게 이야기해 주려고 쓴 소설이긴 했지만도 어른들이 주인공으로 나왔다면 좀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아니다 그럼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가 되었으려나;;; 어쨌든, 뭐 그리 재미있을까봐 하며 읽다보면 항상 어머나! 하고 놀라게 된다. 더구나 좋아하지도 않는다면서, 관심도 없다면서 툴툴거려놓고 말이다.

어느 날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아버지의 존재를 깨달은 쌍둥이 남매, 도무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버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에서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 위한 모험이 시작된다. 이야기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누나 제시카의 암호문 해독과 같은 추리 이야기와 잃어버린 기억속의 세상인 크바시나로 간 동생 올리버가 만나고 보게 되는 환상적인 이야기로 나뉜다. 현실에 있는 제시카의 추리 이야기는 백번 이해가 된다하더라도 올리버가 만난 크바시나 세상은 나로서는 도저히 감이 안 잡히는 부분이었으나 쉽게 흥미를 붙일 수 있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의 존재 덕분이었다. '찾는 사람 올리버'이며 자신이 원해서 크바시나를 방문한 '고엘름'이 된 올리버가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세헤라자드 공주가 선물 받은 유리벌새 '쐐기문자'이자 '먹보 니피', 나폴레옹 장군을 추위에서 구해주었다는 외투 '코퍼' 또 소크라테스의 제자라고 하는 '엘레우키데스', 그 외 대홍수와 같은 성경이야기, 고대 바빌로니아의 신화와 고고학적 지식까지 기억하지 않으면 잊고 사는 역사적 사실들이 총망라되어 흥미를 돋운다.

그리고 그곳, 올리버가 찾아간 크바시나엔 인간들이 무심히 잊고 사는 과거의 기억, 그렇게 잊으면서 잃어버린 모든 기억들이 모여 있다. 그 기억들을 고대 바빌로니아의 신 크세사노가 지배하며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기억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음모를 가지고 있다. 현실 세계의 기억까지도. 과연 크세사노는 그 계획을 이룰 수 있을까?

이런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서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기억'이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은 나이가 들면 과거를 추억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만큼 좋았든 나빴든 추억과 기억이란 존재해야 하는 거다. 가족들의 행복했던 시간, 친구들과의 즐거운 만남 등등 그런 기억들 속에 서로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비록 역사적 모든 사실들을 일일이 기억하진 못하더라도 개인적인 기억들만은 잊지 말자는 의미가 아닐까?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잊혀진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걸 생각해보면 내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잊지 않고 있는 모든 것들에게 드러나지 않지만 많은 위안과 사랑을 줄 것이다. 

이제 판타지 소설이 재미없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매번 어떤 이유에서든 읽게 되었을 때마다 툴툴거림은 사라지고 정신없이 빠져들면서도 나는 판타지 소설은 좋아하지 않아 라고 말하는 걸 보면 내가 판타지 소설을 읽을 때마다 그전에 읽었던 기억들을 크바시나로 보내버리는 모양이다. 그리고 재출간된 책이라 앞부분의 컴퓨터 관련 이야기들이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내가 컴퓨터가 나오고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던 그때의 기억을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살았다는 의미? 앞으론 작은 기억들이라도 잘 간직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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