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와 함께한 하루
이봉 브로쉬 지음, 안수연 옮김, 김수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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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 화가들에 관한 드라마를 작년에 EBS 주말 드라마로 본 후로 인상파 화가들에 대해 부쩍 관심이 생겼다. 이런 관심이 중 고등학교 시절에 있었다면 미술 시험은 아주 잘 봤을 텐데 그땐 왜 그리 헷갈렸는지…. 어쨌거나 내가 지난해부터 인상파 화가들을 무척 우려먹는 경향이 있지만 그 드라마에서 그들에 대해 회상 형식으로 인터뷰를 하던 모네로 분한 정말 모네 같은 배우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어서 클로드 모네의 이야기라면 두말 않고 읽게 되었다.


모네의 그림은 희한하게도 보면 볼수록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 특히 아이들의 그림책은 쉽고 예쁘다. 그래서 누구나 그 색채와 빛과 자연의 미를 그대로 옮긴 그의 그림을 볼 때마다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 책 『모네와 함께한 하루』는 모네가 1870년대 프랑스 아르장퇴유에 살면서 센 강에 배를 띄우고 그 위에서 그림을 그리던 자신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선상 아틀리에」(1876) 라고 제목이 붙여진 이 그림은 『모네와 함께한 하루』의 모티브가 되었다. 그 당시 인상파 화가들은 기존의 화가들이 하듯이 아틀리에에 앉아 그리는 그림은 그리지 않았다. 자연을 찾아다니며 빛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색채의 변화를 자연과 더불어 묘사하면서 회화 양식에 큰 획을 그었다. 모네 역시 붓이나 주걱을 이용하여 작은 붓칠을 수백 번씩 겹쳐 칠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가까이서 보면 작은 터치들이 눈에 띄지만, 조금 떨어져 보면 색채와 빛이 어우러져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하나의 풍경을 연출한다. 그야말로 ‘인상’적인 그림인 것이다.   


얼마 전에 크리스티나 비외르크의 『모네의 정원에서』를 읽었다. 드라마에서 보던 모네의 정원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직접 가보지는 못하더라도 모네의 정원 연못에 떠 있는 수련의 모습이나 모네의 생가가 궁금하던 차에 어린이 책으로 나온 그 그림책을 보게 된 것이다. 그렇게 그림책으로만 보아도 색채와 빛이, 자연의 모습이 아름다웠는데 어느 날 기회가 생겨 직접 모네의 생가를 찾아가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모네의 그림을 보게 된다면 얼마나 즐거울지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이야기는 이렇다. 미술관 직원인 루이즈는 어느 날 모네의 그림 앞에서 눈물을 떨어뜨리며 마치 그림 속의 모네에게 이야기 하듯 속삭이는 에밀리를 보고 깜짝 놀란다. 그 사연이 궁금하던 루이즈는 에밀리에게 다 털어 놓으면 편안해질 거라고 말한다. 그제야 안심을 한 에밀리는 루이즈에게 말한다. “ 저, 저는 배안에 있는 모네에게 이야기 하고 있었어요.” 그림 속의 모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루이즈는 그 말을 믿어주고 에밀리의 이야기를 들어 준다. 과연, 에밀리는 모네와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이 책엔 모네의 그림들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네가 추구하던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는 모네의 철학이 담겨 있다. 사진을 찍어 그 사진을 보며 집에서 그림을 그리던 에밀리에겐 아틀리에가 아닌 자연 속에서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런 많은 에밀리와 같은 아이들에게 모네는 이야기 한다.


“가장 아름다운 색채는 네 눈에 보이는 색채가 아니라 네가 정성껏 다시 만들어 보는 너의 색채란다. 아름다운 이 연못에서 네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며 네가 만들어 내는 것이지. 새들의 노랫소리처럼 네가 정말 좋아하는 천국의 소리를 들으면서 말이야.” (P35)


모네와 함께한 하루』는 한참 그림에 빠져 있는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 에밀리를 모네와 만나게 해 주어 자연스럽게 미술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해 준다. 딱딱한 모네의 이론서들 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아이들을 어려운 미술의 세계로 이끈다. 


이제, 오늘 개막한 <빛의 화가-모네>전을 보러 갈 때다. 이 책을 읽은 동시에 모네의 「수련」과 「선상의 아틀리에」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어쩌면  나는 행운아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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