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의 해변의 여인이 흥얼거려지고 '여름이니까 아이스커피' 광고가 잦아지는 걸 보니 여름이 왔나봅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뻘뻘 났던 2012년의 여름을 지나 2013년의 여름도 그 기세가 6월부터 대단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여름은 어딘가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에너지가 넘치는 설렘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최근 색다른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여행이 바로 캠핑입니다! 오늘은 기존의 도서를 개정하여 <탐나는 캠핑> 이라는 시리즈로 묶어 다시금 독자들을 캠핑의 세계로 빠지게 할 허영만 화백의 책 소개와 함께 짧지만 즐거운 이메일 인터뷰를 함께 실어보고자 합니다.
-알라딘 도서팀 도란
허영만 선생님 안녕하세요. 알라딘에서 여행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도란, 이라고 합니다.
<허영만,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 이후 여행분야에서는 오랜만에 뵙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신간을 기다리고 있어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요새 가장 ‘핫’하다는 캠핑 책으로 만나 뵙게 되어서 더 반갑습니다.
탐나는 캠핑’ 시리즈는 기존에 나왔던 책들을 하나로 모아 재출간한 것인데, 어떻게 재출간을 결심하게 되셨나요?
<허패의 집단가출>,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집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를 이번에 리뉴얼하여 출간하였는데 제목에서 보다시피 책의 구성과 컨셉이 독자 중심이라기보다는 여행을 다녀 온 우리 멤버들 중심으로 되어 있었어요. 그런 아쉬운 생각이 있던 참에 출판사에서 ‘비박과 야영’이라는 여행의 공통점을 살려 <캠핑> 시리즈로 출간하자고 해서 몇 가지 정보와 사진 등을 보완하여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책이 나왔을 때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허영만과 함께 타는 요트 캠핑>은 표지가 바뀌면서 더 다이내믹해진 느낌이 듭니다. 인터뷰 준비하느라 다시금 읽었는데 이전에는 없었던 여행정보들이 자세히 들어있어 좋았습니다.
총 23곳의 여행지가 있었는데, 가장 아름다웠던 곳, 그래서 다시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요?
우리 섬은 구석구석 참 아름답습니다. 그 중에도 사람들에게 내 놓고 싶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섬은 ‘굴업도’였습니다. 그 아름다운 섬이 어느 대기업에서 개발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안타깝습니다. 굴업도가 후세에까지 아름답게 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독자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혹 개발을 포기할 지도 모르죠.
해경도 듣고 피식 웃었던 그 이름 ‘집단가출호’ 는 혹시 선생님이 지으셨는지요? 아무래도 집단가출을 하려면 마음 맞는 사람들이 있어야 할 텐데요. 어떤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바로 이 사람이다!’ 하는 선생님만의 선정 기준이 있으신가요?
그렇죠. ‘집단가출’을 하려면 무엇보다 마음이 맞아야 해요. 그래서 오랫동안 같이 산을 다녔던 친구들 중 시간이 되는 사람과 동행하게 됩니다. 산행을 하다보면 그 사람의 면면을 볼 수 있거든요.
일반인들에게 요트캠핑이란 상당히 생소한 개념입니다. 책에도 여러 번 나왔지만 요트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들은 미녀, 비키니, 와인, 화이트 셔츠 정도의 럭셔리한 느낌인데요. 사실 책을 읽어보면 ‘굳이’ 요트를 타서 겪었던 어려움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일반 배를 탔다면 이렇게 힘이 들진 않았을 것 같거든요. 이렇듯 요트캠핑에 대해 잘 모르고 오해하는 일반 독자들을 위한 항변(?!) 한 번 부탁 드리겠습니다. (요트 타다 죽을 고비를 넘겼던 수 많은 일화 중에 하나를 들려주셔도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요트’는 아직 생소하고 럭셔리해 보이지요. 실제로 상당한 고가의 장비에 시간도 많아야 요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트를 즐긴다는 것은 일정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합니다. 특히 무동력 요트는 바람이 없어도 문제, 바람이 강해도 문제라 매번 재미있는 세일링을 즐길 수 없습니다. 5번에 2번 정도 제대로 바람을 탈 수 있죠.
7차 항해 때인데 12월의 차가운 겨울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습니다. ‘풍랑주의보’ 가 내린 겁니다. 대원들은 새벽잠에 빠져 있다가 긴박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거센 바람과 파도 때문에 요트가 암벽에 부딪쳐 산산조각 나기 직전이었거든요. 한 시간의 사투 끝에 겨우 요트를 안전하게 정박하긴 했지만 그 와중에 우리 대원 중 한명이 심하게 넘어져 이가 부러지는 사고가 났었지요. 책에 그 당시의 상황이 생생히 그려져 있어요. (p.141~151) 보시면 아찔할 겁니다.
요트 타면서 힘든 게 뭔 줄 아세요. 첫째는 배멀미. 8,000미터 산을 화장실 드나들듯 하던 박영석 대장도 배멀미로 그로기 상태가 되었어요. 둘째는 소변. 흔들리는 배에서 곡예자세로 용변을 보는 거예요. 상상이 가나요?
책을 읽으면서 제일 재미있었던 내용이 놀래미 매운탕을 끓이고 난 후 식사당번에서 영구제명 되셨던 부분인데요. (p.39~42) 진짜 영구제명 되셨던 거 맞나요? <식객>의 저자로서 좀 창피하지는 않으셨는지, 혹 영구제명 된 걸 좋아하진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맛있는 놀래미 매운탕을 끓여 주려고 서두르다 깜박 쓸개를 제거하지 않았어요. 나는 약간 씁씁해도 먹을만 하던데 대원들이 호들갑을 떨더라고요. 내 음식 솜씨에 대한 기대치가 컸나봐요. 그래서 혼자 잘 먹고 그 후 식사당번도 안하게 해줘서 일거양득이었지요.
또한 여행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현지에서 바로 공수된 재료로 하는 음식은 별 양념이 없어도 별미지요. 굴업도 이장님이 해준 아구찜과 간재미찜은 잊을 수 없는 맛이었어요. 해풍에 꾸둑하게 말린 아구와 간재미를 쩌내고 양념간장 소스에만 찍어 먹는 건데 기가 막혔지요. 달이 휘엉청 뜬 백사장에 둘러 앉아 소주까지 한잔 들어가니 천상낙원이 따로 없더라고요. 그리고 또 한가지를 꼽으라면 거문도 근처에서 낚아 올린 새끼 참치를 썰어 먹은 회비빔밥. 그것도 잊기 힘든 맛이었어요. 생각하니 또 군침이 도네요.
허영만표 캠핑은 “OO다!” 라고 한 마디로 정의해 주신다면요? 또한 평범한 여행보다 캠핑을 고집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허영만에게 캠핑(야영)은 ‘별 백만개짜리 호텔’이에요.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보며 잠을 청해 보세요. 어떤 호텔이 그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그 맛에 끌려 캠핑을 가는 데 한마디로 표현하면 ‘자연 속에 자유’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캠핑, 또는 여행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은퇴하면 캠핑카를 한 대 장만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캠핑카를 타고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스케치해서 소개하고 싶어요. 그리고 맛있는 음식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어요. 그런 시간은 곧 다가올 겁니다.
알라딘 공식질문입니다. 요새 읽고 계시는 책을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은 선생님의 <바람의 사상>에 푹 빠져 있어요. 이 책은 유신시대의 한복판, 정확히 1973년 4월부터 77년 4월까지 4년간 치열하게 기록한 고은 시인의 일기입니다. 시인이 어떻게 역사의 풍랑에 휩싸이면서 현실에 대해 발언하는 문학가가 되어 가는지 정밀한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시인은 무엇인가?’하는 고민과 자문은 계속되며, 시인으로 문인으로 자존감을 힘들게 지켜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과 특별히 알라딘 독자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책을 보면 재밌다”
“캠핑을 하면 더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