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을 지나 어느덧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이 코끝을 스칩니다. 여름의 뜨거운 휴가가 듣기만 해도 설레는 ‘해변의 여인~ 야야야야 바다로~’ 같은 노래의 느낌이라면 선선한 지금부터의 휴가는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과 같은 서정적인 느낌이겠죠.
이렇듯 부를수록 기분 좋은 단어 여행, 대한민국 최고의 이야기꾼이자 만화가 허영만 화백, 그리고 일본의 맛과 풍경이 만났습니다. 출간되자마자 여행서적 판매순위 1위를 기록한
<허영만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의 출간기념회에 여행md가 다녀왔습니다. 허영만 화백의 이번 책처럼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출간기념회 현장과 더불어 허영만 선생님과의 생생한 인터뷰를 전해 드립니다.
-글/사진 도서팀 도란
여기는 홍대 앞 카페 소스 (café source) 라는 곳입니다. (일본 도톳리 시에 있는 카페의 한국지점으로써 일본의 식문화를 한국에 소개하는 가교역할을 2009년 7월부터 해오고 있다.) 오늘 허영만 선생님의 첫 번째 출간기념회를 바로 이 카페에서 하게 됩니다. 프레스 센터같이 딱딱한 곳이 아니라 더 멋지네요. 카페의 불빛이 초저녁의 어스름한 풍경과 어우러져 한껏 멋을 냈습니다. 카페 안도 구경해 봅니다. 나무 테이블과 주황색 조명이 따뜻합니다. 이곳 저곳에서 선생님의 책이 보이네요.
오늘의 주인공, 허영만 선생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우와, TV에서 뵌 것보다 훨씬 더 멋있으세요! 이건 출판사 편집장님께 들은 얘긴데, 평소에는 오늘처럼 정장을 입지 않으신다네요. 레이어드로 한껏 멋을 낸 남방과 면바지, 스니커즈, 거기에 백팩이 선생님이 추구하시는 룩이라고 하네요. 저도 그 모습 꼭 보고 싶어요!
200권의 책에 사인을 하시는 모습입니다.
하트 무늬를 책마다 그려 주셨어요. 제가 직접 가지고 간 책에 사인을 받았어야 했는데 너무 바빠 보이셔서 잠시 주춤한 순간 사인이 끝이 났습니다. ㅠㅠ
인터뷰 질문을 열심히 준비해 간 저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일대일 인터뷰를 할 시간적 여유는 없어 보였거든요. 앗! 그런데 그 때 카페 테라스에서 기습 인터뷰와 포토타임이 시작되었네요. 놓칠 수 없죠!
1. 어떤 책인지 간단하게 소개 좀 부탁 드립니다.
일본 각 지역에 숨어있는 온천과 맛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 이번에 일본을 여행하시면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있다면요?
아귀탕이 기억에 남네요. 아귀찜은 아니고.
3. 가장 좋았던 지역, 기억에 남는 비경 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 같은 게 있으셨나요?
일본의 온천을 돌아다녔는데 원래 화가가 그림을 그리던 공간을 온천으로 개조해서 사용한 곳이었어요. 나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니까 여기서 작업을 하게 되면 맨날 술이나 마시며 놀까, 아님 작업을 할까 뭐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웃음)
4. 다음 작품으로 어떤 걸 구상하고 계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다음 작품은 모르겠고 지금은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잘 빠지는 머리카락이 몽땅 다 없어져 버릴 것 같네요. (웃음)
5. 선생님, 겨울 여행을 혹시 계획하고 계신지 여쭙니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겨울 여행지가 있다면요?
아직 계획은 없지만 가보고 싶은 곳은 제주 올레길이요. 제주도에 한 번 가는 김에 다 돌아보고 싶지만 그렇게는 시간이 안 날 것 같고 올레길만큼은 꼭 가보고 싶네요. 근데 아직 계획은 없습니다.
본격적인 양질의 질문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왜냐하면 이제 제가 발언의 기회를 얻었거든요!
1.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하실 때 염두에 둔 독자층이 있으셨어요? 또는 이 책을 꼭 읽어줬으면 하는 사람들이랄까요?
여행을 통해서 여유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 여행 가서 바쁘게 사진만 찍고 그러는 게 아니라 진짜 즐기는 여행을 갈망하는 사람들. 쉼을 원하는 사람들이 꼭 봐야 하는 책입니다.
2. 일본 요리도 참 맛있고 다양하지만 맛으로 더 유명한 나라들도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프랑스 라든가, 이탈리아 라든가. 그런 곳으로 또 다른 미식여행을 떠나고 싶진 않으세요?
저는 양식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 (웃음)
3. <식객>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시고, 이번엔 일본에서 색다른 음식을 또 여행하셨어요. 음식에서 느껴진 일본, 일본음식, 일본 사람들의 특징 같은 게 있을까요?
일본 요리는 눈으로 보면서 느끼는 음식입니다. 그릇이 모양도 그렇고 색깔도 그렇고 그렇게 다양할 수가 없어요. 음식 재료도 정말 다양하구요. 또, 우리나라 음식은 국물이 있는 음식과 없는 음식이 확실히 구분이 되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은 것 같더라구요. 좀 달고. 그리고 계란으로 한 음식이 많다는 특징이 있죠. 아무데나 다 계란이 들어가니까.
4. 마지막 질문입니다. 일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식객>의 음식 하나, 그리고 한국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의 음식 하나를 꼽아 주세요.
일본 사람들에게는 간장게장이 잘 맞을 것 같네요. (이호준 선생님의 답변) 그리고 한국 사람들에게는 타이노 시오 가마라고 하는 도미 요리를 추천합니다. 그 도미 맛이 참 괜찮았어요. 계란과 소금을 잘 섞어 도미를 덮고 오븐에 구워 익혀 먹는 요리거든요. 그 겉의 소금을 망치로 깨어내고 안의 도미를 먹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출판기념회가 시작됩니다. 이것도 역시 카페 테라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참석해 주셨는데요. 기념회 내내 한국어와 일본어로 식순이 진행될 만큼 이번 책을 출간하기까지 물심양면 지원해 주신 많은 일본 관계자 분들도 자리를 빛내 주셨답니다. 식순이 꽤 길었는데 과감히 생략하고 허영만 선생님의 한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슬픈 일과 기쁜 일을 함께 겪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히말라야에서 실종이 된 박영석 대장의 영결식이 있었구요, 또 오늘 밤에는 이렇게 출판 기념회를 갖게 되어서 희비가 엇갈리네요.
이번에 일본의 크레아, 한국의 한진관광에서 도움을 줘서 2년 반 동안 일본 여행을 했는데요. 그 동안 느낀 것은 여행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입니다.
경치가 좋은 곳을 수도 없이 다녔지만 그 경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접하면서 여행의 참 맛을 많이 느꼈거든요.
여행은 역시 사람이 있는 곳에 가야합니다.
그 동안 많은 현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사귀었는데, 너무 좋아서 다음에 또 오겠다는 약속을 수도 없이 남발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한국에 오게 되면 꼭 연락하라는 약속도 남발했습니다.
지금은 일본 여행을 계속 하고 있어서 그 약속을 못 지키고 있지만, 조만간 제가 남는 것이 시간 밖에 없는 사람이 될 것이므로 그 약속들을 충실히 지키며 일본을 다시 방문할 생각입니다.
이번 책은 저와 글을 쓴 이호준의 일방적인 기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중에 선택해서 여행을 하다 보면 여러분들 맘에 드는 곳이 분명 여러 곳 나타날 것입니다.
꼭 여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 출판기념회가 처음이거든요. 좀 얼떨떨하고 좀 그렇습니다.
앞으로 이 책이 여러분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일본 곳곳의 아름다움이 또 맛있는 음식이 여러분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맙습니다.
아,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일본이 아시다시피 지진, 쓰나미에 이어 방사능 피해 때문에 굉장히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순간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죠.
일본이 가끔 정치인들 때문에 우리 국민들의 비위를 건드리긴 하지만 일본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입니다.
가급적 방사능 피해가 적은 곳을 찾아서 많은 여행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선생님의 말씀 잘 들어보았습니다. 다음은 이 출판기념회에서 가장 베스트 장면으로 제가 꼽았던 건배제의입니다. 우와 아사히 맥주 색깔 정말 아름답네요. 멋집니다. 꿀꺽.
건배사는 ‘앞으로 이 책이 베스트셀러를 넘어 플래티넘셀러가 되길 바라며, 위하여!
이제 모든 순서가 다 끝나고 함께 식사를 하는 시간인데요. 테이블 위 음식들의 위엄이 대단합니다. 게다가 맥주와 와인이 공짜라뇨. 여기는 정말 천국인가 봅니다.
허영만 선생님 출판 강연회를 간다고 하니 주변 분들은 하나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서 좋겠다며 초대장 가진 저를 부러워 했습니다. 여기 오니 정말 그럴만 하네요.
알라딘에서 이 책을 제일 많이 팔아 자신감 넘치는 가디언 출판사 마케터(착한)와 알라딘에 늘 애잔한 마음과 함께 진한 애정을 가지고 계시다던 편집팀장님, 그리고 고양이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을 가지고 계신 가디언 대표님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처음 허영만 선생님 여행 책이 나온다고 했을 때 가슴이 뛰었습니다. 침체된 여행서적 시장에 한줄기 빛이 될거라는 촉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 섣부른 촉은 적중하고 말았네요.
직접 선생님을 만나뵙고 얘기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도 함께 드니 어쩌죠. 이 책이 점점 더 좋아집니다. 그리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일본, 그곳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여기서 팁 하나, 가디언 대표님께서 남자친구와 함께 내년 1월에 일본 북해도를 꼭 가라고 추천해 주셨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기간만 잘 맞추면(?!) 폭설에 길이 끊겨 한국으로 한 2주간은 돌아오지 못할 거라나요. 그럼 회사에는 천재지변으로 출근하고 싶어도 가지 못한다고 전화 한 통만 넣으면 된답니다. 아. 가능할까요, 팀장님?
11월의 밤이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사진 잘 못 찍는 저를 위해 사진기를 직접 매고 좋은 사진 많이 찍어주시고 다음날 점심도 사 주신 착한 분과
기발한 인터뷰 질문을 꼼꼼하게 작성해서 보내주신 다정한 분에게도 소소한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