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Champions - 21세기 인사전문가의 새로운 역할과 과제
데이브 얼리치 지음, 김용구 외 옮김 / 미래경영개발연구원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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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HR 관련 과목은 조직행동, 조직론 등을 제외하고 인적자원관리와 노사관리론 두 과목밖에 개설되어 있지 않았다. 이 두 과목을 난 같은 교수님에게 수강했었는데 난 그 강의를 통해 많은 생각의 변화를 가지게 되었고 또한 꿈과 희망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특히 모든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유일하게 확실한 투자 자원은 인간밖에 될 수 없다는 교수님의 주장은 날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지금 인사노무팀에서 근무하게 된 원인도 하나둘 올라가다 보면 그때의 그 수업 때문이라고 믿는다.

어쨌든 입사 후 과장님께 추천을 받아 읽게 된 책이 HR Champions다. 세계화와 극심한 경쟁, 인터넷과 정보 기술의 발달, 사무 및 관리업무의 자동화의 심화 속에 사실 기존 인사노무 업무는 그 존재가치를 잃고 있다. 오히려 제조업의 경우 생산, 품질, 물류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가운데 인사노무 업무는 단순히 보조업무로 전락해 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인사 담당자들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인사 담당자의 새로운 역할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전략적 파트너가 되라. 과거 단순히 채용을 하고 인사 행정을 관리하던 것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 분명한 것은 사람이 하나의 비용을 발생하는 대상이 아니라 전략적 차원으로 이해되어야 할 자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개발할 것인가가 그 조직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바로 그 자원의 활용과 개발의 문제는 그 조직의 전략에 의해 방향과 방법이 드러나게 된다. 따라서 인사전문가야말로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야 하고 그 회사의 전략을 가장 잘 이해하고 전략 선택에 직접적으로 참여해야 할 대상이 된다.

둘째, 행정전문가가 되라. 예나 지금이나 행정전문가가 되라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고 실무적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인사전문가의 전략적 파트너 역할이 강조된다고 하여 행정과 실무에 있어 소홀하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셋째, 직원옹호자가 되라. 회사의 전략 파트너가 됨과 동시에 직원의 의사를 회사에 전달하고 그들의 애로 사항을 보듬다는 것은 인사전문가의 기본적 덕목이다. 특히 인사전문가는 직원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어야 한다. 따라서 언제나 공정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

넷째, 변화 주도자가 되라. 잭 웰치와 루 거스너가 세계적 경영자로서 이름을 얻게 된 것은 바로 변화 주도자였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경영환경으로 치닫고 있는 시대에 인적자원이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도록 그리고 변화에 대해 두려움보다는 도전과 즐거움의 대상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그 회사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바로 그런 조직으로 만들고 변화시키는 것이 인사전문가들이고 그들의 앞으로의 역할과 과제는 변화 주도자로서의 역할과 과제다.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사전문가의 새로운 역할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친절하게 정리를 해줬을 뿐. 이 책에서 말하는 인사전문가의 역할이라는 것은 이미 인적자원관리의 기본적 철학과 학습 목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따로 언급을 하든지 정리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것이 우리네 습성이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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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世說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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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글은 간결하면서도 화려하다. 간결하면서 화려하다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그의 글에서는 어울림으로 다가온다. 

어떤 이들이 김훈의 정치성향을 들어 보수 우익이라고 하는 것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지만 잘 모르겠다. 다만 그의 글에서 다소 남성 우월적인 부분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것이 꼭 여성 대 남성의 비교 대상에서 우월적이라기보다 남성성으로 상징되는 간결함, 우직함 등에 가치를 두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설은 그가 쓴 수필집이다. 세상에 대한 이야기라는 뜻일까? 어쨌든 그가 생각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진 책이다.

군대에 가기 싫어하는 아들에 대해 떳떳해기를 바라는 아버지로서의 글도, 불평등한 SOFA에 대한 생각도,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도,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유도 담담히 적어 내려가고 있다.

내가 글쓰기를 배운다면 김훈의 글처럼 쓰고 싶다. 솔직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간결하나 화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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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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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영화며 소설이며 반전이라는 것이 없으면 뭔가 시대에 뒤진다는 느낌이다. 관객은 자신이 기대했던 결말이 아닌 다른 결말에 충격을 받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것을 즐기고 유쾌해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반전이라는 것이 당연한 장치가 되어 버린 듯하다. 반전의 묘미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그 이야기의 흐름에 끌려 가다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고 놀라는 것에 있는데 이미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제 반전이 시작될 거야 내지는 이게 반전일걸 하고 예상하게 되어 버렸다. 마치 처음 마술을 본 아이가 깜짝 놀라고 신기해하다가도 몇 차례 동일한 마술을 보고는 이 시점에서 미녀가 사라져야 하는데 하고 마술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녀가 사라질 것을 예상하는 것과 같이..

안타깝게도 적의 화장법의 반전 역시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 오히려 중간쯤 읽었을 때 이미 노통이 노린 반전을 눈치채는 바람에 뻔히 아는 속임수에 속아 넘어가야 하는 지루함은 참기 힘들 정도였다.

물론 소설 속 이야기 자체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판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같은 인간의 이중성, 그리고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기억하려는 왜곡된 인식 등은 찬찬히 살펴보고 생각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그 재미보다는 마치 김 빠진 청량음료 같아 소설 읽기의 팽팽한 긴장감은 사라지고 한번 읽기 시작한 책은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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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툰 6 비빔툰 (문학과지성사) 9
홍승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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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삶은 단순한 것인지도 모른다.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는 단 3단계..

그러나 이 3단계의 어느 단계도 쉬운 것이 없다. 단순한 3단계지만 각 단계마다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또한 그 일들은 개인마다 다가오는 의미의 경중이 다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름대로 노력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하며 또는 기쁨도 느끼는 것이 아닐까?

그 중에서도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는 일은 아마 부모로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신경을 많이 쓰기도 하고 또 가장 힘들어하기도 하고 또한 가장 큰 행복을 느끼기도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겪는 일들이 비슷하면서도 다 개별적이고 크게 봐서는 별일 아님에도 개별적으로는 큰 의미와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쩌면 우리네 삶의 괘적과 닮았다.

비빔툰이 주는 감동은 바로 그 아이 키우는 과정을 담담하고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는 데 있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감정과 어른들의 감동을 과장되지도 않고 담담하고 세심한 관찰력으로 그리고 있다. 한 편 한 편이 살아 있는 모습이고 살아 있는 인생선배로서의 충고다.

나를 비롯해 아이를 낳기 싫어하는 요즘 세대들. 이 책을 보면 조금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아이란 부담이기에 앞서 또 다른 행복이며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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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의 7가지 상상력 프로젝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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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진중권의 책에 흠뻑 빠져 있다. 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진중권의 책은 다시 읽어도 좋은 책들이 많다. 특히 미학관련 책들은 내 주변 사람들에게 강하게 권하고 싶다.

진중권의 미학관련 서적이 추천하기 좋은 이유는 첫째로 미학관련 서적이 없다는 것에 있다. 물론 그림을 설명하는 등과 같은 책은 많지만 진중권과 같은 책은 없다. 무엇보다 진중권의 미학관련 서적들은 단순한 예술사적 설명이나 예술기법적인 설명에 그치지 않는다. 철학 서적과 같이 그림 혹은 조각 또는 여러 예술장르를 당시 시대의 철학적 인문학적 배경으로 설명하며 미학적 논리로 설명을 한다.

미학 오딧세이가 그랬고 춤추는 죽음이 그랬다. 미학 오딧세이가 서양철학의 두 균청추라 불릴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에 비친 미학적 해석과 플라통의 세계관에 비친 미학적 해석을 배경으로 과거에서부터 현재의 예술을 설명했다면 춤추는 죽음은 죽음에 대한 서양 철학 인식의 흐름에 따라 그림에 나타난 죽음을 설명하고 또는 그 진정한 의미를 파헤치는 것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은 그와는 조금 다르다. 어쩌면 미학 오딧세이와 춤추는 죽음의 부록판이자 총론판과 같다. 물론 그 속에는 진중권식 사고가 일관되게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그보다 모든 미술의 창조적 근원이라 할 놀이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기존 진중권의 미학관련 책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감도 느끼게 한다.

특히 재미있던 것은 놀이야 말로 인간의 지적 성장판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사실 놀이라고 표현 했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나에게는 놀이라기 보다는 어려운 문제 혹은 골치아픈 문제를 놀이로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놀이를 즐겼던 사람들이라면 수능시험이 더 이상 시험이 되지 않으리라...

어쨌든 지난 우리의 역사와 사회는 놀이라는 것을 죄악시 해 버렸다. 합리성이 최우선으로 강조되던 산업화 시대에서 생산에 직접적인 투입물이 될 수 없는 놀이라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였으리라. 하지만 그 합리성이 최고의 가치가 될 수 없음을 조금씩 자각하고 있는 이 시대  놀이와 상상력은 또다른 경쟁력이자 삶의 질을 높이는 기제가 될 것이다.

봉건제가 무너지고 모더니즘이 전 세계를 휩쓸고 다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변증법적 역사의 흐름 속에 중세적 가치인 놀이와 상상력이 다시 각광받는 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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