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홍은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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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을 하나의 도전이자 재충전의 기회로 여기지만 나에게는 그런 의미보다 커다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내가 생각하는 내 장점은 꾸준함에 있다. 특별한 슬럼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전성기라 불릴 것도 없다. 다만 하루 하루 조금씩 흐트러지는 마음을 잡고 그렇게 내가 원하는 목표점에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된 것은 내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다. 남들보다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집중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다소 부산스럽고 쉽게 지친다. 이런 내가 남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흐트러지게 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자꾸 자신을 되돌아봐야 했다.

따라서 여행은 나에게 좋은 취미가 될 수 없다. 무엇보다 여행을 다녀오기 위해 준비를 하면서 이미 내 일상은 크게 흔들린다. 또한 여행을 다녀 온 후 한참이 지날 때까지 여행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행이 주는 여러 장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난 종종 여행을 가고 싶을 때면 여행기를 읽곤 한다. 그저 여행지를 소개하는 그런 여행기가 아니라 내가 직접 여행을 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생생한 여행기...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은 그런 나에게 딱 알맞는 책이었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미대륙을 횡단하는 이야기는, 살아 있지만 그렇게 무겁지 않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거대 소비를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의 대륙에서 가장 순수한 어쩌면 가장 미국적이지 않는 자전거로 횡단한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이슈가 될 듯 싶었다. 적의 심장부에 슬금슬금 들어가 기습을 하는 게릴라의 작전과 같은 스릴감도 함께 작지만 큰 의미를 지닌 또 하나의 혁명을 보는 듯한 가슴 벅찬 감정도 느꼈다.

이 책은 작게는 한 개인의 자전거 여행기다. 그 속에 개인의 여행 도중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좀 더 발전해서 그 개인의 평소 생각과 함께 그가 꿈꾸는 이상향도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을 보는 또다른 창일 수도 있었다.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미국을 다큐멘터리처럼 볼 수 있는 텍스트라고 해야 할까? 예전에는 미국의 제국주의적인 정책과 역사에 미국을 편협하게 바라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사실 미국에 대에 강한 거부감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헬렌 니어링, 롤스 등의 몇몇 양심적인 지식인들의 글과 삶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또 현 미국정책이 미국 대다수의 생각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사회과학에서 평균과 보편적이라는 것이 큰 차이가 있다란 것을 깨달았던 적이 있다.

마냥 소비지향적이고 자본주의적 혹은 우익적인 듯한 미국에서 그 한계를 느끼고 이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보편적인 미국인들에게서 목격된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발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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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재미있는 세상 2 - 사람과 장소 편
사라 해리슨 지음, 서남희 옮김, 피터 데니스 그림 / 책그릇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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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펼쳤을 땐 으헉 하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보기에 그림이 너무 세밀하고 복잡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곧 내가 어린 시절 <월리(윌리였나?)를 찾아라>에 열광했던 것을 생각해 보니 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잘 샀다는 생각이 들게 하려면 아이들의 관심을 얼마나 잡아놓을 수 있는가에 성패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내 어린 동생도 처음에는 흥미를 갖고 덤비긴 했으나 아이들의 집중력이라는 것이 어른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아 그 녀석의 관심을 계속 끌기 위해 무진 애를 써야 했다. 계속 주의집중 하게 만들려다 보니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아이의 참여를 유도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할까. 다행히도 책은 여러 장소를 마치 영화 도그빌의 마을처럼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놓아서 그 안에 있는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를 잘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

한 예로 유치원과 학교 두 페이지만 보더라도 100명이 넘는 인물이 나오고 각자 무언가 행동을 하고 있다. 책 제목처럼 이 페이지를 구석구석 살펴보다 보면 새상에나 왼쪽 모서리 부분에서는 어린아이 둘이서 뽀뽀를 하고 있다. 이 경우 이미 너무 조숙한 동생에게 남자친구가 있는지, 얼마나 친한지 은근슬쩍 물어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그리고 한쪽 페이지에 공간을 두어, 이 그림만 놓고는 아이에게 계속 말을 걸어주지 못하는 어른을 위한 팁도 마련해 놓았다. 마치 월리를 찾듯 "공놀이 하는 친구를 찾아볼까? 누가 먼저 찾는지 시합해보자." 내지는 "우리도 작년 여름에 곤충 채집하러 간 거 생각나니?" 이런 식으로 아이에게 말을 걸 수 있게 해주는 장치를 만들어 두는 세심함이 고마웠다.

또 숫자와 셈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라면 "빨간색 윗도리를 입은 아이가 몇 명인지 찾아볼까?" 하는 식으로 활용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앗! 호기심이 많은 아이와 이 책을 읽는다면 아이의 질문에 다 대답하기도 매우 힘든 책이다. ^^;;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림이 예쁘지는 않다는 것. 번역서이니 어쩔 수 없지만서도. 우리나라 정서에 맞고 익숙한 그림으로, 진짜 우리 주변 예를 들면 고궁 등 이런 배경으로 비슷한 컨셉의 책을 만들어도 좋을 듯하다. 물론 돈이 아주 많이 들겠지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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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로망 백서
박사.이명석 지음 / 북하우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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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너무 예쁘다. 오토바이 타고 부룽부룽 어디론가 떠나는 박사와 이명석. 줄줄이 나열되는 여행자의 로망 백 가지! 커피 한 잔의 로망, 하늘의 로망처럼 덧붙이는 말 없이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되는 로망들..

여행자의 로망 백서는 세계를 다녀보고 싶지만 자리에 앉아 엉덩이만 들썩거리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 같다. 책에는 숙박, 교통편, 맛집 등 여행서에서 흔히들 기대하는 그런 정보는 없다. 대신 여행자들이 짐을 꾸리면서 혹은 낮선 길을 걸으면서 혹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져볼 만한 마음가짐들, 유쾌한 상상을 적어내려간 것이라고 보면 좋겠다. 음.. 아무래도 이다음 내 해외여행은 신혼여행쯤이 되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여행자들의 로망.. 박사와 이명석 같은 여행친구가 있었으면 좋겠기도 하고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살 수 있는 그들의 인생이 부럽기도 하고 나도 당장 책상머리를 박차고 떠나야 한다고 부추기고 있기도 하고.. 이들의 수많은 여행지에서 적어놓은 일기장을 슬쩍슬쩍 훔쳐보는 느낌이다. 나도 그런 일기 쓰고파!

이런.. 기본적으로 여행기는 안 좋아한다고 어느 리뷰에서 호언장담해놨는데 어쩌다 보니 리뷰 쓰는 책 중 여행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쫌 높다. 떠나고 싶은 내 무의식의 발로? 어쩌나.. 참! 책을 보며 맞아맞아를 연발했던 로망은.. 메모리얼 라인의 모든 로망들!!

단, 아쉬운 점은 이명석의 실수인지 아니면 편집자의 실수인지 콘래드의 같은 작품을 <암흑의 핵심>, <어둠의 심장>으로 적어놨다는 것!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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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받다 대담 시리즈 2
김용석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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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은 책은 대담이라는 소재의 특이한 책이다. 서양철학자와 동양철학자 간의 대담을 엮은 것인데 무엇보다도 출판기획의 뛰어남과 패널의 열린 마음 등이 잘 어우러진 책이었다. 주제는 서양철학자와 동양철학자 간의 철학적 사고 차이와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제시 쯤으로 해야 하나? 서양과 동양 간의 진정한 대화가 많지 않던 풍토였기 때문에 전문적인 부분까지 세부적으로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동서양 간 대화의 물꼬를 틀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기획의도에서도 나타냈지만 성급한 결과 도출을 위해 우격다짐식 봉합의 자리가 아닌 서양과 동양의 서로 간의 오해의 원인과 근본적 의식 차이를 이해하고 파해치는 작업이 이처럼 아름다운 영화와 같이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반가웠다. 아마 이 책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이나 종종있는 대담 프로그램에서 패널의 자질 부족과 또한 진행 미숙으로 얼굴 찌푸리기 다반사인 우리나라의 토론문화 부재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요즘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패널이 나와 무조건 우격다짐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며 마냥 수평적이거나 원론적인 이야기만 해대는 경우가 많고 진행자는 성급하게 미리 준비한 각본 혹은 모범 답안을 토론이 끝나기 전에 펼쳐보인다. 수술을 하다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수술이 끝나기도 전에 수술한 부위를 다시 봉합하는 듯한 진행자의 무성의가 눈에 거슬린다. 그러나 이 책의 경우 패널의 해박한 지식과 진리를 향한 열린 마음 그리고 열정이 보인다. 또한 그렇게 상대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면서도 쉽사리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봉합하려 하지도 않는다. 단지 그 문제는 다시 앞으로 열정을 가지고 연구해야 할 과제이며 그때 필요한 것은 이런 것이다라는 문제 제시와 과제 제시를 할 따름이다. 따라서 이 책은 진실하다.

토론을 하다 보면 대개가 자기 주장만 일 삼는 데다 동어반복은 그 발언자의 지식 혹은 지성 혹은 교양 혹은 개인의 역량 부족에서 기인한다. 그런 자는 자신의 역량이 금방 드러날까 두려워 문제의 진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마련이다. 이는 곧 토론의 빈곤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진정한 토론이란 자신의 지식과 역량 모든 것을 내비칠 수 있어야 하며 그렇게 내비침으로써 자신을 비우고 거기에 새롭고 더욱 더 정교한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지식이 다 드러나도록 집중하고 토론에 빠져야 토론이며 대담이 되는 것이다.

그런 토론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우선 자신의 역량이 다 드러나는 일이기 때문에 자존심이라는 이유로 쉽사리 그런 결정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오히려 이 책 같은 경우는 패널이 자신의 모든 지식과 역량을 쏟아냈으나 그 시간과 지면의 한계가 따라가지 못한 듯하여 아쉬운 면도 있다. 다만 그 댐이 터져 쏟아지는 지식의 물줄기를 보며 난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고 또한 그 물줄기에 내 몸을 맡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진 듯 싶다. 두 학자는 물꼬를 틀었다.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물길을 잡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물꼬를 틀고 물길을 잡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의 공감대를 가지고 관심 있게 지켜보며 그 물길을 보고 감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하겠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물거품으로 만들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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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할미 - 개정판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3
정근 지음, 조선경 그림 / 보림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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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화책 보는 재미에 빠졌다. 좋은 책은 이럴 때 사뒀다가 나중에 우리 아기 태어나면 다 줄 거다.

마고할미는 한마디로 천지를 창조한 여성 설화의 주인공이다. 크기도 엄청 크고 또 그만큼 힘도 세고 먹기도 많이 먹고 싸기도 많이 싼다. 마고할미가 손으로 땅을 주욱 그으면 파인 부분에는 물이 흐르고 솟아오른 부분은 높은 산이 되고 오줌을 싸면 홍수가 일어나고 찢어진 옷을 기우려면 옷감 수백 필로도 모자란다. 만주벌판 백두산 한라산 모두 마고할미의 작품! 이렇게 크고 큰 우리의 마고할미. 우리가 아직 마고할미의 품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림이 너무 뾰족뾰족, 마고할미의 얼굴도 우락부락(남성미가 물씬 풍긴다), 색감도 어둡고.. 좀 더 둥글게 따뜻하게 마치 할머니 치맛속에 안긴 느낌이 들도록 그렸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개정판의 표지로 사용된 제일 마지막 그림처럼..

허나 그런 아쉬움을 모두 덮을 이 책의 최대장점은 판형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동화책은 처음이다. 마룻바닥에 좍 펼쳐놓고 봐야 제맛이 나는 동화책. 오른쪽 왼쪽 모두 펼쳐 놓으면 2미터쯤 되는 책 속의 마고할미는 정말 그야말로 거대하다. 어른인 내가 볼 때도 우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데 아직 1미터도 안 되는 어린아이들의 눈으로 보자면 마고할미는 산을 세우고 강물이 흐르게 한 신화창조의 인물 그 자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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