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시피아 매네지멘타
윤석철 지음 / 경문사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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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면접을 보면서 면접관이 나의 전공에 대한 질문을 하다 경영학이 학문이라 할 수 있냐며 비꼰 적이 있다.

당시 상황은 나에게 면박을 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경영학이 학문이냐는 말은 큰 의미가 있다. 사실 나 역시 전공이 경영학이면서도 졸업의 순간까지 고민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좋은 학교는 아니지만 대학교라는 이름이 붙은 학교에 다니면서 난 기술이나 기능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진리와 학문을 하고 싶었다.

더군다나 같은 상경계열인 경제학의 책들을 보면 과연 사회과학의 꽃이라 불릴 만하게 각종 통계와 자료를 바탕으로 이론을 정교히 하고 또 논리를 펼치는 반면 경영학 관련 서적을 보면 어디서 어떻게 벌었던 간에 소위 돈 좀 벌었다는 사람이 마치 무용담 펼치듯 이렇게 하면 몇 억 번다 또는 어떻게 하면 연봉을 얼마를 받을 수 있다란 처세술로 가득 찬 것을 목격할 때마다 박탈감마저 느껴야 했다.

그러나 공부를 할수록 비록 학문과 실용기술과의 중간 영역에 있지만 충분히 진리를 탐구하는 체계로서 학문 발전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해야 할까? 이 책에서 말하듯 사회과학의 꽃이라 불리는 경제학도 스튜어트 밀의 경제학 원론이 나오기 전까지 학문으로서의 체계를 잡지 못하였고 경영학 역시 개별적인 여러 단편지식의 집합처럼 보이지만 현재 학문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도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단지 아쉬운 것은 이 책이 나온지 많은 시간이 지났으나 이 책에서 시도하고자 했던-경영학을 학문의 체계로 승격시키고자 했던-노력들이 아직도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더 아쉬운 것은 이 책의 의도에 비해 수박 겉핡기 식으로 내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가볍다거나 대충 쓰여져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저자인 윤석철 교수가 의도한 것이 경영학을 학문체계로 승격시키고자 하기 위해 하나의 논리로 설명하고자 했던 것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솔직히 아쉽다. 맛있는 일식 요리를 먹고 맛에 즐거웠으나 그 양이 부족함에 아쉬워 하듯 이 책도 그렇다.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경영학도는 물론 사회과학도를 넘어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읽어야 할 교양서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전공자에게는 경영학을 공부하는 방향과 하나의 논리 틀을 제공하리라 생각된다. 비전공자에게는 경영학이 무엇이다라는 개론서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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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
김선미 지음 / 마고북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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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내린 결론이다. 여행기 리뷰에 웬 부부관계? 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세 모녀의 교감 내지는 결국 떠나고 만 저자의 용기, 엄마로서의 고민 같은 것보다는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다.

표지에는 세 모녀의 여행 이야기라고 써놨지만 세 모녀는 여행의 3분의 2 지점에서 휴가를 낸 남편과 합류하여 제주도와 마라도를 여행한다. 그리고 이전과 비교하여 여행의 분위기, 글의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바람직한 부부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이 부부는 결혼한 지 10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저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설렌다는 점에 대한 질투.. 어제 어떤 이가 내게 사람들은 다른 이를 질투할 때 그 사람의 학식, 외모, 부.. 이런 것보다는 행복한 모습에서 가장 큰 질투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 부부와 그들의 어여쁜 딸들인 마로와 한바라를 부러워했다. 즐거운 부러움..

그리고 또 하나! 텐트에 대한 로망이 생겨나버렸다. 이들이 여행하면서 텐트를 치고 생활한 날은 10일. 10일 동안의 캠핑을 엿보면서 나도 곧 텐트를 장만하고 말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나쁜 책. ^^ 얼마전 홍은택 씨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읽으면서는 자전거를 지르고 말더니.. 이제는 텐트.. 여행기의 최대 목표인 부럽게 만들기, 부추기기, 라는 측면에서는 아주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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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죽음 2
진중권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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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타나타노트라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죽음을 파헤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실 실망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책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유는 죽음을 다루었다는 것에 있다.

뭐 사실 죽음을 다룬 책이 그것 하나는 아니지만 죽음을 하나의 의학의 대상으로 삼아 실험하고 더욱 더 흥미로운 것은 그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모습을 그렸다는 점이었다. 다소 유치해 보이지만 죽음을 마치 식민지를 개척하듯 표현한 것에 퍽 당혹스러웠던 기억이다.

춤추는 죽음은 서양 미술사에 나타난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그림에 나타난 죽음을 보고 당시 죽음에 대한 생각은 물론 철학적 사고방식까지 유추할 수 있다.

진중권의 책은 언제 봐도 독특하다. 그의 진보적인 성향이 나와 맞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는 소수에 편에 서면서도 항상 자신의 논리를 잃지 않고 있다. 이는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편협한 지식보다는 일반적인 논리를 쌓기 위한 그의 노력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게다.

춤추는 죽음 역시 미학을 전공한 작가의 전공분야와 일맥상통하지만 책에 스며든 인문학적 배경들이 책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 책의 내용이 내가 잘 모르는 생소한 부분이어서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읽는 내내 한결같은 논리와 풍부한 해설, 그리고 나처럼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친절함을 베푸는 세심한 배려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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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수의사의 동물병원 24시
박대곤 지음 / 부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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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대와는 다른 책이다. 그냥 알라딘에서만 봤다면 샀을 것을 오프라인 서점에서 슬쩍 읽고 나니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찌나 고민이 되던지.. 보관함에 넣어놨다가 장바구니에도 함 넣다가.. 다시 뺐다가..

나는 아이 키우는 사람이 육아에 관한 책을 읽어야 하듯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관련 서적 몇 권쯤은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름대로 여러 권을 봤는데 애완동물 버릇 들이는 법부터 말 알아듣는 법까지 가르쳐주는 책이 있는가 하면 <아름다운 이야기> 같은 말 그대로 정말 아름다운 에세이집도 있었다.

이 책이 우리나라 수의사의 이야기라고 하길래 내심 <아름다운 이야기>와 연관지어 생각했었다. 음.. 우리나라 동물병원을 배경으로 동물과 인간 사이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펼쳐지겠구나.. 하지만 나의 그런 생각이 바로 실망의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저자인 박대곤 씨는 유머러스한 사람임은 분명하지만 인간적인 면은 글 속에서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글에서 그다지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본문에 이모티콘을 그대로 넣은 것도 이 글이 저자의 홈페이지에 있던 글이기 때문에 그 느낌을 살리려 한 것 같긴 한데 난 아무래도 아직 그런 면까지는 용납되지 않는다. 괜히 진지한 글마저 가볍게 느껴지게 만드는 부작용을 일으킬 뿐.

이 책은 그냥 우리나라에서 수의사가 어떻게 사는지 정도를 보고 싶다면 읽어도 좋을, 딱 그만큼의 책!

에피소드 하나. 얼마전 우리 보리가 자두씨를 열 알 정도 홀라당 삼킨 적이 있다. 그때 갑자기 머리 위로 번득이며 지나가던 책 내용. 3킬로그램 정도 되는 강아지가 자두씨를 삼켰다가 수술을 했다는.. 그때부터 우리 보리는 자두씨를 열 알이나 삼켰는데 하며 생뚱맞은 표정을 짓는 강아지를 붙잡고 대성통곡하다가 다니는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께 전화해서 또 한 번 통곡하고.. 결국 자두씨는 아래로 반, 위로 반 나왔다. 에이.. 괜히 걱정했다. 이럴 땐 아는 게 병이다. 참, 이 책을 읽고 난 후 수의사 선생님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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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 낯선 조선 땅에서 보낸 13년 20일의 기록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3
헨드릭 하멜 지음, 김태진 옮김 / 서해문집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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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을 앞두고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 나는 동양고전과 한국고전의 독서비율을 높이고자 했다. 그런 목적으로 읽었던 책들이 목민심서, 택리지, 징비록 등이다. 그 중 하멜 표류기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하멜 표류기를 동양고전이나 한국고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선 중기 조선의 삶과 풍습, 정치 현황을 제3의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내가 동양고전과 한국고전을 읽고자 했던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실 하멜 표류기에서 어떤 사상적인 면이나 혹은 글 자체의 의의를 찾기는 힘들다. 당시 네덜란드 사람들에게는 신비로운 나라에 대한 풍물 소개일 수도 있고 또 하멜 개인에게는 동인도회사에 임금을 청구하기 위한 하나의 보고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우리에게 유용한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서양 세계에 우리나라를 소개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는 다소 추상적인 의의와 함께 책 속에 드러난 여러 서민의 풍속을 묘사한 부분을 탐정과 같이 세심하게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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