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수의사의 동물병원 24시
박대곤 지음 / 부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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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대와는 다른 책이다. 그냥 알라딘에서만 봤다면 샀을 것을 오프라인 서점에서 슬쩍 읽고 나니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찌나 고민이 되던지.. 보관함에 넣어놨다가 장바구니에도 함 넣다가.. 다시 뺐다가..

나는 아이 키우는 사람이 육아에 관한 책을 읽어야 하듯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관련 서적 몇 권쯤은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름대로 여러 권을 봤는데 애완동물 버릇 들이는 법부터 말 알아듣는 법까지 가르쳐주는 책이 있는가 하면 <아름다운 이야기> 같은 말 그대로 정말 아름다운 에세이집도 있었다.

이 책이 우리나라 수의사의 이야기라고 하길래 내심 <아름다운 이야기>와 연관지어 생각했었다. 음.. 우리나라 동물병원을 배경으로 동물과 인간 사이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펼쳐지겠구나.. 하지만 나의 그런 생각이 바로 실망의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저자인 박대곤 씨는 유머러스한 사람임은 분명하지만 인간적인 면은 글 속에서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글에서 그다지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본문에 이모티콘을 그대로 넣은 것도 이 글이 저자의 홈페이지에 있던 글이기 때문에 그 느낌을 살리려 한 것 같긴 한데 난 아무래도 아직 그런 면까지는 용납되지 않는다. 괜히 진지한 글마저 가볍게 느껴지게 만드는 부작용을 일으킬 뿐.

이 책은 그냥 우리나라에서 수의사가 어떻게 사는지 정도를 보고 싶다면 읽어도 좋을, 딱 그만큼의 책!

에피소드 하나. 얼마전 우리 보리가 자두씨를 열 알 정도 홀라당 삼킨 적이 있다. 그때 갑자기 머리 위로 번득이며 지나가던 책 내용. 3킬로그램 정도 되는 강아지가 자두씨를 삼켰다가 수술을 했다는.. 그때부터 우리 보리는 자두씨를 열 알이나 삼켰는데 하며 생뚱맞은 표정을 짓는 강아지를 붙잡고 대성통곡하다가 다니는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께 전화해서 또 한 번 통곡하고.. 결국 자두씨는 아래로 반, 위로 반 나왔다. 에이.. 괜히 걱정했다. 이럴 땐 아는 게 병이다. 참, 이 책을 읽고 난 후 수의사 선생님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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