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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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곷송이님 이벤트로 받게 된 책이다. 새책을 선물로 받는 기분은 언제나 참 좋다. 책 표지도 너무너무 예쁘다. 이 책의 작가는 츠지무라 미즈키다. 일본 여성의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받는 일본의 대표작가이기도 하며 나오키상 수상작가이다. 번역은 이정민 번역가다. 독서중에 걸리는 부분 없이 번역이 매끄럽게 잘 이루어진 것 같았다.


아침이 온다 줄거리는 요약해보면 어느 날, 집으로 걸려온 전화. 아사토의 유치원이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소라를 아사토가 정글짐에서 밀어 떨어져서 다쳤다는 것이다. 아사토는 유치원에 온 사토코의 팔에 파묻더니 "난 안밀었어"라고 말한다. 사토코와 그의 남편 기요카즈는 오랜 난임치료에 지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본 특별 양자결연이라는 입양 프로그램 통해서 아사토를 입양하게 된다. 혼날까봐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된 소라의 진실 고백으로 정글짐 사건이 마무리된다. 사건이 일어난 다음 주 토요일 한통의 전화가 또 다시 거실에 울려 퍼졌다. "저는 가타쿠라-히카리 입니다. 아이를 돌려주세요."라는 전화였고, 자신이 아사토의 생모이기에 아사토를 돌려달라고 요구 한다. 그럴수 없다고 말하자, 여성은 이번엔 돈을 요구했다. 아이를 입양하던 날 중학생이었던 생모와 만난 적이 있던 부부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그녀가 생모라는 것을 계속해서 믿지 않는다. 그녀가 다녀간지 한 달 가까이 흘렀을 무렵 한 달 전에 다녀간 그녀가 행방불명이 되었다며 경찰이 찾아온다. 도대체 그녀는 누구일까?    

아사토는 생물학적 엄마는 "히카리"다. 히카리네 부모는 교사였고, 엄격했다. 히카리는 중학교 시절부터 휴대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는데 단 휴대폰은 거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규칙이 따라 붙었다. 히라키네 부모님은 딸들을 휴대폰을 몰래 감시하기도 한다. 입시나 왕따 문제 같은 진지한 이야기 밖에 할 수 없는 부모님에게 히카리는 환명을 느낀다. 히카리는 중학교 1학년 열세 살의 가을에 농구부였던 아소 다쿠미와 사귀기 시작한다. 어느 날 키스만으로 끝나지 않는 날들이 계속해서 찾아왔다. 그 후 히카리의 몸에서는 이런저런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츠지무라 미즈키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사회적인 문제들은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로는 입양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불임부부가 국내 최소 60만쌍 이라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처럼 남에게 보이는 것을 중요시하고, 타인의 시선과 의식을 자유롭게 수용할 수 없는 사회에서 공개 입양은 쉽지 않다. 입양 아동에 대한 편견이 뿌리 깊은 곳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도 엄마가 편찮으셔서 일찍 돌아가셨다. 하지만 편부모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온 나를, 나라는 인간을 겪어보기도 전에 "엄마가 안 계시니 쯧쯧." 이런 말들을 내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는 어른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원래 나라는 인간이 태어나면서 선천적으로 가지게 되는 것들. 혹은 내가 자라면서 생긴 기질들 중에는 개인마다 나쁘게 생각 될지도 모르는 나의 모습들이 존재한다. 그런 모습들을 나에게 지적할 때마다 엄마가 없어서 그렇다.라고, 결론으로 정리되는 것을 나는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사토코와 기요카즈는 아사토를 입양을 하면서 주변에 알리고, 아사토에게도 설명을 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 반응 역시 유별나게 굴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은 입양률이 가장 높은 국가이기 때문에 입양에 대한 인식이 사뭇 우리나라와 다른가보다. 두 번째로는 청소년의 임신에 대해 그리고 혼전 임신 책임은 여자만 져야 하는가? 세 번째로는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에서도 부모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자식에게 강요할 때 일어나는 문제 혹은 부모의 기대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소유물로 생각했을 때 일어나는 문제들이다. 나는 두 번쨰 문제와 세 번쨰 문제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는 국가에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성교육 교육은 지금도 학교에서도 이루어지도 있지만 빈도수를 지금보다도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부모 역시도 아동심리나 아동발달에 대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동학대의 가해자가 88%부모라는 통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인 히카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저지르는 극단적인 행동이나 상황을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사토코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아사토 교육방식은 훌륭했다. 그리고 아사토 너무 귀엽다. 책은 가볍게 읽었지만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던지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의 단면에 대해 우리는 이제 같이 고민해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히카리 아사토 사토코 기요가즈에게 밝은 아침이 오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나면 언니가 손을 잡아 줬는데, 언니 또한 히카리의 진심은 전혀 모르면서 위로하는 척하는 것이 또 분했다. 자신보다 훨씬 결벽한 세계에 사는 언니는 동생 또한 청결한 생각 속에서 처리해 버리는 것이다. 그 안이함에 자신이 말려든다는 게 견딜 수 없었다. 가족에 대해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럼에도 히카리는 그들을 의지했다.

 

 

 

이 아이가 울고 있는 것은 몸이 아파서도, 소라의 울음이 전염되서도 아니다. 자신을 믿어 주지 않아서이다.

살아 있어도 소용없지 않을까. 그 생각은 이런 생활을 계속하는 한 달 사이 마음에 찰랑찰랑 스며들기 시작했다. 충동적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서서히 깨달아 가듯이 히카리는 알게 되었다. 나는 살아 있어도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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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 궁금하지만 물어볼 수 없었던 작가와 출판에 대한 이야기
정혜윤 지음 / SISO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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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은 광활하고, 넓은 우주 안에서도 내가 살아있다는 표식을 새겨두고 싶은 욕망이 있다. 표식은 이름과 업적이 될 수 있으며, 혹은 사진이나 그림이나 글이 될 수도 있다. 찬란했던 한 시절을 기록하기 위해서, 우여곡절 한 자신의 생애를 축약하기 위해서 등등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그 표식의 출발점은 유형에서 시작되어 무형이 되기는 많은 사람들이 꿈꾼다. 정혜윤 작가는 표식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긋하게 말을 걸었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글로 쓰여 있다.

 

"왜 작가가 되고 싶은가?"  가장 기초가 되는 질문에서부터 이 책은 시작된다.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 혹은 작가를 동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증가하는 추세이다. 자신의 언어를 쓰고 싶어 하는 숫자는 증가하지만 타인의 언어를 읽고, 싶어하는 숫자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지표는 현시대를 살고 있는 인간의 자기중심적 마이즘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분량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예비작가도 적잖이 많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나의 원고를 맞는 출판사를 찾기 위해서는 일단 서점에 들러서 내가 쓴 책들과 콘셉트가 가장 유사한 책들을 찾아보고, 책 판권 페이지에 적혀있는 출판사의 기초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 투고 거절을 이겨내는 기술들을 포함하여 1장에서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을 다룬다.

 

2장에서는 예비 작가가 궁금해하는 출판사의 속사정에 대해서 다룬다.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전반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나의 시선을 압도적으로 사로잡았던 것은 책 한 권이 발행되어 서점에서 유통하기까지 1000만원 이상의 출판사 투자가 필요하는 사실이다. 책을 만들어지는 비용이 내가 생각했던 금액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이어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갑자기 머릿속으로 셈을 하기 시작한다. 출판사가 투자한 1000만 원을 회수하려면 2018년에 발행된 신문을 내용을 참고하여 책 한 권당 1만 4800원이라 가정하면 대략 한 작품당 1000권 이상을 팔아야 이익이 발생하는구나.라는 사실을 인지한다. 이익이 1000권부터 발생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책정되고 있는 책 가격에 대해서 다시 논의를 해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에서는 보낸 원고를 읽어줄까? 출간 방향에 맞지 않다는 말들을 들었을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등등 출판사 혹은 편집자의 시선에서 미래 작가들에게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를 조언해주고 있다.  

 

본격적으로 3장 4장 5장 6장은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를 세밀하고, 전략적으로 파헤친다. 잘 지은 제목 하나가 독자의 선택으로 이끌어 낼 수도 있기 때문에 책 제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이슈들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관련된 주제와 관련된 책들이 주목받게 되어있으니 내가 쓴 책이 출간 당시 사회적 분위기나 이슈 필요에 부합하는지도 생각해 보기를 권장하고 있다. 책에서 목차를 만든다는 것은 책의 전반적인 구성을 짠다는 개념이다.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기도 하고, 가장 어려워하는 작업 중 하나다. 처음에는 여러 책들을 참고해가며 기 본형태부터 잡아가는 연습하는 방법을 추천하는 동시에 목차 만들기의 3단계의 노하우를 닮은 실용적인 예시도 수록했다.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인용을 할 때의 주의점들과 완성된 원고를 퇴고할 때 원고를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볼 것을 권장하고 있다. 책 만드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10년 동안 200권의 책을 다듬거나 쓰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생각과 독자와 작가로부터 받아온 질문들이 이 책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 등불 같은 존재를 자처했다. 사람들마다 기본적 차이나 의견이 분분 할 수는 있겠지만 책을 출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예비 작가라면 한 번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밑줄긋기

 

 

글을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계속해서

쓰는 어휘나 글버릇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은

되도록 인지해서 반복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일본식 표현이나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중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표현도 독자가 명확하게

잃을 수 있도록 신경 쓴다.

 

누구나 책을 쓸 수 있고 책으로 풀만한 스토리가 있다고 했지만 또 그 이면에는 아무나 책을 써서는 안 된다는 생각 역시 가지고 있다. 인생에 애착이 있고, 삶의 비전과 목적이 있는 사람들은 마음속에 쌓인 것, 풀지 못한 것,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것들을 마음껏 풀어낸 책이 독자에게도 무언가 남는 책이 된다.

 

 

내 책을 누가 읽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것이 한 문장 한 문장 쓰는 데 있어서 깊은 생각을 해야 하는 이유다. 독자가 글을 읽었을 때 마음이 불편해진다든지 차별을 두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면 그건 잘못 쓰인 글이다. 말을 할 때처럼 글을 쓸 때도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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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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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 수상작가라니 설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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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나이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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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필치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버리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서커스 나이트>책이다. <서거스 나이트> 줄거리는 어느 날 이상한 편지가 도착한다. to 마스자키 씨에게 라고 시작되는 편지에는 "어머니께서 돌아가기 전에 그 집 마당 담장 밑에 소중한 것을 묻었으니 가능하면 확인해서 찾아오라는 어머니의 유언으로 인해 편지를 쓰게 되었다고 서술하고 있었다. 이어지는 내용으로는 얼마 전 그 댁 담장을 지나가면서 그 부근에 지금 히비스커스 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혹시 괜찮으시다면 마당에 들어가 흙을 조금 파도 될느지요? 라는 말들이 적혀있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이치다 이치로였다. 편지를 받은 후 사야카는 한 때 자신의 연인이었던 이치다 이치로를 떠올리게 된다. 현재 사야카는 일본에서 2층으로 지어진 집에서 자신의 딸인 미치루와 살고 있었으며, 1층에는 시부모님들이 살고 있었다. 사야카는 시한부였던 사토로의 부탁으로 인해 부부가 되어 미치루를 낳게 된다. 태어난 순간부터 미치루는 사토루의 생명이었고, 덕분에 선고받은 기간보다 이년이나 더 살게 된다. 어느 날  중요한 것이 묻혀 있다던 히비스커스 나무 밑을 사야카는 조금씩 파내려 갔다. 그곳에서 사람의 뼛 조각을 발견하게 되고, 이치다 이치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이치다 이치로가 사야카 집을 방문하게 되면서 끊어진 인연을 다시 이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피천득 작가님의 <인연>이라는 작품에서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라는 구절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인연은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일까? 아니면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의 겁이 존재하는 것일까? <서커스 나이트>에서 등장하는 이치로와 사야카의 관계는 전자와 후자가 반반으로 섞여서 이루어낸 인연의 결과물을 상징했다.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 이후에 곁에 남은 사람들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글로써 풀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녀의 대표작인 <키친>의 작품과 그녀의 신작 <서커스 나이트>작품도 역시나 비슷한 맥락을 이야기한다.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성숙해진 세계관의 드러내었고, 사이코메트리라는 독특한 소재도 첨가했다. 주인공인 사야카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다. 발리의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혹은 사토로의 부모님과 가족의 울타리를 형성한다. 작가님은 저자 후기에서 "세상에 이런 가족도 있구나." 하고 너그럽게 읽히기를 바라고 썼다고 말한다. 사실은 나에게도 비슷한 관계가 있다. 작년에 친한 친구가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였다. 친구의 부모님과 같이 살지는 않지만 교류를 하면 생활하고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에 사야카의 인물의 대하여 좀 더 집중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호흡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하지만 그녀의 필력으로 인해 가독성 좋다. 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님은 인간은 언젠가 사라지며 마침내 그 부재에 익숙해지지만 각자의 사연과 슬픔을 가진 인간을 만나 치유받고, 자연을 통해 회복이라는 단계를 통과하면서 지나간 시절의 인생과 추억을 음미할 수 있고, 따뜻한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그 힘을 통해 인생의 다음 단계를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라는 메세지를 주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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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의 결심 - 2018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은모든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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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한 아빠의 손가락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검은 봉지를 나는 매일 마주하곤 했다. 검은 봉지에는 초록색 소주 한 병이 들려져 있었다. 두드득 두드득 소주병이 개봉된다. 소주병 안에 들어있는 액체들이 투명한 유리잔으로 찰랑찰랑 쿨럭쿨럭 소리를 내며 옮겨지는 과정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런 아빠의 모습에 나는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직장생활 11 년차 이젠 아빠의 손가락이 아닌 나의 손가락에 검은색 비닐봉지가 매달려 있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주희 그녀는 술 애호가이기에 "술주희"라는 별명을 지니게 된다. 나 역시도 술을 소처럼 먹는다고 해서 소미라이 라는 별명을 들어본 적이 있어 책 속에 등장하는 술주희가 반가웠다. 주희와 마찬가지로 술을 좋아하고 술이라면 주종을 가지리 않고, 좋아하는 편이다. 책 속에서 여러 종류의 술이 등장할 때마다 입맛을 다시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은 2018년 한경 신춘문예 당선된 작품 <애주가의 결심> 은모든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1981년 서울 출생으로서 동덕여대 문예 창작학과를 졸업했다.

"독하지만 때로는 속절없이 부드럽게 스며들기도 하는 세상의 모든 술에게 바칩니다."라고 시작되는 애주가의 결심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푸드트럭의 경영악화로 인해 무일푼이 된 주희 이 선배의 집에서 모임이 있던 날 난생 처음으로 필름이 끊기는 현상을 경험한다. 주희는 만취된 상태에서 트위터에 글을 작성하게 되고 , 글을 보게 된 사촌언니였던 우경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다. 사촌언니 우경은 주희에게 복층구조도 되어있던 2층의 다락방을 내어주고, 두 사람의 동거 생활을 시작한다. 주희는 백수다. 매일 같이 구직 사이트를 뒤진다. 친구에게 소개받은 사무실은 면접도 보기 전에 회사 사정으로 인해 퇴짜를 맞는다. 한편 사촌언니 우경은 독서모임에서 만난 미스터 썸머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미스터 썸머는 이자카야를 운영하고 있다. 주희는 우경과 미스터 썸머의 데이트에 동행하기도 한다. 술을 먹을 때마다 주희는 사촌언니 우경에게 술을 권했지만 계속해서 술을 거부한 우경 우경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우연히 주희는 이 선배의 집에서 모임을 하던 날 대화가 잘통하던 배짱이라는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들은 그렇게 같은 망원동 주민으로서 술친구를 동맹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술로 비유하자면 시원한 소주 같았다. 소주를 먹다 보면 유난히 어떤 날은 달게 느껴지고, 어떤 날을 씁씁한 맛이 입안에 감돌 때가 있다. 위태로운 청춘들에게 이 책은 재미있고, 위로가 되어주고 유쾌하지만 또 다른 이면에는 씁쓸하면서 공허해지는 느낌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중에 무일푼이고, 고시원에서 생활한 주희를 보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실업률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실업률은 계속해서 역대 최고를 갱신하고 있다. 대학의 정규과정까지 이수한 젊은이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과연 개인적인 능력이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경제의 문제인가?  아무도 전조도 없이 해고 통보를 받은 "예정" 하지만 예정은 퇴직금을 받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넣고, 목요일마다 독촉의 전화를 이를 악물고 걸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예정을 보면서 예전에 나도 퇴직금 문제로 노동부에 신고했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애주가의 결심>에서는 50여 가지가 넘는 술이 등장한다. 아마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술 종류 만큼이나 각자에게 주어진 다양한 삶의 애환을 가지고 사는 고달픈 청춘들에게 술잔을 주고받으며 한 잔의 위로를 건네주고 있었다.

▶ 밑줄긋기

 

 

나라는 존재가 무한히 작게 느껴져 허둥대던 기억이 내게도 있었다. 이럴 바에는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충동으로 범벅이 된 기분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나는 허겁지겁 술을 마시고 취기에 기대 실실거리며 그 순간을 넘겼다. 하지만 엉망으로 취한 뒤에도 그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면, 술잔을 들 기력조차 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부정적인 연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더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애써 잠을 청했다.

 

 

활력이 넘치는 웃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들이 함께 웃는 시간의 유효기간에 대해 몽상했다. 몇 해 뒤에는, 혹은 고작 일이 년이 지난 뒤에는 지금 한자리에 모여서 웃고 있는 사람들의 관계가 소원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이 그들의 인생에서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추억으로 남을지도 모르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누군가의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한때를 스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시각에 따라 절대적으로도 볼 수 없고, 상대적으로도 볼 수 있는 어떠한 갭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배짱은 스스로 느끼기에도 어떤 날은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는 그 차이가 결정적인 순간에 벽처럼 눈앞을 가로막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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