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맛 멋
김혜나 지음, 김현종 감수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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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맛 멋> 작품은 자칭 술을 좋아하는 애호가인 김혜나 저자의 에세이다. 그녀는 작품을 통해 술의 이론과 역사를 많이 다루는 대신 우리 술의 다양한 맛을 소개하고 나선다. 저자는 술을 좋아하지만 음주는 주 2회 두 잔 정도로 제한하며 건강을 챙긴다. 우리나라 국세청은 주류의 종류를 총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주정, 두 번째는 탁주, 양주, 청주 등 발효 주류 세 번째는 소주 위스키 등 증류주류, 네 번째는 기타주류이다. 이 많은 술 종류 중에 당신은 인생술은 찾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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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기운 내린 강쇠' 이름도 어려운 이 술은 저자가 찾은 인생술이 되었다. 지리산 기운 내리 강쇠의 술은 거나하게 차린 한정식보다는 단출하게 차린 주전부리가 어울리며, 사람의 손으로 직접 빚는 막걸리 술 '꽃잠'은 조금씩 홀짝이기보다는 쌀밥을 한 수저 듬뿍 떠서 입안 가득 채우고 씹듯이 커다란 잔에 따라 벌컥벌컥 마시는데 좋다고 권한다. 좋은 술을 맛보던 저자는 술 종류에 따라 술의 맛과 향, 질감, 문학작품, 연상되는 캐릭터 등을 서술하고 나선다. 서울의 술 삼해 소주를 앞에 두고는 나라 잃은 시인의 눈물방울과 닮았으며, 삼양춘 탁주는 황순원 단편 소설 <소나기>를 떠올리며 들꽃마냥 맑고 향긋한 소녀와 소년의 마음에 굵고 강렬하게 멀어져 내리는 소나기와 닮았다 표현한다. 제주의 맑은 바당의 술은 색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떠올리며 뫼르소를 내리쬐는 한낮의 태양을 닮았다고 말하는데, 필력 내공에 저절로 경애하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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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나는 주변 사람이나 환경의 자그마한 변화에도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였다. 어머니의 목소리 톤이 조금만 차가워지거나 나를 대하는 친구의 태도가 조금만 쌀쌀해져도 홀로 오만가지 상상을 하며 괴로워했다. 예민한 성격은 타고나는 것일까? 왜 이토록 매사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행동하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P074) 등과 같이 나의 기질에 대하여 써놓은 듯한 구절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저자와 나는 많은 부분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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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에 딱 한 번 빚을 수 있는 수작업으로 일일이 작업하는 '삼해 소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우리 술 교육을 해오며,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술을 빚는 오산 양조장 등 <술맛멋> 작품을 통해 다양한 우리 술의 종류와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 등 배경지식을 습득하게 되어서 좋았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술이 김혜나 작가를 관통하면 깊은 풍미의 술로 변화는 과정을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술을 좋아하는 애호가에게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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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풍경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35
E.T.A. 호프만 지음, 권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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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기이한 단편 이야기들이 실린 ETA의 호프만 저자의 <밤 풍경>이다. 저자는 19세기 초 활동한 독일의 낭만주의 작가로서 낮에는 유능한 법관으로 밤에는 예술가로서 꽤 성실한 삶을 살았다. 저자의 작품은 대체로 비 현실성과 환상 성을 극단으로 몰며 인간의 나약한 측면을 파고든다. 여태까지 읽어온 문학과는 확실히 다른 결로였다.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는 몽환적이고,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포와 섬뜩한 감정들이 공존하지만, 저자의 유머와 풍자가 더해져 독자들의 환호를 충분히 끌어낸다. 고독한 가을밤에게 무더운 여름밤이 조금씩 자리를 내어주는 지금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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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머리에 실린 단편은 호프만의 대표작 <모래 사나이>다. 나타나엘의 유년 시절 ' 모래 사나이'로 불리는 변호사 코펠 리우스가 있었다. 어느 날 나타나엘의 아버지와 코펠리우스가 비밀스러운 실험을 하는 도중 일어난 폭발 사고로 인해 코펠리우스 아버지는 사망하게 된다. 대학생이 된 나타니엘은 코펠리우스와 비슷한 청우계 행상 주세페 코폴라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약혼녀인 클라라는 코펠리우와 코폴라는 단순히 나타니엘의 내면에 존재하는 환영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나타니엘은 받아들이지 못한 채 광기에 사로잡혀 정신병원에 실려가는 지경까지 이른다. 내면의 세계가 붕괴된 인간이 외부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내면 세계에 투영 될 경우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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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니엘과 비슷한 광기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서원>에 등장하는 폴란드 백작의 딸 헤르메네길다이다. 그녀는 연인이었던 슈타니슬라우스가 총에 맞아 죽게 되자 자신의 탓이라며 끊임없는 불안에 시달리면서 밤마다 공원을 배회하던 어느 날 슈타니 슬라우스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촌 동생 크사버가 나타난다. 헤르메네길다는 크사버를 슈타니슬라우스로 착각하며 저지른 자신의 행동에 대해 수치심을 느낀다. 크사버는 슈타니슬라우스가 전하지 못한 말들을 헤르메네길다에게 전해주고, 헤르메네길다는 점점 기이한 상태로 빠져들며 임신하게 되는 상황을 맞닥뜨리며 속죄를 하겠다는 의미로 자신의 얼굴을 아무도 보이지 않는 서원을 해버린다. 개인적으로 서원을 하는 헤르미네길다도, 딸의 행복보다는 가문의 명예를 지키려고 하는 그녀의 아버지의 행동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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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은 몰입도가 정말 좋은 <이그나츠 데너>이다. 사냥꾼이었던 안드레서의 집에 상인의 신분을 가장한 데너가 묵게 된다. 집안에는 안드레서의 아내 조르지나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누워 있었는데, 테너는 가지고 있던 묘약을 꺼내어 조르지나를 치료해 주었고, 금화와 장신구를 안드레서의 부부에게 선물하였다. 데너로 인해 하찮은 살림살이는 완전히 달라진다. 하지만 데너가 도적 때의 수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안드레서는 데너로부터 유혹과 협박을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밖에도 예술가의 존재를 다루는 <G 시의 예수회 교회>, 예술적 재능을 상실한 여가수 베티나의 좌절 이야기를 담은 <상투스>등 총 8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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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에 따르면 밤 풍경의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인간이 처한 부자유, 불가해하고 섬뜩한 것이 인간에게 가하는 위협이라 말한다. 작품 안에서는 인간의 정신적, 심리적으로 파멸시키는 것에 치중을 두었지만 인간 실존에 위협되는 것들은 기후 환경이 될 수도 있고, Al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프만의 서술 방식은 서술자의 입을 빌려 말을 하는 등 이야기 속에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고도의 집중을 요하며 읽기를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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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 I-II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1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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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하고 전위적이라는 평을 받는 욘 포세 작가의 작품 중 멜랑콜리아 작품을 읽게 되었다. 작품은 삶이라는 주제를 아주 압축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작품을 읽는 독자는 모호함이라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의식의 흐름을 타고, 타고, 나는 완독을 마쳤다. 서술의 형식이 매우 독특하다. 단어와 문장이 계속 반복되고 있어 리듬감 있는 문장처럼 구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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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Ⅰ에서는 불안과 의심, 편집증적 망상 속으로 침잠한 주인공 라스 헤르테르비그가 등장한다. 그는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의 유명한 교수 한스 구데의 제자이며 예거호프슈트라세 에 자리한 빙켈만 씨의 집에서 하숙을 하고 있다. 라스는 한스 구데를 만나 자신의 그림을 평가받아야 하지만, 한스 구데가 평가하는 소리를 들을 자신이 없던 라스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한스 구데를 만나러 가지 않는다. 또한 그는 빙켈만 집안의 딸, 헬레네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자신과 연인 사이라는 망상에 빠진다. 빙켈만 씨는 헬레네와 연인 사이라고 주장하는 라스를 집에서 내쫓아 버린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어느 날 라스는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서 헬레네의 환영을 본 이후 탈출 계획을 세운다.


멜랑콜리아 Ⅱ는 올리네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녀는 바닷가의 가파른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 집에서 홀로 살고 있다. 시그네로 부터 올리네의 혈육인 남동생 쉬버트가 건강이 많이 악화되었으니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올 것을 부탁했지만 끝내 올리네는 앓고 있던 치매로 인해 쉬버트와의 마지막 작별 인사는 나누지 못하였다. 멜랑콜리아 Ⅰ-Ⅱ 사이에는 작가 비드메의 하루가 짧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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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아픈 라스가 정신 병동에 입원하는 동안 했던 행위와 생각들은 읽는 독자들을 조금 불편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지만 타인의 평가에 대한 민감하게 되는 측면과 누군가 짝사랑을 하게 될 때 나를 좋아하는 걸까?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 머릿속에서 고민하게 되는 상황들은 주인공인 라스에게 이입이 되는 계기가 된다. 누구나 의식 속에서는 다양한 생각들을 하기 마련이니까. 개인적으로 라스보다는 올리네 화자에 감정 이입이 훨씬 잘 되었다. 누구나 치매에 걸릴 수 있고, 우리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이해를 하는 입장에서 이해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 놓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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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작품이었고, 올리네가 생선의 눈알이 된 것 같았다.라는 대목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어 주었으며 나이가 들었을 때의 삶을 샅샅이 다 아는 젊은이들은 없다는 문장 앞에서 삶의 속성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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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 I-II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1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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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포세의 심오함이라니 감내 하고픈 열망이 일어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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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퀸의 대각선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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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이 살아온 과정 속에서 혹은 타인과 자신과 관계 안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물론 스스로가 만들어낸 신념에 대해 평가를 하거나 탈피하는 일 드물다. (나 또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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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작품에서는 함께하는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과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의 숙명적인 대결이 1부 2부에 걸쳐 펼쳐진다. 전직 스파이였던 두 친구는 황혼에 다시 재회를 하며 상대의 철학과 세계관을 인정해 주는 시간의 장을 가진다.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깨우치게 되는 일들이 존재한다. 니콜과 모니카는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이상은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존재하므로 한쪽으로 전적으로 옳은 일이나 틀린 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황혼에 이르러서야 깨닫는다. 인간은 누구나 살면서 라이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상대가 가족이 되기도 하고, 친구 혹은 동료가 되기도 한다. 대학시절 나에게도 교수님들이 만들어준 운명적인 라이벌이 있었다. 나는 단 한 번도 성적으로 그 친구를 이기지 못했지만 먼 훗날 그 친구는 나의 부하 직원이 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경쟁을 이어가던 시절에는 너덜 해진 마음을 부여잡고 눈물 흘린 적 많았으나 좋은 경쟁은 나에게 많은 이로운 점을 가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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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체스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니콜과 모니카는 국제 정치 무대에서 격돌하기 시작한다. 덕분에 20세기 후반 세계사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체스 게임을 비롯하여 국제 정치 무대에서 격돌을 다루는 주인공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점에서 좋았다. 세기가 바뀌면서 여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고전 문학을 읽다 보면 대문호가들이 가지고 있던 여성들에 대한 인식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한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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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팔꿈치로 전동 휠체어로 조작해 타고 다니는 절단 장애인 질은 시위를 마친 군중들이 한꺼번에 전철역으로 들어오는 순간 밀려 넘어져 사람들에게 밟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큰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저자는 군중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라는 사실에 주목하였고 [퀸의 대각선] 작품이 탄생되었다. "그런데도 전 세계가 집단 최면에라도 걸린 듯 그걸 믿고 있어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믿으면 거짓말이 진실로 둔갑하게 되는 걸까?(P202) 군중의 심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은 정말 드물다 생각한다. 탐구심과 유쾌함을 보유하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아름다운 결말을 예상을 하며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독자들을 향해 강력한 회오리를 한 번 더 선물한다. 비장하기도 하고, 낭만적이기도 햇다. 무더운 여름밤에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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