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풍경 을유세계문학전집 135
E.T.A. 호프만 지음, 권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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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기이한 단편 이야기들이 실린 ETA의 호프만 저자의 <밤 풍경>이다. 저자는 19세기 초 활동한 독일의 낭만주의 작가로서 낮에는 유능한 법관으로 밤에는 예술가로서 꽤 성실한 삶을 살았다. 저자의 작품은 대체로 비 현실성과 환상 성을 극단으로 몰며 인간의 나약한 측면을 파고든다. 여태까지 읽어온 문학과는 확실히 다른 결로였다.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는 몽환적이고,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포와 섬뜩한 감정들이 공존하지만, 저자의 유머와 풍자가 더해져 독자들의 환호를 충분히 끌어낸다. 고독한 가을밤에게 무더운 여름밤이 조금씩 자리를 내어주는 지금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다.

첫머리에 실린 단편은 호프만의 대표작 <모래 사나이>다. 나타나엘의 유년 시절 ' 모래 사나이'로 불리는 변호사 코펠 리우스가 있었다. 어느 날 나타나엘의 아버지와 코펠리우스가 비밀스러운 실험을 하는 도중 일어난 폭발 사고로 인해 코펠리우스 아버지는 사망하게 된다. 대학생이 된 나타니엘은 코펠리우스와 비슷한 청우계 행상 주세페 코폴라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약혼녀인 클라라는 코펠리우와 코폴라는 단순히 나타니엘의 내면에 존재하는 환영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나타니엘은 받아들이지 못한 채 광기에 사로잡혀 정신병원에 실려가는 지경까지 이른다. 내면의 세계가 붕괴된 인간이 외부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내면 세계에 투영 될 경우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나타니엘과 비슷한 광기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서원>에 등장하는 폴란드 백작의 딸 헤르메네길다이다. 그녀는 연인이었던 슈타니슬라우스가 총에 맞아 죽게 되자 자신의 탓이라며 끊임없는 불안에 시달리면서 밤마다 공원을 배회하던 어느 날 슈타니 슬라우스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촌 동생 크사버가 나타난다. 헤르메네길다는 크사버를 슈타니슬라우스로 착각하며 저지른 자신의 행동에 대해 수치심을 느낀다. 크사버는 슈타니슬라우스가 전하지 못한 말들을 헤르메네길다에게 전해주고, 헤르메네길다는 점점 기이한 상태로 빠져들며 임신하게 되는 상황을 맞닥뜨리며 속죄를 하겠다는 의미로 자신의 얼굴을 아무도 보이지 않는 서원을 해버린다. 개인적으로 서원을 하는 헤르미네길다도, 딸의 행복보다는 가문의 명예를 지키려고 하는 그녀의 아버지의 행동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은 몰입도가 정말 좋은 <이그나츠 데너>이다. 사냥꾼이었던 안드레서의 집에 상인의 신분을 가장한 데너가 묵게 된다. 집안에는 안드레서의 아내 조르지나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누워 있었는데, 테너는 가지고 있던 묘약을 꺼내어 조르지나를 치료해 주었고, 금화와 장신구를 안드레서의 부부에게 선물하였다. 데너로 인해 하찮은 살림살이는 완전히 달라진다. 하지만 데너가 도적 때의 수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안드레서는 데너로부터 유혹과 협박을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밖에도 예술가의 존재를 다루는 <G 시의 예수회 교회>, 예술적 재능을 상실한 여가수 베티나의 좌절 이야기를 담은 <상투스>등 총 8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해설에 따르면 밤 풍경의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인간이 처한 부자유, 불가해하고 섬뜩한 것이 인간에게 가하는 위협이라 말한다. 작품 안에서는 인간의 정신적, 심리적으로 파멸시키는 것에 치중을 두었지만 인간 실존에 위협되는 것들은 기후 환경이 될 수도 있고, Al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프만의 서술 방식은 서술자의 입을 빌려 말을 하는 등 이야기 속에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고도의 집중을 요하며 읽기를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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