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신이 살아온 과정 속에서 혹은 타인과 자신과 관계 안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물론 스스로가 만들어낸 신념에 대해 평가를 하거나 탈피하는 일 드물다. (나 또한 그렇다.)
[퀸의 대각선] 작품에서는 함께하는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과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의 숙명적인 대결이 1부 2부에 걸쳐 펼쳐진다. 전직 스파이였던 두 친구는 황혼에 다시 재회를 하며 상대의 철학과 세계관을 인정해 주는 시간의 장을 가진다.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깨우치게 되는 일들이 존재한다. 니콜과 모니카는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이상은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존재하므로 한쪽으로 전적으로 옳은 일이나 틀린 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황혼에 이르러서야 깨닫는다. 인간은 누구나 살면서 라이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상대가 가족이 되기도 하고, 친구 혹은 동료가 되기도 한다. 대학시절 나에게도 교수님들이 만들어준 운명적인 라이벌이 있었다. 나는 단 한 번도 성적으로 그 친구를 이기지 못했지만 먼 훗날 그 친구는 나의 부하 직원이 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경쟁을 이어가던 시절에는 너덜 해진 마음을 부여잡고 눈물 흘린 적 많았으나 좋은 경쟁은 나에게 많은 이로운 점을 가져주었다.
출발은 체스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니콜과 모니카는 국제 정치 무대에서 격돌하기 시작한다. 덕분에 20세기 후반 세계사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체스 게임을 비롯하여 국제 정치 무대에서 격돌을 다루는 주인공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점에서 좋았다. 세기가 바뀌면서 여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고전 문학을 읽다 보면 대문호가들이 가지고 있던 여성들에 대한 인식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한 경우가 많았다.
왼쪽 팔꿈치로 전동 휠체어로 조작해 타고 다니는 절단 장애인 질은 시위를 마친 군중들이 한꺼번에 전철역으로 들어오는 순간 밀려 넘어져 사람들에게 밟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큰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저자는 군중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라는 사실에 주목하였고 [퀸의 대각선] 작품이 탄생되었다. "그런데도 전 세계가 집단 최면에라도 걸린 듯 그걸 믿고 있어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믿으면 거짓말이 진실로 둔갑하게 되는 걸까?(P202) 군중의 심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은 정말 드물다 생각한다. 탐구심과 유쾌함을 보유하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아름다운 결말을 예상을 하며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독자들을 향해 강력한 회오리를 한 번 더 선물한다. 비장하기도 하고, 낭만적이기도 햇다. 무더운 여름밤에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