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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3월
평점 :

"상처 없는 사람 없어, 여기 다치고, 저기 파이고, 죽을 때가지 죄다 흉터야. 같은 데 다쳤다고 한 곡절에 한마음이냐, 그건 또 아니지만서도 같은 자리 아파본 사람들 끼리는 아 하면 아 하지 어 하진 않아."(P171)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외로움이 있다. 외로움이란 건 여러 사람과 무리 지어 있다고 해서 근본적인 외로움이 사그라들지 않듯이 단지 타인으로부터 물질적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메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일생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내면에 담겨있을 만한 사연과 각자의 외로움 아픈 상처들을 모조리 껴안고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무리를 형성한다면 어쩌면 기적과 감동이 찾아오지 않을까?
저자 하유지는 1983년 서울 출생으로 한국 경제 신춘문예에 장편 소설 <집 떠나 집>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 서른 셋>작품은 줄거리는 이 책의 주인공 영오는 참고사 편집자이다. 엄마가 폐암으로 돌아가시고, 나서는 영오는 집을 나왔다.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추석 이틀 전 오후에 돌아가셨다. 무남독녀였던 그녀는 혼자 장례를 치른다. 영오는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죽기까지 사 년 동안 아버지를 예닐곱 번쯤 만나러 갔다. 영오 아버지는 생긴지 반백년은 됐다는 중학교에서 경비 일을 했다. 아버지의 유품으로는 보증금 천만 원과 세 사람의 이름( 홍강주, 문옥봉, 명보라)과 연락처가 적혀 있는 수첩이었다. 처음에 영오는 빚쟁이들인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수첩 속에 적혀있는 아버지가 경비원으로 일했던 학교의 교사인 홍강주를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두 명을 찾아 나서는데 그 과정을 그린 이야기.
치킨 가계를 열어 큰 성공을 한 신여사는 12월 31일 오후에 딸인 미지와 남편을 집에서 쫓아내어 예전에 살던 집 개나리 아파트로 쫓아낸다. 미지의 아빠는 12월 31일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였고, 딸인 미지는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겠다며 선언했기 때문이다. 미지는 국어 문제집에서 재미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책 뒤쪽에 적힌 번호를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받은 사람이 오쌤, 오영오였다. 그 뒤로도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기도 하며, 마음에 드는 문제를 칭찬하기도 하며 전화를 거는 횟수가 늘어난다. 미지는 아파트 발코니에서 고양이"버찌" 발견하게 되는데, 그 고양이 주인은 옆집 703호 두출의 할아버지였다. 미지는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면서 용돈벌이를 시작하는데,,
죄지은 사람이 자기 죄를 깨달을 때처럼 경건하고도 슬픈 마음이 되었다. 사람은 언제 슬픈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때, 따뜻한 살과 살을 맞대며 이또한 식으리라 인정할 때.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상처를 입고 똑같은 진물을 흘리며 똑같은 슬픔을 몇 번이고 반복하리라 예감할 때. 그때 나와 너의 연약함, 우리의 숙명 앞에 경건해진다. (P183)
주인공 영오는 길고 외로우리라고 짐작되는 삶을 옷장 속에 간직한 여자였다. 외로움이나 환멸은 털 달린 모자처럼 옷장에 떼어놓은 채 산책이라도 나가고 싶은 여자였다. 서른셋 해 동안 5분도 진정으로 아버지를 이해해본 적 없던 영오가 아버지를 알던 사람 강주에게 담배와 폐암. 엄마와 형 병원 죽음 등 공통점을 발견하고, 자신의 숨겨진 아픈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 아버지 수첩에 적혀있던 홍강주. 문옥봉, 명보라. 옥봉은 자신을 대신하여 잘린 삶의 단면에 덕배를 이들에게 맺어놓는다. 이들은 몇 달 전만 해도 서로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이름만 아는 사이였지만 이제 다 같이 모여 여행을 간다. 영오는 생각한다. 아버지는 왜 이들을 수첩에 적어놓았을까 하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영오이면서 미지이기도 하다고, 이제 괜찮다고 곧 괜찮아질 거라고, 당신은 결국 우리니까 우리를 함께 나아가는 것이라고,
"하루 살면 하루치만큼 부끄러움이 쌓이는 것 같아"(P214)
나에게는 나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주변에 널려있다. 하지만 이 책의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아픔을 나누지 못한 채 서로가 가진 상처의 크기와 밀도를 과시하기 바쁘다. 아마도 과거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는 힘은 비슷한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의 관계가 긍정적일 때 상호보완이 이루어질 때 상쇄되는 것인가 보다. 어떤 큰 깨달음을 주는 책은 아니었지만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면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정목 스님이 말했다. "타인으로 인한 고통을 끝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기의 관점과 태도의 변화라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사람의 본성이라고 하지만 어리석은 '나'는 자꾸 해석을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이상하게 하는 버릇이 있다. 사람을 안다는 건 참 어렵고, 이해한다는 건 더 어렵다는 사실. 그럼에도 희망과 기적을 이야기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