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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곽정은 지음 / 해의시간 / 201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019년 봄 곽정은 에세이 집이 출간되었다. 나는 브라운관으로 그녀를 보았다. 소신 있는 발언과 당돌하면서도 멋지게 관록을 뽐낼 줄 아는 여성이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모습들. 걸크러쉬였다. 그녀의 화술에 녹아내려 <연애의 참견>이나 < 마녀사냥> 애청자가 되기도 했다.
한국 사회에는 개인의 행복론이 있어야 할 자리에 너무 많은 사회적 당위가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여성은 더 이른 나이에 더 강력한 압박을 경험한다. 서른 살의 남자는 이제 시작하는 나이로 여겨지지만. 서른 살의 여자는 그렇지 않다.(P35)
하지만 10년이 지나 내가 내 인생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 진실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내가 거부한 것은 가족이라는 가치가 아니라 낡은 가부장제라는 시스템 자체였다는 것. 한국 사회에서 여자가 하는 결혼은 그 시스템으로 자유롭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 (P278)
2009년 그녀는 온전히 나로 존재하기 위해 시스템이 주는 안정을 포기하고 그녀는 홀로서기를 했다. 그로부터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현재 2019년 봄 그녀는 정서적으로도 사회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냈다. 이 작품은 지난 10년을 회고하며 혼자여서 괜찮은 인생을 살기 위해 애쓴 날의 기록물이다. 나는 솔직하면서도 대범한 곽정은 작가를 보면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이 가지고 싶은 모습들을 많이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다음과 같은 속담들이 있다. "여자가 셋이 모이면 그릇이 깨진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에 대한 인식은 대부분 여성보다 남성이 더 우월하다는 성 고점 관념들이 바탕에 깔려있으며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남자가 더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 사람들은 그녀를 향해 누군가는 '가정을 깬 여자'라고 칭했고, '이혼한 주제에'라는 말들을 서슴없이 표현했고. 그녀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조차도 이혼은 그녀를 쉽게 재단할 수 있는 소재가 되었다.
엄마 아빠가 남겨준 외로움이라는 감정적 유산을 어찌할 바 몰라 인생의 대부분을 방황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외로움이라는 유산이 내게 있었기 때문에 나는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숱한 방황도 했고 원치 않는 상처도 입었지만. 그렇기에 나는 외로움의 문제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고, 사람들에게 상처와 외로움에 대해 진심 어린 조언을 하는 일을 하게 되었으니까. 고통의 기억이 나를 더 성숙하게 했다는 데는, 내 안에 아직 살아 있는 그 어린아이조차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 그 아이가 완벽하게 떠나갈 때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P107)
1장<그렇게 어른이 된다>에서는 사소하기에 지나쳤던 것들에 대하여 다시 깨닫는 것에 대하여 말한다. 2장<나에게 나를 맡긴다.>은 그녀의 이면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이혼 이외에 그녀의 또 다른 아픔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 시절 그녀는 너무 많이 방치된 채로 성장하게 된다. 밥은 굶지 않았지만 아빠를 제외한 나머지 밥상머리에 늘 불안에 떨었으며, 학교는 다녔지만 부모님은 12년간 한 번도 학교에 온 적이 없었다. 밥은 얻어먹었지만 정서적으로 기아 상태에 있었다는 걸. 서른을 훌쩍 넘긴 후 자신의 인생에서 경험한 문제들이 그때의 아픔을 해결하지 못해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스스로 극복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나 역시도 어린 시절 혼자 방치된 경험들이 많고, 30대를 접어들면서 불안했으며 항상 누군가에 사랑받기 위해 애쓴 경험들이 남아 그녀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감정이입이 되었다. 3장 <사랑의 색다른 완성>에서는 브라운관을 통해 연애 카운슬링을 해오듯이 사랑에 조언하고 있으며 4장 <혼자일 권리>에서는 축소되지 않는 확장된 삶을 살기 위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5장<세 가지 삶>에서는 즐거운 삶, 몰입하는 삶, 의미하는 삶, 삶의 의미에 대하여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