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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 : 2009-2018
신수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3월
평점 :

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를 응원하기 위해 2009년 9월 만든 손바닥 문학상은 올해 열 살을 맞이했다. 09년도부터 2018년까지 수상작품을 담은 수상작품집이 출간되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마음을 번거롭게 만드는 이 이야기들이 원망스럽고 또 고맙다."라는 심사평을 남겼다. 손바닥 문학상은 나에게는 무척 생소했다. 책에 등장하는 작가님 역시도 낯설다. 작품마다 해설이 실리지 않아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우리 사회를 다루고 있는 어두운 면을 비추는 작품들이기에 몸속으로 하나씩 통과하는 과정에서 급격하게 당을 찾기 시작했다. 읽는 내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었고, 소화 시켜내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노동의 문제, 성소수자, 소외계층의 시대의 자화상, 인종주의. 등 여러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나는 이상하게 노동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수상작들에게 마음을 내어주었다. 언어 유희를 부리는 작가도 많았다.
신수원 작가의 <오리날다.> 똥을 담을 바구니가 휘청휘청 줄을 타고 내려가고 있다.라고 시작되는 소설은 여성노동자의 고공농성을 다루고 있다. 비정규직이었던 여성 노동자 "나"는 동료들과 함께 철탑 위에서 농성을 시작하지만 연체 고지서의 압박과 앞날의 불안 앞에서 대오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녀가 무엇보다도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고립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배설물들을 정성 들여 처리하여 바구니에 내려보냈는데 그 광경은 난간에 서있는 자신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었다. 지나가던 여섯 살배기가 엄마에게 "엄마 저 사람들 왜 저래?"라는 질문에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얼굴을 가리고 "너도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돼. 알았지?라고 말하며 얼른 자리를 떠난다. 아침 해가 뜨자 동료들은 계열사 앞과 국회 앞으로 농성 일정을 소화하러 가던 도중 모두 체포되었고, 혼자 남아 있던 '나'는 철제 난간을 강제 철거하러 온 사복 차림의 형사를 맞닥뜨리는 데, 해고된 억울함과 여자로서의 배변 문제에 대한 모멸감과 수치심에 대하여 미묘한 갈등을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 또 "너도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돼."라는 아이의 엄마의 말이 뼈아프게 들렸다. 노동자의 농성 현장을 보며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시선보다 노조는 이기주의 집단이라는 시선으로 그들을 매도하기 바쁜 것이 우리 사회의 현 모습이 아닐까?
최준영 작가의 <파지> 에서는 하루아침에 비정규직이 된 예서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의 배경은 사이테크 회사다. 사이테크 회사에 딸린 생산 공장을 파주에서 오산으로 옮기게 되면서 생산직 직원이었던 예서는 하루아침에 전근을 가야 하는 신세가 된다. 생산직 직원들은 이 모든 것이 외주화를 위한 발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몇 명이 모여 파업을 도모한다. 예서도 파업에 참여했는데 사이테크 회사의 회식이 있던 날 인사팀 과장이 발령-영업팀이라는 쪽지를 예서에게 건네다. 예서는 사무직원으로 일하는 전철과 연인 사이였는데 파업을 하고 있는 예서로 인해 전철은 사무실에서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버린다. 결국 화가 치밀어 오른 전철은 예서에게 자신의 상황과 처지를 설명한다. 예서는 자신의 상황이 진철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고, 결국 파업의 조끼를 벗고 영업팀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영업팀 직원들은 예서를 따돌리고, 허드렛일을 시키며 사무실에서 굴러다니는 파지 취급을 한다. 결국 예서는 피켓을 들고, 다시 파업 행렬에 나섰지만 파업 현장에서도 예서는 배신자라는 이유로 이방인이 되어 버리고 마는데,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 사이에서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갑'과 '을'을 만들어 인격적 모멸감을 주는 사회의 관행에 인간의 지저분한 본성이 불편하게 만든다. 이방인이 된 예서에게 생산팀장은 삭발식에 동참하면 다시 받아줄게라는 제의를 하고 결국 예서는 너무 외로워 머리를 밀고 마는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존엄 앞에 외로움이란 감정은 이토록 취약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노동의 문제를 담고 있는 장임혜경작가의 <비니>다. 너무나도 슬퍼서 마구 눈물이 났다. 특성화고 담임이었던 '나'는 며칠째 나오지 않은 경호가 걱정되어 집에 방문하게 된다. 경호의 아빠는 과실로 교통사고가 났고, 손해 배상비로 전 재산이 들어갔으며 같은 사고에서 아버지도 다쳐서 엄마가 요양 간호사를 하며 돈을 벌어 아버지 병원비를 대고 살고 있었다고, 엄마는 남자가 생겨서 얼마 전에 짐을 싸서 나가버리게 된 경호의 사정을 듣게 된다. 특목고 3학년이 된 경호는 지게차 자격증을 취득했다. 경호는 포장 묶음을 차로 옮겨 쌓는 일을 하기로 하고 실습을 나갔지만 생수 공장에서 기계를 보는 일을 혼자 도맡게 되었다. 정규직원이 경호에게 5일 동안 기계 고치는 법을 알려주더니 퇴사해버리고, 경호는 지도자가 없는 현장 실습을 하게 된다. 하루는 안전장비도 없이 기계를 고치다 갈비뼈에 금이 갔지만 치료를 끝내지도 못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포항에서 규모 4.5 강진이 일어나던 날. 멈춘 기계를 수리하고 나오던 순간 압착기와 컨베이어 벨트 사이에 경호는 목과 가슴이 끼었다. 결국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겨 결국 잿빛 가루가 되어버렸지만 회사는 사고의 책임을 경호에게 돌리는데,
내가 근무하는 공장을 비롯해 몇몇 제조업체에 매년 대학교 학생들이 실습을 나온다. 3D업종의 제조업체의 특성상 연배가 계신 분들이 참 많이 계시는데 그중에는 "힘든 일을 시켜야 돈 귀한 줄 안다' 는 낡은 생각으로 생산 제조 LINE에 교육도 없이 바로 투입 시키는 경우들을 자주 목격한다. 현장 실습생들의 연이은 사고 뉴스들이 보도되기 시작하다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은 폐지되었다.
우리는 태생부터 불공평하게 출발한다.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삶은 한정적인 사람들만 누릴 수 있도록 인생은 설계되어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보다 약하고, 힘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을 나누며 연대를 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나의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약자가 되었을 때 최소한 사회적 보장이라도 누릴 수 있고, 누군가가 우리의 이야기들을 귀담아 들어줄 테니까. 또한 지속적으로 우리가 문학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나의 중심에서 바깥의 사람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