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 - 완벽하지 않은 날들을 살면서 온전한 내가 되는 법
변지영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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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더 잘하지 못할까? 나는 왜 이것도 저것도 힘들어할까? 어떤 하루는 내 모습이 괜찮았다가. 또 어떤 하루는 괜스레 내 모습이 못마땅하다. 내가 가진 취약점을 발견하게 되면 맞설 용기보다 회피하기 바쁘다. 타인에게 나의 민낯을 적나라에게 까발려지는 일은 생각만 해도 무척이나 부끄럽고, 불편한 일이다. 나는 로봇이 아니라 생각과 판단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가장 무례한 사람이 되는 일을 자처하고 있다. <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작품에서는 나와 비슷한 분류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근본적인 원인을 명확하게 짚어주며, 해결법을 제시한다. 짧은 아포리즘으로 구성되어 있고, 짧은 호흡으로 읽기에도 편하다. 심리 에세이지만 전문용어들이 난무하지 않고, 내용이 간결하다.

이 책은 총 7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 <내가 알고 있는 나는 내가 아니다>에서는 스스로가 어떤 단어로 규정짓는 것을 멈추고, 따뜻하게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수용할 것을 권한다. 2부 <자기 자신과 잘 지내는 법>에서는 자기 자신을 가장 괴롭히는 적은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임을 인정하는 것, 또한 경험하는 내용에 치우치기보다는 맥락으로 상황을 볼 수 있기를 말한다. 또한 억지스러운 자기애나 우월감으로 씁쓸한 내용을 덮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나를 대하는 태도부터 고치길 권한다. 3부 < 그 사람에게서 나를 본다>에서는 나 자신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명확하게 볼 때. 타인의 느끼는 고통이나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며 여러 관계도를 잘 이어가려면 어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부<욕망은 밖에서 오는 것>에서는 욕망은 밖에서 온 것이며, 욕망의 타자 성과 모방성에 무지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다룬다. 5부 <마음은 원래 비어 있다>에서는 낚임에 대처하는 방법과 생각의 내용에 속지 말고, 내가 만들고 있는 '거리'혹은 '틈'에 주목하기를 권하며, 동시에 마음과 생각을 잘 다스리는 방법에 관하여 소개한다. 6부 <더 이상 의지 때문에 애쓰지 말 것 >에서는 자기조절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살펴본다. 동시에 어떤 일에 대한 각자의 해석과 반응은 심리적인 거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7부 <나는 매일 조금씩 선명해진다>에서는 조금 더 나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좀 더 나은 삶을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우리에게 취약성이 없다면 애초에 관계라는 것이 불필요했을 것이다. 취약하기에 우리는 연대를 맺는다라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스스로가 자신을 따뜻한 호기심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심리적인 유연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면밀히 검토할 수 있을 때 조금씩 선명해질 수 있다는 책의 결론이 마음에 든다. 이 작품의 내면의 나와 화해할 수 있는 시간의 장을 마련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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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나의 자서전 - 김혜진 소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4
김혜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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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모님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다. 부모님의 보유한 재력이나 환경에 의해 인생의 출발점이 다르다. 시작의 출발점은 한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김혜진 작가의 <불과 나의 자서전>작품에서는 재개발을 둘러싼 주거로 인한 차별을 그린다. 지난 2009년도 서울 용산에서 철거민 농성 진압 과정 중에 화재가 발생하여 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사회의 단면을 다룬다.

홍은 남일동에서 태어나 자랐다. 조달청에서 근무한 아버지의 월급으로는 늘 빠듯한 형편이었고 홍의 어머니는 이따끔씩일을 하러 나갔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주한 것은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놀고 있는 딸 홍이였다. "네가 가겟집 얘도 아니고, 보살피는 부모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길바닥에서 놀고 있어?라며 나무란다. 아버지가 경매에 낙찰된 집이 중앙동으로 편입되면서 홍의 가족은 자연스럽게 남일동을 벗어난다. 홍의 아버지는 남일동에 살았던 시절을 완전히 잊은 사람처럼, 처음부터 중앙동에서만 살아온 사람처럼 행동했다. 어머니 역시 달산 사태 이후 어쩔 수 없이 몇 년 그 동네에 있었던 거지 남일동에서 살았다고 할 수도 없다며 냉랭하게 말한다.

알레르기가 있던 홍은 알레르기 약이 꽤 효험이 있는 남일동에 있는 약국에 들렀고, 남일동으로 이사 온 싱글맘 주해와 수아를 만나게 된다. 주해는 특유의 긍정함과 단순함,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추진력과 실행력을 가지고 있었다. 주해는 집 앞 골목에 가로등을 세우기 위해 구청을 일곱 번이나 찾아갔으며, 남일동에 위치한 달삼 꼭대기까지 마을버스정류장을 신설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로부터 청원서를 받으러 다닌다. 사람들은 그녀를 향해 경계심 어린 눈초리로 무례와 몰상식이 몸에 밴 인간들처럼 굴었다. 하지만 주해는 남일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 남일동에 빛을 들여오기 위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한다. 수아는 남일동에 산다는 이유로 거리로 보면 가까운 중앙동 쪽 초등학교가 아닌 버스를 타고 네댓 정거장을 가야 하는 미성 초등학교에 입학 배정을 받게 된다. 어느 날 남일동에 재개발 추진 위원회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조합원 사무원으로 근무하게 된 주해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면서 모녀는 남일동을 떠나게 된다. 주해가 떠나자 다시 폐허처럼 남일동은 변해간다.

학교 배정과 관련해 입학 전에 이사를 가는 일들은 빈번하게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아파트의 브랜드나 혹은 평수에 따라 친구를 사귄다는 이야기들이 범상치 않게 들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중요하다. 내가 살고 있는 주거 공간은 내가 가진 자본을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대상이 된다. 자본주의 구조상 천만 원 가진 사람이 이천만 원을 버는 일보다. 백원을 가진 사람이 천만 원을 버는 일은 더 힘들다. 도로 하나를 두고, 수천만 원이 오르고 내리는 현실 앞에 재개발은 희망의 빛줄기다. 수아가 난민으로 불리는 것을 알면서도 재개발 사업에만 집착한다. 자신이 저지른 사건의 책임보다 재개발 추진위로부터 배제를 당할까 봐 걱정하며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주해를 보며 홍이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홍은 수아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부모와 오버랩 되고, 알레르기가 다시 도진다. 어찌 되었든 미혼모에다 주거 공간도 없는 주혜보다 조금 더 나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홍이다. 집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현 사회의 모습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혜진 작가의 책은 늘 이렇게나 마음속 써늘함이 몰려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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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위로 -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강세형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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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금된 플라스틱 제품의 단면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면이 거친 사포로 출발하여 면이 고운 사포로 폴리싱을 꼼꼼하게 진행되어야 단면에 스크래치가 발생되지 않는 선명한 사진을 획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200번의 사포 폴리싱 후 600번의 사포를 제대로 폴리싱 하지 않으면 200번의 사포 자국이 그대로 남아버리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에게 난 상처들을 제대로 폴리싱 하지 못한 채 자국들을 끌어안고 살고 있다.

인간은 온전히 다른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서른이 넘어 알게 된 나는, 나의 상처나 나의 아픔이 나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시대 앞에서 타인에게 점점 드러내기가 두려워졌으며 마음속 상흔들은 점점 곪아만 갔다. 그렇다. 인간은 자신에게 난 상처들은 의미 부여와 과대해석을 일삼아 버리는 경향을 보이지만 타인의 상처와 대해서는 얄팍하게 형성된 잣대를 가지고, 판사 흉내를 낸다. 그로 인해 우리는 슬플 거나 힘들 때 누군가 건네 위로의 말에 더 불편해진 경험들이 있지 않은가? 강세형 작가는 작정하고 내뱉어진 의도된 말에서보다는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왔던 자신이 경험한 '희한한 위로'를 소개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건강하고 씩씩한 아이가 아니었다. 남들보다 작고 자주 앓는, 타고난 체력은 미달인 동시에 면역력도 떨어졌다. 사는 것도 벅찬데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자꾸 늘러가는 삶. 당장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 집순이, 작가님과 나는 많은 부분이 닮아있었다. 작가님 몸 안에는 태어날 떄부터'HLA -B51'라는 배체트 환자들에게서 많이 관찰되는 유전인자가 있었다. 진단을 받기까지 6~7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가벼운 구내염이라고, 잘 먹고 잘 자고, 자기 관리 잘하면 된다는 의사들 소견에 지쳐만 갔고, 자신이 아픈 이유는 스트레스가 전부구나! 자신에 대한 의심마저 짙어간다. 어느 날 희귀병 진단을 받고 나서 오롯이 자신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데에서 오는 위안은 글을 다시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도 분명 어딘가에 다 쓸모가 있어서 태어난 아이들이랍니다."(P097) 남들보다 많이 자고 많이 먹고 잘 쉬어야 그나마 저 뒤에서 꼴찌로라도 그들의 행렬에 따라갈 수 있는 그녀는 자신을 위해서 자신만큼 예민한 누군가를 위해 필요한 이야기를 주워 담고 있다. 그녀는 사회생활에서 알게 된 아웃사이더 성향을 가진 네 명을 만나 친구가 된다. 이들은 서로 힘듦을 부정하지 않고, 힘듦 배틀을 이어가며 우정을 다졌다. 강세형 작가는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오버하지 않는다. 나는 그래서 강세형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자전적 이야기와 자조적인 고백을 통해 자신의 마을을 발견한 강세형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무척 예민하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과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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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떡볶이로부터 - 떡볶이 소설집
김동식 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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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맛집을 찾아다닐 만큼 나는 떡볶이 킬러다. 떡볶이는 국민 간식으로 손꼽히며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조방앞 매운 떡볶이'를 좋아한다. 매운맛이 너무 강하고, 자극적이다. 위통이 나에게 안녕? 하며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보지만 나는 계속해서 찾게 된다. <당신의 떡볶이로부터 > 작품은 '떡볶이'를 소재로 열 명의 작가들의 소설을 엮은 글이다. <회색 인간>작품으로 유명한 김동식 작가를 시작으로 유니크한 작가님들이 많이 등장한다.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각양각색의 떡볶이를 만날 수 있다.

당신의 떡볶이는 어떤 맛인가? 김동식 작가의 <컵 떡볶이의 비밀> 작품은 화자인 '나'는 매일 하교길에 친구들과 함께 컵 떡볶이를 사 먹는다. 친구들의 컵에 담긴 떡볶이 숫자가 자신의 컵에 담긴 떡볶이 숫자보다 많다는 것을 알고, 울컥한 주인공이 그 이유를 찾아 나서는 보편적인 떡볶이 맛을 그렸다. 김서령 작가의 < 어느 떡볶이 청년의 순정에 대하여 >작품은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수정 씨에게 연정 시장의 명물이 된 떡볶이를 팔고 있는 철규 씨는 매일같이 큰 가방에 돈을 가득 넣어 찾아간다. 철규 씨는 한수정을 흠모하고 있었지만 한수정은 단단한 철벽을 친다. 어느 날 철규 씨는 가방에 망치를 넣어 한수정을 찾아간다. 잘못된 사랑이 불러온 비극을 그리고 있는 일화는 알싸한 맛을 가진 떡볶이 맛이 난다. 김민섭 작가의 <당신과 김말이를 중심으로 >작품은 주인공인 대학원생 K는 매운 떡볶이를 잘 먹지 못하지만 동료에 의해 매운 떡볶이를 먹는다. K의 대학원생 생활 역시 자의가 아닌 타이에 의해 흘러가는데, 순한 맛 떡볶이에 김말이 5개를 온전히 먹고 싶어진 주인공 K의 심경의 변화를 담고 있는 이야기는 맵싸한 떡볶이 맛이 생각난다.

 

김설아 작가의 <쫄깃쫄깃 탱탱의 모험> 작품은 떡볶이가 자신이 소멸되어 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고, 김의정 작가의 <유라 TV>작품은 떡볶이를 먹는 유튜버 크리에이터의 가혹한 현실과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당한 여성의 참혹한 일상을 다룬다. 정명섭 작가의 <좀비와 떡볶이>작품은 떡볶이로 인해 생겨난 부족의 시초를 그린다.

이처럼 떡볶이 하나로 현 사회에 이슈되고 있는 쟁점의 문제들을 다루며 묵직하게 흘러가기도 하고, 떡볶이 때문에 미래에서 과거로 오게 된 서복이, 떡볶이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 바람난 남편을 살해하기 위해 떡볶이를 배우는 주인공등 떡볶이 하나로 여러장르를 오고가며 독자들의 흥을 돋운다. 떡볶이는 양념 비율이나, 첨가되는 음식 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이 연출되곤 하는데 읽는 이의 감정을 다채롭게 톡톡 건드리고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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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마음
이두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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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출간한 이두온 작가의 <타오르는 마음>작품은 소설가 정유정과 미야베 미유키의 극찬을 받은 터라 기대감이 증폭된 상태에서 독서를 시작했다. 정확하고, 치밀한 묘사, 인간 내면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들이 나를 아프게도 했고, 나를 침잠하게도 만들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비말 마을은 대도시로부터 떨어진 2번 국도와 17번 국도가 교차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으며 지도에 표기조차 되지 않은 작은 마을이다. 이곳은 트레이너 기사들이나 운전자들이 쉬어가는 중간 거점지여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세대에서는 운전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생계를 꾸려 나갔다. 하지만 30년 전에 생긴 고속도로로 인해 비말 마을의 몰락의 조짐이 보인다. 9년 전 도시에 가기 위해 떠난 마을 젊은이들이 불에 탄 채 건조한 평원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영화계에서는 비말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소재로 <평원의 살인마>가 제작되고, 크게 흥행한다. 마을 사람들은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세트장을 철거하지 않고, 세트장 옆에 있던 2층 모텔을 사들여 살인마와 그에 희생된 자들의 죽음을 전시하는 <범죄의 역사> 박물관으로 개조한다. 그해 마을 축제에는 이천여 명의 사람들이 다녀갔고,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의 요구를 충족 시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행사와 자극적인 볼거리를 준비한다. 해마다 열리는 축제 초반에는 흥했다. 9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살인마는 잡히지 않았지만 살인마의 살해 방식은 고전적이라 평가된 이후 마을의 관광객은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평원의 살인마에게 딸을 잃은 나조씨와 '나'는 친구가 되고, 나조씨의 응원에 힘입어 '나'는 명망 있는 퀴즈쇼 탈출구(ESCAPEWAY) 나가게 된다. '나'는 유일하게 나조씨를 방청객으로 초대했고, 나조씨는 OX 퀴즈에서 정답이 O일 경우 '벤나,벤나'라고 응원하고, X일 경우 '고고 밴나'라고 응원하겠다고 '나'에게 말한다. 퀴즈쇼가 끝난 후 돌연 나조 씨가 살해된다. 전문가들은 그녀의 죽음이 살인마를 상기시킨다고 말한다. 나조씨는 죽기 전 내게 '고고 벤나'라고 말했다. '나'는 나를 죽인 건 살인마가 아니야로 해석했지만 경찰은 웬 다잉 메세지냐,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고 논리적 미약이라며 '나'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나'는 9년 전 일어난 살인의 유일한 목격자다. 하지만 사람인지, 괴물인지 모르는 몽타주를 그려내며 마을 사람들에게 미치광이 취급을 받고 있었다.'나'는 나조씨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신문기사로 접하게 되는데, 나는 과연 나조씨를 죽인 진범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주인공인 나 '밴나'와 마을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고 있는 가해자의 시점이 교차되며 서술된다. 추리소설인데 초반부부터 가해자가 나와서 당혹스러웠지만 거듭되는 반전 전개에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살인마를 내세워서 축제를 운영하거나, 살인마를 흉내 내며 시체를 유기하는 일도 저지른다. 이들에게는 법도 의미가 없고, 윤리도 죄책감도 낭비일 뿐이다. 저자는 인간에게 내재된 이기심과 잔혹성을 날 것 그대도 생생하게 전달하되 밴나라는 주인공을 통해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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