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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마음
이두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출간한 이두온 작가의 <타오르는 마음>작품은 소설가 정유정과 미야베 미유키의 극찬을 받은 터라 기대감이 증폭된 상태에서 독서를 시작했다. 정확하고, 치밀한 묘사, 인간 내면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들이 나를 아프게도 했고, 나를 침잠하게도 만들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비말 마을은 대도시로부터 떨어진 2번 국도와 17번 국도가 교차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으며 지도에 표기조차 되지 않은 작은 마을이다. 이곳은 트레이너 기사들이나 운전자들이 쉬어가는 중간 거점지여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세대에서는 운전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생계를 꾸려 나갔다. 하지만 30년 전에 생긴 고속도로로 인해 비말 마을의 몰락의 조짐이 보인다. 9년 전 도시에 가기 위해 떠난 마을 젊은이들이 불에 탄 채 건조한 평원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영화계에서는 비말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소재로 <평원의 살인마>가 제작되고, 크게 흥행한다. 마을 사람들은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세트장을 철거하지 않고, 세트장 옆에 있던 2층 모텔을 사들여 살인마와 그에 희생된 자들의 죽음을 전시하는 <범죄의 역사> 박물관으로 개조한다. 그해 마을 축제에는 이천여 명의 사람들이 다녀갔고,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의 요구를 충족 시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행사와 자극적인 볼거리를 준비한다. 해마다 열리는 축제 초반에는 흥했다. 9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살인마는 잡히지 않았지만 살인마의 살해 방식은 고전적이라 평가된 이후 마을의 관광객은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평원의 살인마에게 딸을 잃은 나조씨와 '나'는 친구가 되고, 나조씨의 응원에 힘입어 '나'는 명망 있는 퀴즈쇼 탈출구(ESCAPEWAY) 나가게 된다. '나'는 유일하게 나조씨를 방청객으로 초대했고, 나조씨는 OX 퀴즈에서 정답이 O일 경우 '벤나,벤나'라고 응원하고, X일 경우 '고고 밴나'라고 응원하겠다고 '나'에게 말한다. 퀴즈쇼가 끝난 후 돌연 나조 씨가 살해된다. 전문가들은 그녀의 죽음이 살인마를 상기시킨다고 말한다. 나조씨는 죽기 전 내게 '고고 벤나'라고 말했다. '나'는 나를 죽인 건 살인마가 아니야로 해석했지만 경찰은 웬 다잉 메세지냐,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고 논리적 미약이라며 '나'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나'는 9년 전 일어난 살인의 유일한 목격자다. 하지만 사람인지, 괴물인지 모르는 몽타주를 그려내며 마을 사람들에게 미치광이 취급을 받고 있었다.'나'는 나조씨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신문기사로 접하게 되는데, 나는 과연 나조씨를 죽인 진범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주인공인 나 '밴나'와 마을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고 있는 가해자의 시점이 교차되며 서술된다. 추리소설인데 초반부부터 가해자가 나와서 당혹스러웠지만 거듭되는 반전 전개에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살인마를 내세워서 축제를 운영하거나, 살인마를 흉내 내며 시체를 유기하는 일도 저지른다. 이들에게는 법도 의미가 없고, 윤리도 죄책감도 낭비일 뿐이다. 저자는 인간에게 내재된 이기심과 잔혹성을 날 것 그대도 생생하게 전달하되 밴나라는 주인공을 통해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