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금된 플라스틱 제품의 단면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면이 거친 사포로 출발하여 면이 고운 사포로 폴리싱을 꼼꼼하게 진행되어야 단면에 스크래치가 발생되지 않는 선명한 사진을 획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200번의 사포 폴리싱 후 600번의 사포를 제대로 폴리싱 하지 않으면 200번의 사포 자국이 그대로 남아버리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에게 난 상처들을 제대로 폴리싱 하지 못한 채 자국들을 끌어안고 살고 있다.
인간은 온전히 다른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서른이 넘어 알게 된 나는, 나의 상처나 나의 아픔이 나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시대 앞에서 타인에게 점점 드러내기가 두려워졌으며 마음속 상흔들은 점점 곪아만 갔다. 그렇다. 인간은 자신에게 난 상처들은 의미 부여와 과대해석을 일삼아 버리는 경향을 보이지만 타인의 상처와 대해서는 얄팍하게 형성된 잣대를 가지고, 판사 흉내를 낸다. 그로 인해 우리는 슬플 거나 힘들 때 누군가 건네 위로의 말에 더 불편해진 경험들이 있지 않은가? 강세형 작가는 작정하고 내뱉어진 의도된 말에서보다는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왔던 자신이 경험한 '희한한 위로'를 소개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건강하고 씩씩한 아이가 아니었다. 남들보다 작고 자주 앓는, 타고난 체력은 미달인 동시에 면역력도 떨어졌다. 사는 것도 벅찬데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자꾸 늘러가는 삶. 당장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 집순이, 작가님과 나는 많은 부분이 닮아있었다. 작가님 몸 안에는 태어날 떄부터'HLA -B51'라는 배체트 환자들에게서 많이 관찰되는 유전인자가 있었다. 진단을 받기까지 6~7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가벼운 구내염이라고, 잘 먹고 잘 자고, 자기 관리 잘하면 된다는 의사들 소견에 지쳐만 갔고, 자신이 아픈 이유는 스트레스가 전부구나! 자신에 대한 의심마저 짙어간다. 어느 날 희귀병 진단을 받고 나서 오롯이 자신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데에서 오는 위안은 글을 다시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도 분명 어딘가에 다 쓸모가 있어서 태어난 아이들이랍니다."(P097) 남들보다 많이 자고 많이 먹고 잘 쉬어야 그나마 저 뒤에서 꼴찌로라도 그들의 행렬에 따라갈 수 있는 그녀는 자신을 위해서 자신만큼 예민한 누군가를 위해 필요한 이야기를 주워 담고 있다. 그녀는 사회생활에서 알게 된 아웃사이더 성향을 가진 네 명을 만나 친구가 된다. 이들은 서로 힘듦을 부정하지 않고, 힘듦 배틀을 이어가며 우정을 다졌다. 강세형 작가는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오버하지 않는다. 나는 그래서 강세형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자전적 이야기와 자조적인 고백을 통해 자신의 마을을 발견한 강세형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무척 예민하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과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