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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일기 ㅣ 카프카 전집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유선 외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1월
평점 :

누군가가 작성한 일기를 훔쳐보는 일은 재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프란츠 카프카의 일기를 훔쳐보는 일은 단단한 마음가짐이 필요로 한다. 원주까지 포함하여 1000쪽에 이르는 방대한 이야기와 모호하고 글과 음울한 분위기까지 더해져 독자들의 정신의 넋을 놓게 만든다. 솔출판사에 발간한 <카프카의 일기>작품은 연도별로 구분되어 있지만 일기에 적힌 날짜는 순차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 카프카가 일기장에 날짜를 제대로 기입하지 않은 경우에는 <>안에 이탤릭 체로 병기되어 있다. 유대어, 히브리어, 체코어 등 카프카의 모국어 muttersparch인 독일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한 경우 카프카의 의도를 살리고자 원어 그대로 또는 원어 발음으로 표기하고 주석해서 해설하여 언어의 느낌을 살리고 있다.
카프카는 일기를 작성하면서 자신을 확인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일기의 장점으로 사람의 지속적으로 겪게 되는 변화를 명료하면서도 편안한 방식으로 의식하게 된다는 점을 꼽았다. 바쁘거나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날을 제외하고는 카프카는 일기를 꾸준히 작성한다. 카프카는 프라하에서 태어났지만 독일어를 사용했다. 독일어를 사용하지만 독일인도 아니었고, 유대인이지만 무신론자였다. 그는 어느 곳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이방인으로 고독한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의 대표작인 <변신>작품의 화자인 고르그레와 처한 상황이 등치 된다. 문단에서는 카프카에게 인간 운명의 부조리 와 존재의 불안을 극한으로 표현한 실존주의 문학 선구자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 그의 일기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보자.
카프카는 여러 날에 거쳐 한무리들로 인해 자신이 자라오면서 받아온 교육이 자신을 해롭게 만들고 망쳐놓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여기에서 한무리란 부모를 비롯한 친척들 선생님들이다. 그는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설명하는 대신 한무리들이 자신이 되어버린 인간과는 다른 인간으로 만들려고 했었다는 추상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사람이며 독선적이고 가부장적이었다. 반대의 성향을 지닌 카프카는 아버지의 마음에 들도록 노력하면서도 아버지로부터 받은 질책으로 인해 아버지를 향한 증오심을 키워나갔다.
카프카는 독일 문학을 배우고 싶어 하지만 아버지의 강압에 의해 법학을 전공하게 되고, 일반 보험 회사에 잠시 근무하다 1908년 보헤미아 왕국 노동자 상해 보험 회사로 자리를 옮긴 후로는 단축된 근무시간 덕분에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생활과 글 쓰는 일을 양분하며 지내게 된다. 보통은 오전에만 근무하고 아버지의 강요에 이기지 못한 어느 날 오후에 잠깐 공장에서 일을 하다 욕을 얻어먹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카프카는 이후 한 시간 동안 소파에 누워서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에 이른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커다란 욕구, 사실은 오늘 오후부터 계속 가지고 있던 커다란 욕구란, 내가 느끼는 이 두려운 상태 전체를 내 안에서 끌어내어 글로 쓰는 것, 그리고 또한 그것이 어떻게 심연에서 나와서 다시 저 종이의 심연 속으로 들어가는지 등에 대해서 글로 쓰는 것, 그래서 내가 글로 쓴 것을 나 스스로 다시 완전하게 내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그렇게 쓰는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을 계속해서 읽다 보면 이방인 같은 자신의 위치가 더욱더 그에게 불안과 초조함을 만들어 주는 것처럼 보인다. 카프카는 자신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불완전성으로 인해 괴로워한다. 그에게 나타나는 주된 증상 중 하나는 불면증이었는데 많은 연도에 걸쳐 일기장에는 잠 못 이루는 밤에 대한 호소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유령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또 다른 증상으로는 과대망상이다. 예를 들어 그는 머리를 자를 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사환이 심한 병을 인식할까봐 초조해하기도 하며, 자신이 아픈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언급한다. 카프카는 창작활동을 하며, 일기도 쓰고 친구들과 편지도 자주 주고받는다. 이처럼 카프카에게 있어 글쓰기란 유일한 탈출구처럼 빚 춰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글이 잘 안 써질 경우에 평소 앓고 있던 불면증이 더 심해지고 팽팽한 긴장감을 수반하기도 했다. 대체로 자신이 작성한 글에 만족하지 못하고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열망에 끊임없이 사로잡혀 있다. 그는 마치 도자기의 장인처럼 자신의 적어 놓은 글들을 태워버리기도 한다. 카프카는 숨을 거두며 친구였던 막스에게 자신의 모든 원고를 불에 태워달라 유언하지만 막스는 그의 유언을 들어주지 않는다. 카프카의 일기장에는 평소 이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세히 서술되어 있었다. 막스는 평소 카프카가 논문에 실릴 논문들의 순서를 결정하기 위해 자신을 찾아와 함께 의논하는 일을 유난히 좋아했다.
불행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는 건 독서다. 일기를 보면 카프카가 살아생전에 얼마나 많은 책들을 섭렵했는지 혹은 책을 부대끼고 살았는지 알 수 있다. 그는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아>작품을 읽으며 순수한 소년의 입에서 나오는 건조한 독일어에 놀란다. W,프레트의 <고독이라는 거리>작품은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자신의 내면까지 뚫고 들어오는 셰퍼의 <키를 슈타우퍼의 생에 어느 열정의 연대기 >작품으로부터 엄청난 인상을 받는다. 카프카는 전시회와 공연을 자주 관람하며 줄거리를 기록하거나 감상평을 남긴다. 피이만의 연극 <세더나 호트>작품은 찬사가 이어졌지만 <두브로 니츠카 3부작>작품과 샤르칸 스키 공연 < 콜니들례>는 그에게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카프카는 펠리체 바우어(1887~1960)란 여성과 약혼과 파혼을 반복하다가 결국 완전히 헤어지고 다른 여성을 만나 약혼을 하고 헤어짐을 반복하지만 결국 결혼은 하지 못하고 폐결핵으로 인해 41세 나이로 요절하게 된다.
내면이 불안했고 강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던 카프카를 보면서 시대가 갖고 있는 불안과 그 안에서 체험하게 될 실존자들의 모습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예술가의 고독을 엿볼 수 있었다. 카프카의 통찰 섞인 문장들을 읽고 있으면 저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은 다각도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어서 굉장히 매력적이고 그로 인해 다시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다음번 독서할 때에는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