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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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꿈이 실현되려는 찰나 고요한 삶 속이 한낱 사소한 비둘기로 인해 일상의 질서가 산산 조각 나버리는 파트리크 쥐스킨트 작품 비둘기다. 작품의 나의 오십을 넘긴 조나단의 노엘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의 삶은 20년째 고요한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내적인 균형을 깨뜨리거나 외적인 일상들이 마구 뒤섞이는 일들이 생기는 것을 협오한다. 그 이유는 혹독하고도 참혹한 유년기, 청소년, 성인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모든 불상사를 겪은 뒤 그가 깨달은 것 하나는 사람들은 믿을 수 없고 멀리해야만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파리에 도착한 그는 세브르가에 있는 어느 은행의 경비원으로 취직되는 동생이 플랑슈가에 있는 집 7층에 코딱지만 한 방을 구한다. 그에게 코딱지만 한 방은 불상사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온전하게 자기 혼자만의 소유 공간이었다. 30년 넘게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던 조나단은 그 방을 아예 자기 소유로 만들기 위해 4만 7천 프랑의 지불하고 나머지 8천 프랑만 남겨둔 어느 날 복도에 있는 공동변소를 사용하기 위해 문을 열기 전 아무도 없는지 확인차 문에 귀를 바짝 갖다 댄다. 그는 같이 세 들어 사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문밖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문을 가볍게 여는 순간 비둘기가 고개를 비스듬히 옆으로 누인 채 왼쪽 눈으로 조나단을 쳐다보고 있었다. 죽을 만큼 놀란 조나단은 후다닥 문을 닫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의 머리에 우선 떠오르는 생각은 심장 마비나 뇌졸중 혹은 최소한 혈액 순환 장애 정도의 증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추측과 한 무리의 까마귀 떼들이 그에게 소리치며 너는 이제 늙었고 끝났어. 기껏 비둘기에 놀라 자빠지다니 새들이 말하는 소리를 비롯하여 뒤죽박죽된 공포의 사념들이 무더기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는 귀중품을 챙겨 완전히 무장한 모습을 갖추어 방으로부터 탈출한다. 직장에 출근한 그는 몸쓸 사념에 몰두한 나머지 차가 오는 것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는 저렴한 호텔에 투숙하며 비둘기로 인해 결국 누더기가 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내일 자살해야지라고 마음먹는다. 그날 밤 악천후가 닥쳤고, 천둥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요란한 꽝 소리를 들은 그는 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은지 나 혼자서는 절대로 살 수가 없단 말이야라고 외치며 자신의 살았던 방으로 돌아가며 이 작품은 마무리된다.

비둘기 때문에 자살까지 결심하는 스토리 전개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과대망상이 조나단의 삶의 의지를 잠식시키며 인생을 쉬이 포기하려는 듯 보였으나 운명과 맞서 싸우며 삶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인다. 공포, 절망, 불안 등 마주치기 싫은 감정을 마주했을 때 인간은 왜 과대해석 혹은 의미를 부여하려 드는 것일까? 사실 나도 그런 인간의 분류다. 텐션의 폭이 조금 큰 사람이랄까? 어찌 됐든 작가는 절망과 공포 두려운 감정을 자유롭게 연주하며 플롯을 이어나간다. 조나단을 자신을 생애를 자유롭게 보내고 있는 거지를 보며 경이로움을 느낀다. 현대인들은 조나단 인물처럼 비슷하게 산다. 스스로 감옥을 만들고 옭아맨다. 그런지 근래에 자주 드는 생각은 나는 나에게 가장 미안하다는 것이다. 자기방어를 위해 취했던 위선적 태도를 통렬하게 실감하는 장면을 보며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것일까? 하는 문제와 직면하게 된다. 작품의 결말을 보며 세상에는 인간이 생각하는 만큼 별일 아닌 일도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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