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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시민들
백민석 지음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평점 :

"어떤 여행지든 그곳은, 여행자가 다닌 만큼 새롭게 생성된다."
<러시아의 시민들> 작품은 3개월 동안 러시아에서 보낸 그의 여행 행적과 기록물이 아니다. 백민석 작가님의 사유의 깊이와 내공이 더해져 영양가 있는 여행 에세이+ 여행 가이드 합본으로 거듭났다. 저자는 초행길이었지만 설렘도 걱정도 없이 러시아에 당도한다. 긴 여행길 초반 웨딩촬영을 하고 있는 커플을 발견하고는 낯선 나라에서 보낼 자신의 시간이 그리 나쁘지 않겠구나 짐작한다. 오랜 시간 러시아는 사회주의 국가였지만 러시아 정교회는 오래도록 살아남아 주말이면 정교회의 예배당은 신도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성당에서 사진을 찍을 땐 경비원에게 허락을 구해야 한다. 예카테리나 궁전에 입장하려면 줄을 길게 서야 하고, 추운 기후 때문에 상가들이 반지하에 있거나 큰 건물로 둘러싸인 중정 <아트리움> 쪽에 입주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러시아는 차이콥스키나 쇼스타코비치 같은 고전의 음악 나라로 알려져 있었지만 길거리 연주 버스킹을 보며 하드록과 헤비메탈이 대중적인 음악 장르로 자리로 잡은 것을 실감한다.
철도의 나라인 러시아답게 기차역은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며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시작의 끝은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다. 2014년 한 시인에게서 횡단 열차의 경험을 들은 후 저자의 마음속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로망이 꿈틀 되기 시작했다. 저자는 사회주의가 일어난 러시아가 음험하고 무서운 나라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러시아의 횡단을 통해 새롭게 생성된다. 실증은 편견을 깨는데 필수적인 행위다.
저자는 도입부에서 관광객과 여행자의 차이를 설명하며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려 한다. 혼자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은 서열과 위계에서도 풀려나 자기 마음을 돌아보게 만들고,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할 상대도 없으므로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므로 결국 마음과 함께하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러시아의 시민들>작품에서는 러시아의 건축물 사람들의 모습, 버스킹, 공원, 강변 등 다양한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저자의 명료한 소개와 러시아 여행의 정보, 그리고 역사와 예술 이야기까지 더해져 마치 러시아를 거닐고 있는 기분이다. 책장을 덮을 때쯤 친근한 러시아의 시민들에 매혹되어 나는 러시아로 여행 가고 싶어졌다. 우리는 자신이 여행할 목적지가 아니면 관심을 잘 가지지 않게 되는데, 여행할 목적지와 상관없이 곁에 두고 싶어졌다. 코로나로 답답한 상황 속에 한줄기의 빛이 되어주고 있는 작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