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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평점 :

엄마의 집 개정판인 전경린 작가의 장편소설 [자기만의 집]이다. 필사하고 싶은 구절들이 너무나 많아 천천히 음미해 읽어나갔다.
어느 날 아빠는 대학생이 된 호은을 찾아와 이복동생 승지를 엄마한테 맡겨달라는 말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진다. 승지를 본 엄마 윤선은 호은과 승지 두 사람을 데리고 사라진 아빠를 찾아 나선다. 살던 집을 시작으로, 친한 친구를 찾아다녀보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자 아빠 찾기를 포기하고 이들은 백화점에 들러 쇼핑을 한 동거를 시작한다. 승지의 첫 생리를 챙겨주고, 아침을 꼬박꼬박 먹여 등교시키고, 거금을 들여 치과치료를 시켜주며 저녁에 근처의 맛있는 집들을 찾아다닌다.
이혼율은 점점 높아지고 이혼 가정의 가족 구성원들은 상처를 입는다. 엄마인 윤선은 권위 있는 미술 대전에서 큰 상을 받았고, 전시회도 두 번이나 연 명실상부한 화가인데도 집안 어디에도 화구나 이젤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가난하게, 간결하게, 자유롭게 사는 아빠와 달리 윤선은 동네 아이들을 상대로 놀이방과 다름없는 미술 학원을 열어 운영하며 삶의 복무를 이어나간다. 점점 냉담함이 깊어지고 소통을 포기하고 이해를 단념하게 되자 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이별이 찾아왔다.
이혼으로 인하여 외가에서 사 년 가까이 얹혀 지낸 호은은 표면적으로는 엄마에게 냉담하게 굴었지만 늘 엄마를 그리워했다. 엄마의 애인은 호은을 외로움을 자라나게 하는 동시에 엄마를 가엽지 않게 만들었다. 그림을 버린 엄마의 에고는 허탈하다 못해 해탈할 지경인데 엄마는 무슨 의지로 사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혼란이라든지 엄마의 남자친구, 아빠의 여자친구에 대한 반감을 절제된 감정으로 서사의 긴장감을 살려내는 방식이 가독성을 높인다. 가족 서사의 전형이면서도 호은이 엄마인 윤선을 가정이라는 울타리나 아내 혹은 엄마라는 위치가 아니라 사회적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이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나가고 있으며 동시에 진짜 자기 집에 도착한 혹은 갖게 된 사람들의 삶의 형태를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꿈을 상실하고 자신을 돈과 바꾸어 살아가고 있다. 또한 자기가 할 수 있는 생을 선택하고 최소한 그것에 성실하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한 위로를 건네주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