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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평점 :

인생은 꽃처럼 활짝 피었다가 한순간에 져버린다.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살아내며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가 내가 된다. "인생은 고통이라는 거예요."(P245) 전생은 기억나지 않으니 현생을 살아가는 일은 누구나 서툴고, 예기지 못한 복병을 맞는다. (3월의 마치) 화자는 평생 자신을 돌보지 못한 어느 예순 살의 "이마치"씨 이야기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노화가 진행되지만 요즘 들어 이마치는 자꾸 중요한 걸 잊어버리고, 헛소리가 들리고, 헛것까지 보이자 병원을 찾는다. 의사는 알츠하이머보다는 정신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소견을 써주며 "제제" 의사를 소개해 주었다. 이마치는 제제로부터 VR을 활용한 치료를 받기 위해 상담을 시작한다. 그녀의 기억의 편린들은 그녀의 기억과 달리 오류가 많았다.
이마치는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스물네 살에 공채 탤런트로 데뷔하였으며 유명세를 치르는 소위 청춘스타가 된다. 청춘스타의 입지에서 서서히 내리막을 걷던 시기에 남편을 만났고, 아이를 출산하였지만 알 수 없는 실명으로 잠시 패닉에 빠지기도 했다. 그녀에게는 이십일 년 전 실종된 아들이 있었다. VR를 치료가 시작된 후 이마치씨는 과거의 자신과 기억 속 집의 관리자인 노아를 만난다. 그녀는 치료를 통해 자신조차 모르고 있던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복원한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실상 초라하기 짝이 없다는 것, 비루한 일상을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구석구석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마치에게 다른 사람을 가면을 쓰는 배우의 일은 전부였고, 자신을 살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병들게 만들었다. 결국 삶에서 나와의 소통에의 시도하지 않는다면 삶을 뒤흔드는 파도가 몰아칠 때 잠식당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사는 동안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정한아 서사는 가면을 쓰고 사는 우리들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