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색의 강 - 아이스윈드데일 트릴로지 2부, 드리즈트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완결 드리즈트 시리즈
R. A. 살바토레 지음, 손원석 옮김 / 서울문화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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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 케셀이 마법의 크리스탈 크렌쉬니본을 손에 넣은 뒤 고블린과 오크 등을 동원하여 텐타운을 공격한다. 드리즈트, 브루노어, 울프가 그리고 레지스는 마을의 단결을 이끌어 내 방어에 성공한다. 크렌쉬니본은 다시 눈 속으로 사라지고, 마을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브루노어는 지금이야 말로 잃어버린 옛 왕국 미스랄홀을 찾기에 가장 적합한 때라고 여겨 드리즈트와 울프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들은 기꺼이 브루노어를 위해 여행에 따라 나선다. 그리고 파샤 푸크의 보석을 훔쳐 자객의 추적을 받는 레지스 역시 따라 나선다.  


처음 도착한 곳은 항구도시 러스칸이었다. 러스칸은 다름 아닌 아케인 호스트 타워가 있는 도시였다. 아케인 호스트 타워 중앙에는 최고 마법사인 아크 메이지가 기거하고, 나머지 네 개의 탑에는 네 명의 마법사가 살았다. 이들 네 명의 마법사는 자신이 맡은 방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감시하고 개입했다. 그리고 네 명의 마법사 중 하나가  덴디바였다.

그는 크렌쉬니본을 찾아 내 강력한 힘을 갖게 되길 원했다. 마법을 쓰는 시드니와 러스칸의 경비대 군인인 지에르단, 그리고 자신이 죽인 뒤 지배력을 행사하는 '붉은 로브의 모카이'가 덴디바의 수하들이었다. 물론 '붉은 로브으 모카이'는 덴디바의 마력이 그를 지배하는 한에서만 충성했다. 


한편, 파샤 푸크가 보낸 자객 아르테미스 엔트레리가 레지스를 찾아 브린섄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마을을 떠난 뒤였다. 하지만 노련한 자객 엔트레리는 추적을 위한 단서를 차근히 모은 뒤 이들이 러스칸으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게다가 중간에 브루노어의 의붓 딸 캐티브리까지 인질로 잡게 되어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추격 과정에서 엔트레리는 덴디바와 목적하는 바가 동일함을 확인한 뒤 일시적인 동맹을 맺고, 시드니와 지에르단을 동맹군으로 삼아 드리즈트 일행을 추격한다.


드리즈트와 브루노어 들은 여전히 미스랄홀을 찾기 위해 고군 분투 했지만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브루노어가 미스랄홀을 떠난 지가 200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기억이 희미했을 뿐 아니라, 미스랄이 은색 강처럼 흐르는 그 왕국은 드워프들 이외의 종족에게는 비밀이었기 때문에 단서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마법사들이 사는 하펠 가문의 영지, 알루스트리엘 여왕이 다스리는 실버리문, 문장관의 홀드패스트 등을 거치면서 차츰 왕국에 가까이 가게 된다.

그리고 알루스트리엘 여왕이 준 기억을 돕는 물약이 잠들어 있던 브루노어의 기억을 일깨워준 덕분에 마침내 미스랄홀을 찾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사악한 그레이 드워프들인 듀에르가에 의해 점령당해 있었고, 듀에르가 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림자의 차원에서 온 쉐도우 드래곤 '쉬머글룸' 이었다.


마침 엔트레리 일당 역시 미스랄홀에 도착했기 때문에 드리즈트는 엔트레리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브루노어 등은 쉬머글룸과 영웅적인 전투를 벌인다. 브루노어의 희생 덕분에 쉬머글룸을 처치 하는 데 성공하지만, 엔트레리는 구엔휘바를 불러내는 석상과 레지스를 인질로 잡고 도주한다. 캐티브리는 브루노어의 왕국을 되찾기 위해 드워프 일족 하브룸에게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들은 아낌 없는 지원을 약속했지만 결코 쉬운 싸움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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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을 며칠 전에 봤는데, 문득 드리즈트 시리즈가 생각이 나서 이틀 간 읽게 되었다. <은색의 강> 중간에 검은 머리 바바리안의 주술사 발릭이 톨린이라는 긍지 높은 전사를 주술로 사주하여 울프가와 싸우게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워크래프트에서 굴단이 막고라와 전사의 긍지를 무시하는 부분과 매우 흡사하다. D&D 룰에 주술사와 전사의 포지션이 그렇게 설정되어 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하여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드리즈트 시리즈는 절판된 책인데 특히 <은색의 강>은 구하기가 어려운 편이다. 과거 도서 정가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종종 파주 출판단지에 가곤 했는데, 거기에 있는 헌책방에서 비닐도 뜯지 않은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플로베르의 앵무새>에서 나온 이야기 처럼, 언제나 가기로 계획하고 가지 못한 매음굴이 가장 매혹적인 법이다. 책이 절판되면, 그 책 내용이 무척 궁금해진다. 최수철의 <고래뱃속에서>가 그랬고, 송기숙의 <암태도>가 그랬다. 결국 중고서점에서 정가 보다 비싼 값을 치르고 책꽂이에 고이 모셔 놓았다. 그 책들이 소유하기 전 보다 덜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순전히 기분 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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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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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애인과 약혼자가 있는 연희와 세중이 한 눈에 서로를 '알아' 본 뒤 크리스마스 이브 날 차를 타고 강원도로 가면서 시작된다. 돌아오는 길에 폭설이 쏟아지자 이들은 휴게실에 차를 세우고 산책을 나섰다가 외따로 떨어진 농가에 들어서게 된다. 잠시 다리쉼을 하고 허기도 달랜 이들이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을 때, 시체를 한 구 발견한다. 시체는 그 뒤로도 두 구가 더 발견 된다. 남자 둘과 여자 하나 모두 상처를 입고 사망해 있었다.

연희와 세중은 그곳을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폭설 때문에 길이 막혀 어쩔 수 없이 일주일을 그곳에서 머물게 된다. 연희와 세중은 고립과 죽음이 주는 공포에 서로에 대한 성적 집착으로 대항하며 왜 세 사람이 죽어야 했는가를 파헤친다.


죽은 남자가 남겨 놓은 일기에 따르면, 그는 탈북자였다. 남한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 되지만, 남자는 도시에서 경쟁하며 사는 삶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강원도 산골로 숨어들어 은둔자적 삶을 산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소망은 '세계여행' 이었다.

얼마 뒤 한 사내가 남자의 옆집에 둥지를 튼다. 그는 보물지도가 있었다. 일확천금과 '스위트홈'을 꿈꾸는 그는 산에서 살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 그의 시선은 도시를 향하고 있었다.

어느 날, 여자가 산으로 온다. 그 여자는 남자가 사는 집에 예전에 살았는데, 도시로 나가서 결혼을 했었다. 하지만 남편은 정식 아내가 있었고, 태어난 아이는 빼앗긴다. 여자는 '살기 위해' 옛집으로 돌아온다.

그때부터 남자, 사내, 여자의 공동생활이 시작된다. 여자는 둘 모두 넉넉하게 품어준다. 완벽하진 못해도 균형을 유지하던 이들의 삶은, 여자가 임신하면서 깨지고 만다. 사내는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중요했다. '스위트홈'을 위해서는 핏줄로 연결되고 상속이 명확한 가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 서로를 해하게 된다.


세 구의 시체를 묻어준 뒤 연희와 세중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세중이 연락을 끊고 훌쩍 떠난 뒤, 연희의 회사 동료가 세중이 자신에게 집적거렸던 이야기를 해준다. 12년만에 세중과 다시 만났을 때, 연희는 한때나마 자신이 세중과 탐닉했던 성적인 관계 역시 환상에 불과했음을 깨닫는다.

  

대학교 때부터 매년 꼬박꼬박 사는 책이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인데 1996년도 수상 작품집에서 김형경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담배 피우는 여자>였는데, 생활도서관 친구와 한참 동안 그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한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 친구의 이름도,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다시 읽은 게 <외출> 이었고, 이 작가는 스토리 텔링에 굉장히 능한 작가구나 생각했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다시 읽은 게 <좋은 이별> 이었다. 힘든 일은 당한 선배가 <천개의 공감>을 읽고 힘이 되었다길래,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읽은 것인데 사실 그다지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다. 아픔을 분석할 수 있을 때에는 이미 그 분석이 필요 없는 상황이기가 쉽고, 한참 아파할 때에는 그 어떤 분석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2014년 즈음 라디오 프로그램 인문학 산책에서 청소년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정신분석' 이라는 틀에 빠져 다소 순진한 분석을 하는 것을 들었다.

김형경에 대해 꾸준히 읽어 왔던 것은 아니었지만 <성에>를 읽고 보니 작가가 심각한 성적 폭력, 또는 배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사실 나는 '치유적 글쓰기'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은 아픔에 대해 회피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충분한 회피 기간이 지난 뒤에야 의식의 영역에서 이를 처리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믿는다. 글쓰기를 통한 '자기로의 침잠'이 무의식의 영역에서 치료되고 있는 환부를 강제로 드러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치료과정에 반드시 의식적인 자아가 개입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강박의 일종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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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성 까치글방 아르센 뤼팽 전집 3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까치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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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브르 백작의 저택에 도둑이 든다. 두 명의 수상한 사내가 큼직한 물건을 들고 도망쳤는데 물건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뒤쳐진 일당을 목격한 백작의 조카 레이몽드 드 생-베랑이 장총을 발사해 명중시킨다. 하지만 부상당한 범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없어진 물건도 전혀 없었다.

예심판사와 검사대리가 사건 현장으로 급파되는데, 기자들 사이에 수상쩍은 인물이 껴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지도르 보트를레로 고등학교 수사학급 학생이었다. 이지도르는 없어진 물건이 없다는 것은 가짜로 바꿔치기 되었다는 얘기라며 쉽사리 수수께끼를 파헤친다. 그리고 사람이 사라진 것 역시 어디엔가 은신처가 있다는 얘기 외에는 합리적인 설명이 안된다며 비밀 통로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 통로에는 괴도 뤼팽으로 보이는 시체가 있었다. 도둑 일당은 뤼팽의 복수를 하겠다고 선언한 대로 레이몽드를 납치한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쪽지가 발견된다. 쪽지에는 알기 어려운 숫자와 점들, 그리고 도형이 그려져 있었다. 쪽지의 의미를 알지 못해 고심하던 차에, 이지도르가 습격 당하고 쪽지가 사라진다. 쪽지는 대단히 중요한 것을 표시하고 있음에 틀림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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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L'Aiguilee Creuse 로 직역하자면 '속이 빈 바늘' 정도 되는 것 같다. 일본에서 기암성으로 번역한 것이 우리나라에 재번역되어 통용된 것이다.

역대 프랑스 국왕들이 은신처 겸 보물 보관처로 사용하던 성을 찾는다는 모험소설인데, 이지도르 보트를레라는 연약하면서도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소년 탐정을 등장시켜 뤼팽과 대결 구도를 만든다. 물론 보트를레가 번번히 간발의 차이로 패배한다.

어렸을 때 모리스 르블랑을 대단히 싫어했다. 뤼팽이 홈즈를 이긴다는 설정이 너무너무 불쾌했다. 홈즈는 나의 우상이었으므로, 르블랑 따위가 창조한 도둑놈 따위에게 져서는 안됐다. 나이가 들어서 완역본을 다시 읽어도 기분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여전히 홈즈는 나의 우상이다.

1994년 이후 가장 더운 한 해였다고 하는데 어제 소나기가 온 뒤로 선선한 기운이 아주 조금 느껴진다. 이제 곧 가을이 올 것이고, 찬바람이 불 것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220795786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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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문의 비밀 1 백탑파 시리즈 2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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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1784년), 규장각 검서관은 백탑파인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서이수가 맡고 있었는데, 이 중 책벌레로 불리는 이덕무가 적성 현감으로 발탁 된다. 이덕무가 적성을 얼마나 잘 다스리느냐에 따라 나머지 검서관의 목민관 임명 여부가 결정될 터였다.

이덕무가 가장 먼저 처리할 일은 열녀 품신 글의 진위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의심스러운 글들 중 하나가 부임 예정지인 적성에서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그 글은 얼핏 보면 이상할 것이 없었다.


김아영은 홀어머니 홍씨를 극진히 모시다가 1781년 임거용과 혼인한다. 1782년 남편이 사망하자 자진하려 했으나 족친들이 말려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때 시어머니가 먼저 쓰러지자 극진히 수발하여 살려낸다. 지극한 슬픔 속에서 2년을 보내는 동안 기운 가세를 일으켜 전답을 두배로 만들었고, 1784년에는 자진하여 남편 곁으로 간다.


김진은 2년 내내 슬퍼하던 김아영이 가세를 일으켰다는 내용이 모순되고, 가세를 다 일으키니 곧바로 자살했다는 것도 이상하다 했다.


이명방과 김진이 적성으로 내려가 처음 만난 사람은 열녀 품신 글을 지어 올린 임창봉이었다. 임참봉에 따르면 김아영은 문재가 뛰어났고, 가난한 자신을 위해 은구슬이 달린 주머니를 선물로 주는 등 살뜰한 마음가짐까지 지녔다고 했다. 김아영의 도련님인 임거선도 그동안 형수에게 의지하며 글도 배웠는데 허망하게 자살하여 이제는 어디에 마음을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통곡했다. 

김아영의 시아비 임호는 아들이 도적에게 살해 당하고 그날 비싼 삼을 도둑 맞아 가세가 기울었는데 새아기가 가세를 일으켰다고 했다. 그 뒤로 만난 몸종 향이, 향이와 연인 관계인 똘이, 의사 조광종, 임거용의 친구 남재태, 향청과 질청의 관련자들 모두가 김아영의 정절을 칭송했다. 하지만 그들의 말에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것은 김아영의 시체를 누가 처음 발견했는지 진술이 엇갈린다는 점이었다. 향이와 똘이는 임거선이 처음 발견했다 했고, 임거선은 어머니 남씨가, 남씨는 임참판이, 임참판은 향이가 발견했다는 식이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사람을 지목하면서 자신에게는 유리한 정황만 대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임호의 팔촌 형이자 세도가인 한성판윤 임명보에게는 계목향이라는 기생이 있었다. 그녀는 이명방에게 호감을 품었는데, 자신이 김아영과 의자매라고 했다. 김아영과는 별투색전(別妬色傳)이라는 소설을 같이 썼는데 마무리를 짓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자살했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아영은 야소교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였는데, 야소교도는 자살을 금지하는 종교였다.

또한, 김아영의 친정어미인 홍씨가 편지를 보여주는데 그 편지에는 김아영이 임신했음을 암시하는 문구마저 있었다.


김진은 도래샘 모양 제 꼬리를 문 구렁이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향이를 의금부로 압송한다. 연결고리 중 하나가 끊어진 셈이었다. 얼마간 시일이 흐른 후 김진이 관련자들을 다시 불러 모은다. 향이가 문초 중 죽었다고 알린 후 다시 진술을 요구하자 그들은 향이에게 떠넘긴다. 향이는 이 모든 진술을 한쪽에서 듣고 있다가 억울하다며 항변한다. 사태가 불리해졌음을 알게 된 임호는 가솔을 이끌어 관에 대항하려 하나 백동수가 이끌고 온 군사들에 진압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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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탑파 두 번째 이야기로 역시 중후반부 까지는 술술 읽히고, 결말은 다소 억지스럽다. 아비가 야소교도가 된 아들을 죽이기 위해 도적을 불러 들이는 부분도 그렇고, 굳이 김아영을 살려 내어 연경에 등장시키는 것도 그렇다.

김진의 '모든 것을 알고는 있지만 아직은 확증이 없으므로 입다물고 있는 거야' 태도는 한 두번은 긴장감 고조에 도움이 되지만,자꾸 반복되면 독자의 기대치가 올라가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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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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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아직 신혼인 신이치와 가즈코 부부가 정체불명의 사내에게 공격 당한다. 그 남자가 휘두른 일본도에 부부는 영문도 모른 채 사망하고, 딸만 살아 남는다.


(프롤로그 2) 매년 칠석 무렵이면 소타의 가족은 나팔꽃 축제에 가서 꽃들을 둘러본 뒤 장어를 먹으러 갔다. 형 요스케와 아버지는 이상하리만치 열심히 나팔꽃을 구경했지만 소타는 지루하기만 했다. 소타가 중학교 2학년이 된 해, 나팔꽃 축제를 보러 온 다카미라는 또래 여자애를 만난다. 둘은 컴퓨터로 메일을 주고 받으며 점차 친해진다. 하지만 어느 날 소타의 아버지가 둘이 사귀는 것을 알게 되고, 소타는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듣는다. 그리고 그날 이후, 이상하게도 다카미에게서 답장이 오지 않는다. 소타의 첫사랑은 그렇게 끝이 난다.


아키야마 리노의 사촌인 도리이 나오토가 자살한다. 나오토는 다재다능한 청년이었는데 최종적으로 선택한 진로는 음악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방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말았다.

리노의 할아버지 아키야마 슈지는 나오토에게 유명한 서양식 레스토랑 '후쿠만켄'의 티켓을 전해주지 못했다면서 리노와 함께 슬퍼했다.

아키야마 슈지는 식품 회사에서 정년을 마친 뒤 촉탁 연구원으로 여섯 해를 더 근무했다. 그리고 지금은 집에서 꽃을 기르며 소일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꽃들을 사진으로 남겨 출판하려고 알아봤는데 예산 문제 때문에 많은 권수를 출판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리노가 블로그를 권유한다. 그 날 이후, 리노는 종종 할아버지 댁에 들려 새로운 꽃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주고 담소도 나눴다.

어느 날인가 할아버지가 노란색 나팔꽃 사진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뒤 할아버지가 살해 당하고, 화분이 사라진다.

경찰 수사는 곧 미궁에 빠진다. 그런데 소타의 형 요스케가 노란색 나팔꽃에 관심을 보이며 독자적인 조사를 벌인다. 소타를 알게 된 리노 역시 조사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다카미와 매우 비슷한 아가씨가 나오토를 대신해 밴드 일원이 된 사실을 알게 된다. 소타가 다카미에게 아는 척 하자 그녀는 자취를 감추고 만다. 노란색 나팔꽃과 나오토, 슈지의 사망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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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프롤로그를 삽입한 경우에는 범행 동기나 배경이 제시된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렇다. 노란색 나팔꽃은 메이지 시대에는 있었는데 현재는 멸종 되었다고 한다. 노란색 나팔꽃 씨앗에는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막부에서 보이는 족족 수거하여 없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노란색 나팔꽃의 씨앗이 현대에 다시 등장한다. 음악을 하던 나오토가 이 씨앗을 우연히 입수하게 되어 할아버지인 야마모토 슈지에게 건낸다. 할아버지가 싹을 튀워 꽃을 피우면 씨앗을 얻을 욕심에서였다. 하지만 나오토는 환각 상태에서 자살하고 만다. 나오토의 친구 마사야가 야마모토 슈지를 찾아가 노란색 나팔꽃의 씨앗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슈지는 노란색 나팔꽃의 씨앗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마사야를 추궁한다. 마사야는 당황하여 슈지를 살해하고 만다.

소타의 아버지와 형이 나팔꽃 축제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위험한 노란색 나팔꽃이 다시 등장하는지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다카미 집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집안은 노란색 나팔꽃을 자백제로 쓸 수 없을까 연구하다가 씨앗을 시중에 유통시킨 책임이 있었기에 그 빚을 갚기 위해 감시역을 자청한 것이었다.

소타의 어머니가 프롤로그 1에 나오는 신이치와 가즈코 부인의 딸이었다. 부부를 죽인 범인 역시 노란색 나팔꽃 씨앗에 중독된 자였다.


광복절 연휴에 신안 증도에 갔다. 온 동네에 슬로우 시티라고 써 있었다. 차들이 쌩쌩 달렸다. 우전 해수욕장은 남해 바다 특유의 탁한 바닷물이라 썩 맘에 들지 않았고, 맛집이라고 소개된 식당에서 내온 음식도 재료가 신선하다는 것 외에는 특징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올라오는 길에 지나왔던 담양, 순창의 풍광이 훨씬 볼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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