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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프롤로그 1) 아직 신혼인 신이치와 가즈코 부부가 정체불명의 사내에게 공격 당한다. 그 남자가 휘두른 일본도에 부부는 영문도 모른 채 사망하고, 딸만 살아 남는다.
(프롤로그 2) 매년 칠석 무렵이면 소타의 가족은 나팔꽃 축제에 가서 꽃들을 둘러본 뒤 장어를 먹으러 갔다. 형 요스케와 아버지는 이상하리만치 열심히 나팔꽃을 구경했지만 소타는 지루하기만 했다. 소타가 중학교 2학년이 된 해, 나팔꽃 축제를 보러 온 다카미라는 또래 여자애를 만난다. 둘은 컴퓨터로 메일을 주고 받으며 점차 친해진다. 하지만 어느 날 소타의 아버지가 둘이 사귀는 것을 알게 되고, 소타는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듣는다. 그리고 그날 이후, 이상하게도 다카미에게서 답장이 오지 않는다. 소타의 첫사랑은 그렇게 끝이 난다.
아키야마 리노의 사촌인 도리이 나오토가 자살한다. 나오토는 다재다능한 청년이었는데 최종적으로 선택한 진로는 음악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방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말았다.
리노의 할아버지 아키야마 슈지는 나오토에게 유명한 서양식 레스토랑 '후쿠만켄'의 티켓을 전해주지 못했다면서 리노와 함께 슬퍼했다.
아키야마 슈지는 식품 회사에서 정년을 마친 뒤 촉탁 연구원으로 여섯 해를 더 근무했다. 그리고 지금은 집에서 꽃을 기르며 소일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꽃들을 사진으로 남겨 출판하려고 알아봤는데 예산 문제 때문에 많은 권수를 출판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리노가 블로그를 권유한다. 그 날 이후, 리노는 종종 할아버지 댁에 들려 새로운 꽃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주고 담소도 나눴다.
어느 날인가 할아버지가 노란색 나팔꽃 사진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뒤 할아버지가 살해 당하고, 화분이 사라진다.
경찰 수사는 곧 미궁에 빠진다. 그런데 소타의 형 요스케가 노란색 나팔꽃에 관심을 보이며 독자적인 조사를 벌인다. 소타를 알게 된 리노 역시 조사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다카미와 매우 비슷한 아가씨가 나오토를 대신해 밴드 일원이 된 사실을 알게 된다. 소타가 다카미에게 아는 척 하자 그녀는 자취를 감추고 만다. 노란색 나팔꽃과 나오토, 슈지의 사망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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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프롤로그를 삽입한 경우에는 범행 동기나 배경이 제시된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렇다. 노란색 나팔꽃은 메이지 시대에는 있었는데 현재는 멸종 되었다고 한다. 노란색 나팔꽃 씨앗에는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막부에서 보이는 족족 수거하여 없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노란색 나팔꽃의 씨앗이 현대에 다시 등장한다. 음악을 하던 나오토가 이 씨앗을 우연히 입수하게 되어 할아버지인 야마모토 슈지에게 건낸다. 할아버지가 싹을 튀워 꽃을 피우면 씨앗을 얻을 욕심에서였다. 하지만 나오토는 환각 상태에서 자살하고 만다. 나오토의 친구 마사야가 야마모토 슈지를 찾아가 노란색 나팔꽃의 씨앗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슈지는 노란색 나팔꽃의 씨앗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마사야를 추궁한다. 마사야는 당황하여 슈지를 살해하고 만다.
소타의 아버지와 형이 나팔꽃 축제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위험한 노란색 나팔꽃이 다시 등장하는지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다카미 집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집안은 노란색 나팔꽃을 자백제로 쓸 수 없을까 연구하다가 씨앗을 시중에 유통시킨 책임이 있었기에 그 빚을 갚기 위해 감시역을 자청한 것이었다.
소타의 어머니가 프롤로그 1에 나오는 신이치와 가즈코 부인의 딸이었다. 부부를 죽인 범인 역시 노란색 나팔꽃 씨앗에 중독된 자였다.
광복절 연휴에 신안 증도에 갔다. 온 동네에 슬로우 시티라고 써 있었다. 차들이 쌩쌩 달렸다. 우전 해수욕장은 남해 바다 특유의 탁한 바닷물이라 썩 맘에 들지 않았고, 맛집이라고 소개된 식당에서 내온 음식도 재료가 신선하다는 것 외에는 특징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올라오는 길에 지나왔던 담양, 순창의 풍광이 훨씬 볼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