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문의 비밀 1 백탑파 시리즈 2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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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1784년), 규장각 검서관은 백탑파인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서이수가 맡고 있었는데, 이 중 책벌레로 불리는 이덕무가 적성 현감으로 발탁 된다. 이덕무가 적성을 얼마나 잘 다스리느냐에 따라 나머지 검서관의 목민관 임명 여부가 결정될 터였다.

이덕무가 가장 먼저 처리할 일은 열녀 품신 글의 진위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의심스러운 글들 중 하나가 부임 예정지인 적성에서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그 글은 얼핏 보면 이상할 것이 없었다.


김아영은 홀어머니 홍씨를 극진히 모시다가 1781년 임거용과 혼인한다. 1782년 남편이 사망하자 자진하려 했으나 족친들이 말려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때 시어머니가 먼저 쓰러지자 극진히 수발하여 살려낸다. 지극한 슬픔 속에서 2년을 보내는 동안 기운 가세를 일으켜 전답을 두배로 만들었고, 1784년에는 자진하여 남편 곁으로 간다.


김진은 2년 내내 슬퍼하던 김아영이 가세를 일으켰다는 내용이 모순되고, 가세를 다 일으키니 곧바로 자살했다는 것도 이상하다 했다.


이명방과 김진이 적성으로 내려가 처음 만난 사람은 열녀 품신 글을 지어 올린 임창봉이었다. 임참봉에 따르면 김아영은 문재가 뛰어났고, 가난한 자신을 위해 은구슬이 달린 주머니를 선물로 주는 등 살뜰한 마음가짐까지 지녔다고 했다. 김아영의 도련님인 임거선도 그동안 형수에게 의지하며 글도 배웠는데 허망하게 자살하여 이제는 어디에 마음을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통곡했다. 

김아영의 시아비 임호는 아들이 도적에게 살해 당하고 그날 비싼 삼을 도둑 맞아 가세가 기울었는데 새아기가 가세를 일으켰다고 했다. 그 뒤로 만난 몸종 향이, 향이와 연인 관계인 똘이, 의사 조광종, 임거용의 친구 남재태, 향청과 질청의 관련자들 모두가 김아영의 정절을 칭송했다. 하지만 그들의 말에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것은 김아영의 시체를 누가 처음 발견했는지 진술이 엇갈린다는 점이었다. 향이와 똘이는 임거선이 처음 발견했다 했고, 임거선은 어머니 남씨가, 남씨는 임참판이, 임참판은 향이가 발견했다는 식이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사람을 지목하면서 자신에게는 유리한 정황만 대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임호의 팔촌 형이자 세도가인 한성판윤 임명보에게는 계목향이라는 기생이 있었다. 그녀는 이명방에게 호감을 품었는데, 자신이 김아영과 의자매라고 했다. 김아영과는 별투색전(別妬色傳)이라는 소설을 같이 썼는데 마무리를 짓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자살했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아영은 야소교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였는데, 야소교도는 자살을 금지하는 종교였다.

또한, 김아영의 친정어미인 홍씨가 편지를 보여주는데 그 편지에는 김아영이 임신했음을 암시하는 문구마저 있었다.


김진은 도래샘 모양 제 꼬리를 문 구렁이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향이를 의금부로 압송한다. 연결고리 중 하나가 끊어진 셈이었다. 얼마간 시일이 흐른 후 김진이 관련자들을 다시 불러 모은다. 향이가 문초 중 죽었다고 알린 후 다시 진술을 요구하자 그들은 향이에게 떠넘긴다. 향이는 이 모든 진술을 한쪽에서 듣고 있다가 억울하다며 항변한다. 사태가 불리해졌음을 알게 된 임호는 가솔을 이끌어 관에 대항하려 하나 백동수가 이끌고 온 군사들에 진압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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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탑파 두 번째 이야기로 역시 중후반부 까지는 술술 읽히고, 결말은 다소 억지스럽다. 아비가 야소교도가 된 아들을 죽이기 위해 도적을 불러 들이는 부분도 그렇고, 굳이 김아영을 살려 내어 연경에 등장시키는 것도 그렇다.

김진의 '모든 것을 알고는 있지만 아직은 확증이 없으므로 입다물고 있는 거야' 태도는 한 두번은 긴장감 고조에 도움이 되지만,자꾸 반복되면 독자의 기대치가 올라가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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