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없는 집 율리아 스타르크 시리즈 1
알렉스 안도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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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재벌 만하임 그룹의 상무이사 페르 귄터(PG)가 탐정 율리아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PG는 율리아에게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 주는데, 거기엔 어떤 남성이 결박 당한 채 머리에 자루를 뒤집어 쓴 모습이 찍혀 있었다. 바닥에 피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사망한 것 같았다. PG는 자신이 술을 마시면 기억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주주총회를 하기로 한 다음 날 깨어보니 자신의 휴대폰에 사진이 저장되어 있었다며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닌 지 걱정했다. 율리아는 사건을 파헤치기로 하고 전 남편이자 현직 경찰인 시드니를 꼬드겨 PG의 저택으로 간다.

PG는 만하임 그룹의 4대 승계자였다. 그룹 창시자 만하임 모트에게는 레오폴드와 가유스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모든 재산은 장자인 레오폴드가 상속 받았다. 그리고 레오폴드가 다시 아들 쉴베스테르에게 상속하였는데, 쉴베스테르는 어떤 이유에선지 가유스의 아들, 즉 레오폴드에게는 사촌되는 아우구스투스에게 지분 30%를 양도하였다. 다시 말하면 3대 째에 쉴베스테르 70%, 사촌 집안인 아우구스투스 30%의 구도가 된 것이다.

쉴베스테르는 아들 베르테르와 PG에게 각각 35%씩, 아우구스투스는 아들 비에른과 안드레, 그리고 딸 시리에게 각각 10%를 상속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휴대폰에 남겨진 사진 속 남자가 PG의 형인 베르테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율리아는 만하임 그룹의 4대 상속자인 PG(35%), PG의 아내 모니카와 가사도우미 아멜리에, PG의 사촌들인 비에른(10%), 안드레(10%), 시리(10%)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조사에 착수한다. 베르테르가 주주 총회에 참석하여 만하임 그룹을 매각하는 데 동의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지분 소유자들에게 동기가 있을 것이었고, 휴대폰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 역시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사를 시작하자 거의 모든 사람이 동기가 있거나, 뒷사정이 있었다. PG는 순스발의 창녀를 주기적으로 찾아가 코카인을 흡입하고 성관계를 가졌고, 아내 모니카와 관계도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베르테르가 35% 지분을 포기하고 매각하면 만하임 그룹의 지배권을 잃을 판이었다. 비에른은 베르테르의 과한 장난 때문에 어릴 때 몸을 크게 다쳐 불구가 되었고, 안드레는 그에게 돼지라고 조롱당하며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가사도우미 아멜리에는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시리 역시 어떤 이유 때문인지 베르테르 이야기만 나오면 불편해 했다.

그런 작은 단서들이 모이고 모여 마침내 안락의자 탐정 율리아가 모두를 한 자리에 모은 순간, 만하임 집안의 통탄할 만한 비밀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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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하임 그룹의 3대째에 일어난 사건이 베르테르 죽음의 시발점이다. 쉴베스테르는 약간의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자신의 아내 린네아가 사촌 아우구스투스와 내연관계라고 여겼다. 그래서 아내가 낳은 딸 시리는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고 여겨 아우구스투스에게 입양 보내고 대신 만하임 지분 30%를 넘긴다. 한편, 4대째인 베르테르는 자신의 친동생인 시리를 갈망하여 그녀를 가스라이팅하고 성관계를 맺어 유산만 4번 시키는 천하의 불상놈이었다. 그런 그가 뒤늦게 비에른을 불구로 만든 보상으로 10%의 지분을 넘기고, 25%의 지분은 유산으로 시리에게 남기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베르테르가 자신의 지분을 포기하고 그룹을 매각하면 자신에게 돈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모니카가 베르테르를 맥주 창고에서 만나기로 하면서 혼자 가는 게 무서워 시리를 데려간 것이 화근이었다. 모니카와 베르테르가 과거사를 두고 말다툼 하는 과정에서 시리를 언급하자 시리가 그를 다른 사람으로 오인하여 망치로 내려친 것이다. 모니카는 자신의 남편이 조울증이 있고, 심각한 범죄에 연루되면 자살할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휴대폰 사진을 찍는 등 사건을 날조한다.

비행기 사고로 가족을 잃고 불구가 된 후 타인과 접촉하면 공황장애를 일으키는 안락의자형 탐정 율리아라는 인물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소설도 전체적으로 끌리지 않는다. 게다가 끊임 없이 전 남편 시드니에게 질척대는 것도 불편하고, 수수께끼 풀이 과정도 말끔하지 않다. 작가 정해연의 추천사가 붙어 있는데 본인 작품도 별로고, 추천 작품도 별로니, 일관성은 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97413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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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경관 동서 미스터리 북스 23
펠 바르.마이 슈발 지음, 양원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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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겨울, 스웨덴 스톡홀름은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가 거리를 휩쓸고 있었다. 경찰은 범죄자 체포 보다 시위대 해산에 골몰했고, 살인 사건은 뜸했기에 전담팀은 한 숨 돌리는 시기였다. 11월 13일, 이층 버스 한 대가 노라 스타쉰스가탄 교차로에 멈춰 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멈춰선 이층 버스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경찰에 신고한 것은 개를 산책시키던 노인이었다. 순찰경찰 두 명이 출동해 이층버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그들은 경악할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버스 안이 시체로 가득 차 있어 마치 도살장과 같은 풍경이었던 것이다. 그 중에는 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중상자 한 사람과, 이미 사망한 형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웃는 경관>은 찰스 펜로즈의 노래로 <시골 영감>이라는 제목으로 서영춘이 불러 유명해진 노래의 원곡이다.

작품의 작가 펠 바르와 마이 슈발은 부부 사이로, 남편 펠 바르는 범죄 담당 신문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각본, 영화 대본 등을 썼다. 한편 부인 마이 슈발은 범죄 방면에는 아마추어 였지만, 문학적 소양이 있어 작품이 구상되면 남편과 한 장씩 번갈아가며 집필했다.

이들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1년에 한 작품씩 10작품에 이르는 대하소설 형식으로 발표해 전후 10년에 걸친 스웨덴 사회의 변천을 고찰하고자 하였다. 시리즈 6편 까지 부부가 공동 작업했으나 1975년 펠 바르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7편 부터는 마이 슈발이 단독으로 집필했다. 어딘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의 운명과 비슷하다.

  1. 로잔나(Roseanna, 1965)

  2. 증발된 사나이(Mannen som gick upp i rök, 1966)

  3. 발코니 위의 남자(Mannen på balkongen, 1967)

  4. 웃는 경관(Den skrattande polisen, 1968, 에드가 상)

  5. 사라진 소방차(Brandbilen som försvann, 1969)

  6. 사보이강 살인(Polis, polis, potatismos!, 1970)

  7. 혐오스러운 남자(Den vedervärdige mannen från Säffle, 1971)

  8. 잠긴 방(Detlutna rummet, 1972)

  9. 경찰 살인자(Polismördaren, 1974)

  10. 테러리스트(Terroristerna, 1975)

마르틴 베크와 렌나르트 콜베리, 군바르드 라손, 프레데릭 메란델, 에이나르 룽 등 살인과 소속 형사들은 오케 스텐스토름이라는 형사가 사망자 명단에 끼어 있는 것을 주목해 수사를 벌여 나간다. 그리고 스텐스토름이 과거 미제 사건을 추적하다 진범이 누군지 알게 되어 살해 당했다는 것을 밝혀낸다.

르노 CV4와 모리스 자동차의 앞 모습이 비슷한 것에서 기인한 오해로 진범을 잡지 못했던 것을 바로잡는 과정이 꽤 인상적이다. 또 한 여성이 강간 당한 이후 과잉성욕을 보이는 설정은 도쿄전력 사건을 바탕으로 기리노 나쓰오가 픽션화 한 <그로테스크>의 분위기와 매우 흡사하다. 북유럽의 춥고 음울한 분위기를 잘 살린 작품으로 제주도 여행 중(8.7.~10.)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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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위한 멘탈 수업 - 압도적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의 7단계 성장 전략
윤대현.장은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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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기인식

-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는 능력에 방어벽을 세워선 안된다

- 구성원들에게 솔직하게 피드백을 구하고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하다

- 나의 장점과 약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자기인식의 시작이다

- 행동변화를 원할 때는 상대 의견을 묻는 '열린 질문' 소통이 효과적이다

2. 내적수용

- 부정적 피드백을 성장 기회로 삼는다

- 문제점과 취약성을 인정하고 한발 물러서서 내 감정과 생각을 바라보는

'메타뷰' 훈련이 긍정적 수용에 도움이 된다

- 커리어 실패를 겪었을 때는 환경 변화보다 원인 파악이 먼저다

- 자신의 문제점과 욕구를 자세히 들여다 보는 '자기대면'이 필요하다

- 타인의 인정은 내가 일하는 목적이 아니라 내 노력의 대가가 되어야 한다

- 자포자기는 올바른 수용 태도가 아니다

3. 관점전환

- 문제 상황 발생 시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상황과 반응을 분리하라

- 관계에 있어 적정한 마음의 속도와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 완벽주의는 타인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 완벽주의는 마이크로매니징, 의사결정 지연의 부정적 측면이 있다

4. 한계극복

-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리더가 역기능적 행동을 보이는 것을 '리더십 디레일먼트'라고 한다

- 디레일먼트에 빠졌을 때 주변 도움과 상사의 신임이 큰 심리적 자산이다

- 한계에 부딪혔을 때 '일단 시도하기'로 새로운 성공 경험을 쌓아라

- 불편하고 어려운 만남일수록 만남을 '구조화'하여 친밀감을 쌓아야 한다

- 새로운 조직에 적응할 때는 성과 보다 사람 마음을 얻어라

- 이질감이나 우월감보다 호혜성을 바탕으로 한 상호 이득에 주목하라

-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 있는 스폰서를 찾고, 직면적 소통보다 '메타포'나 유머를 활용하라

5. 회복탄력성

- 긍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마음의 근력을 '회복탄력성'이라고 한다

- 과도한 자기감찰을 지양하고, 즉각적으로 행복감을 주는 행동 목록을 작성하라

- 거절은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해결할 과제로 인식하라

- 잘못을 인정하면 권위가 낮아질 것 같다는 불안감을 버리라

- 사과에는 진정성이 중요하고, 문제 원인 파악과 시스템 개선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6. 지속가능성

- 성공 이후 번아웃과 함께 정체기가 찾아오는 현상을 '플래토 이펙트'라고 한다

- 단기적 달성 가능 목표가 아닌 자신만의 장기적 비전을 찾아야 한다

- 개인의 성공을 조직의 성공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

- 마음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에서는 자기비판보다 자기연민이 필요

- 우선순위를 만들고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거절하는 용기가 필요

- '결정 피로'가 찾아왔다면 결정을 잠시 미루는 것이 좋다

7. 자기경계

- 리더에게 '자기경계'는 필수 요소다

- 성공 이후 심리적 보상(쾌락 시스템)이 과도하면 문제 행동이 일어난다

- 꼰대는 자신의 과거 성공 방식을 강요하는 일방적 태도에서 비롯된다

-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면 고집스런 면모가 나타난다

저자 윤대현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고, 장은지는 조직과 리더십 컨설턴트다. 총 7개 장, 17개 케이스 스터디로 구성된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가'에 주안점이 맞춰져 있다. 케이스들을 읽어 나가노라면 내 얘기인가 싶은 이야기들도 있어 사뭇 공감되는 면이 많다. 새로운 직장의 부서장으로 발령 받은 날, 퇴직을 앞둔 선배가 선물로 보내준 책인데 이제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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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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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아화는 홍콩 문화대학 통계학과 신입생으로, 지은 지 오래된 기숙사 '노퍽관'에 배정된 후 친하게 지내던 위키, 버스 등과 만난다.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칼리, 야묘, 샤오완, 산산 등 여학생들과 휴게실에서 합석하게 된 뒤에는 간식을 먹으며 대화를 시작한다.

자기소개 후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던 중 학생회 간사이자 4학년인 아량이 끼어 들고, 이야기는 기숙사에서 일어났던 불행한 화재사건, 괴담 등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노퍽관 지하실의 악마 소환 의식이 언급되자 호기심이 동한 일행은 실제 화재 현장으로 가보기로 한다.

이스트베스 백작이 과거 악마를 소환하려 했다는 지하실을 직접 방문한 일행은 분위기가 으스스해지자 버스의 제안에 따라 '초혼 게임'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그 게임의 목적은 아화를 골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버스를 시작으로 한 명씩 사라지게 되고, 그 과정이 기숙사에 전해 내려오는 7대 불가사의의 스토리와 맞아 떨어지게 되면서 일행은 패닉에 빠지고 만다.

찬호께의의 소설 중 백미는 재작년 태국 여행 중 읽었던 <13·67> 이다. 1967년 부터 2013년 까지 홍콩의 역사를 배경으로 범죄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작품은 수수께끼 풀이와 홍콩의 특수성을 절묘하게 배합한 수작이다. 그 후 <기억나지 않음, 형사>, <망내인>을 읽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기억나지 않음, 형사>는 다소 진부했고, <망내인>은 해커라는 사기적 설정이 수수께끼 풀이의 본질을 훼손하는 느낌이었다.

<염소가 웃는 순간>은 앞에 언급한 두 작품에도 미치지 못한다. 청춘이 주는 발랄한 분위기 외에는 일본식 괴담과 기숙사 전설, 오컬트적 분위기를 버무린 B급 작품이다.

과거 기숙사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의 생존자 즈메이는 사건 이후 소심한 성격으로 자라난다. 친구를 만들고 싶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던 즈메이는 주인공 아화가 호의를 베풀자 아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일행과도 어울리고 싶다고 생각하다 사념을 일으키게 된다. 이 사념이 자신이 어릴 적 읽었던 <멘데스 이스트베스 경의 주술에 관한 비밀> 스토리와 결합하면서 한바탕 꿈 속 세계를 창조하고, 말려든 아화 일행이 하나씩 사라지게 된 것이다. 아화는 어느 순간 꿈 속 세계가 즈메이의 과거와 상처로부터 기인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녀를 설득해 꿈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녀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작품은 끝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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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초상 - 김인환 에세이
김인환 지음 / 난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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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인환은 1946년 서울 출생으로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1972년 <현대문학>으로 평단에 나왔다. 다수의 평론집을 저술했고, 1979년 부터 2011년 고려대학교 국문과 교수를 역임했다.

자본론정신분석

한문영어독불일

판본평전문학사

항불망집중세부

이상의 칠언절구 비슷한 말은 문학평론을 위해 "자본론과 정신분석을 공부하고, 한문,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를 공부해야 하며, 문학사는 판본에서 평전을 거쳐 문학사 연구로 끝나며, 공부는 대충 해서는 안 되고 항상 세부에 집중해야 한다"는 저자의 깨달음을 요약한 말이다.

본서 <근대의 초상>은 위 가르침 중 첫번째 <자본론>에 대한 요약 및 짧은 단상, 그리고 <자본론 절요>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다보니 절로 대학교 1학년 시절 세미나 시간에 읽던 <노동자의 경제학>과 그 다음 교재였던 김수행의 <정치경제학원론>, 그리고 <자본론>이 떠올랐다. 94년도 대학가에서 읽히던 <자본론>은 비봉출판사에서 출간한 주황색 하드커버 책이었는데 뜻한 바 있는 학우들과 대학원 진학을 목적으로 읽는 학우들 외에는 대부분 2권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 두었다. 다만 <정치경제학원론>만은 다들 여러차례 반복해서 공부한 기억이 난다.

어쨌든, 김인환은 자본론의 기본 개념을 도표나 수식도 몇 개 없이 말로 줄줄 풀어낸다. 상품, 화폐, 자본, 잉여가치, 이윤율, 평균이윤율 저하의 법칙, 사회적필요노동량, 그리고 상업자본과 토지소유자의 분유, 계급의 구성과 공산주의까지...

그런데 <자본론>, 혹은 90년대 당시 표현을 빌어 <정치경제학>에 관한 기본 개념 없이 이 책을 읽어내고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게다가 <자본론>과 문학 평론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조차 없다. 어찌보면 <자본론>을 읽고 극단적인 분량으로 발췌한 원고 느낌이랄까.

저자는 독자 타깃을 <자본론>에 관한 문외한으로 두었으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한편 <자본론>을 읽었거나 최소한 <정치경제학원론>을 읽은 독자라면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거의 없을 것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949998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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