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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아화는 홍콩 문화대학 통계학과 신입생으로, 지은 지 오래된 기숙사 '노퍽관'에 배정된 후 친하게 지내던 위키, 버스 등과 만난다.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칼리, 야묘, 샤오완, 산산 등 여학생들과 휴게실에서 합석하게 된 뒤에는 간식을 먹으며 대화를 시작한다.
자기소개 후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던 중 학생회 간사이자 4학년인 아량이 끼어 들고, 이야기는 기숙사에서 일어났던 불행한 화재사건, 괴담 등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노퍽관 지하실의 악마 소환 의식이 언급되자 호기심이 동한 일행은 실제 화재 현장으로 가보기로 한다.
이스트베스 백작이 과거 악마를 소환하려 했다는 지하실을 직접 방문한 일행은 분위기가 으스스해지자 버스의 제안에 따라 '초혼 게임'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그 게임의 목적은 아화를 골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버스를 시작으로 한 명씩 사라지게 되고, 그 과정이 기숙사에 전해 내려오는 7대 불가사의의 스토리와 맞아 떨어지게 되면서 일행은 패닉에 빠지고 만다.
찬호께의의 소설 중 백미는 재작년 태국 여행 중 읽었던 <13·67> 이다. 1967년 부터 2013년 까지 홍콩의 역사를 배경으로 범죄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작품은 수수께끼 풀이와 홍콩의 특수성을 절묘하게 배합한 수작이다. 그 후 <기억나지 않음, 형사>, <망내인>을 읽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기억나지 않음, 형사>는 다소 진부했고, <망내인>은 해커라는 사기적 설정이 수수께끼 풀이의 본질을 훼손하는 느낌이었다.
<염소가 웃는 순간>은 앞에 언급한 두 작품에도 미치지 못한다. 청춘이 주는 발랄한 분위기 외에는 일본식 괴담과 기숙사 전설, 오컬트적 분위기를 버무린 B급 작품이다.
과거 기숙사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의 생존자 즈메이는 사건 이후 소심한 성격으로 자라난다. 친구를 만들고 싶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던 즈메이는 주인공 아화가 호의를 베풀자 아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일행과도 어울리고 싶다고 생각하다 사념을 일으키게 된다. 이 사념이 자신이 어릴 적 읽었던 <멘데스 이스트베스 경의 주술에 관한 비밀> 스토리와 결합하면서 한바탕 꿈 속 세계를 창조하고, 말려든 아화 일행이 하나씩 사라지게 된 것이다. 아화는 어느 순간 꿈 속 세계가 즈메이의 과거와 상처로부터 기인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녀를 설득해 꿈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녀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작품은 끝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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