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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초상 - 김인환 에세이
김인환 지음 / 난다 / 2023년 11월
평점 :
저자 김인환은 1946년 서울 출생으로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1972년 <현대문학>으로 평단에 나왔다. 다수의 평론집을 저술했고, 1979년 부터 2011년 고려대학교 국문과 교수를 역임했다.
자본론정신분석
한문영어독불일
판본평전문학사
항불망집중세부
이상의 칠언절구 비슷한 말은 문학평론을 위해 "자본론과 정신분석을 공부하고, 한문,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를 공부해야 하며, 문학사는 판본에서 평전을 거쳐 문학사 연구로 끝나며, 공부는 대충 해서는 안 되고 항상 세부에 집중해야 한다"는 저자의 깨달음을 요약한 말이다.
본서 <근대의 초상>은 위 가르침 중 첫번째 <자본론>에 대한 요약 및 짧은 단상, 그리고 <자본론 절요>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다보니 절로 대학교 1학년 시절 세미나 시간에 읽던 <노동자의 경제학>과 그 다음 교재였던 김수행의 <정치경제학원론>, 그리고 <자본론>이 떠올랐다. 94년도 대학가에서 읽히던 <자본론>은 비봉출판사에서 출간한 주황색 하드커버 책이었는데 뜻한 바 있는 학우들과 대학원 진학을 목적으로 읽는 학우들 외에는 대부분 2권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 두었다. 다만 <정치경제학원론>만은 다들 여러차례 반복해서 공부한 기억이 난다.
어쨌든, 김인환은 자본론의 기본 개념을 도표나 수식도 몇 개 없이 말로 줄줄 풀어낸다. 상품, 화폐, 자본, 잉여가치, 이윤율, 평균이윤율 저하의 법칙, 사회적필요노동량, 그리고 상업자본과 토지소유자의 분유, 계급의 구성과 공산주의까지...
그런데 <자본론>, 혹은 90년대 당시 표현을 빌어 <정치경제학>에 관한 기본 개념 없이 이 책을 읽어내고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게다가 <자본론>과 문학 평론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조차 없다. 어찌보면 <자본론>을 읽고 극단적인 분량으로 발췌한 원고 느낌이랄까.
저자는 독자 타깃을 <자본론>에 관한 문외한으로 두었으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한편 <자본론>을 읽었거나 최소한 <정치경제학원론>을 읽은 독자라면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거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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