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그릇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3
마츠모토 세이조 지음, 허문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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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타 전철 조차장에서 얼굴이 알아보기 힘들게 짓이겨진 남자의 피사체가 발견 된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는 전날 가마타 역 인근의 허름한 술집에 들렀는데, 동북 지방 사투리를 썼으며 '가메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경시청 수사본부는 '가메다'라는 인물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이나 신통한 성과를 얻지 못한다. 이때 이마니시 형사가 '가메다'가 지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그곳으로 출장을 나간다. 그러나 한 젊은 남자가 그곳을 수상쩍게 배회했다는 진술 뿐 사건과의 관계는 찾을 수가 없었다. 

피해자의 아들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피해자의 이름과 출신에 대한 단서를 얻게 된다. 피해자 미키 겐이치는 동북지방은 아니지만 동북지방 사투리를 쓰는 지방 출신이며 한 때 경찰로 근무했었던 사람인데 마을 사람들은 그가 드물게 인품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증언한다. 원한 관계도 없고 도쿄에 올 예정도 없던 미키 겐이치라는 남자의 사망 사건 수사는 정체를 거듭하게 되고 결국 경시청 수사본부는 해체되고 만다.

이마니시와 요시무라는 단독으로 사건을 계속 조사하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떤 여자가 기차 안에서 잘게 잘린 흰 종이를 창밖으로 뿌렸다는 내용이었다. 이마니시는 그 흰 종이가 어쩌면 살인범이 입었던 흰색 옷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철로 인근을 샅샅이 뒤지고, 마침내 살인범이 입었던 옷을 발견한다. 하지만 정작 그 옷을 기차에서 뿌렸던 나루세 리에코는 실연을 비관한 듯한 일기를 남긴 채 자살하고 만다. 이마니시는 나루세 리에코에게 연정을 품었던 전위 극단 배우 미야타 구니오와 접촉하여 그로부터 사건과 관계된 결정적인 이야기를 듣기로 약속하지만 미야타 구니오 역시 다음 날 길거리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미야타 구니오는 나루세 리에코에게 부탁을 받아 가메다 지방에서 시선을 끌기 위해 수상쩍은 행동을 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한편, 이마니시의 여동생 아파트에 술집에 나가는 에미코라는 여성이 이사 온다. 에미코는 세키가와라는 누보 그룹 평론가와 연인 사이이다. 하지만 세키가와는 자신의 명성에 에미코가 해가 될 것으로 생각하여 그녀와의 관계를 숨기기에 급급한다. 에미코가 세키가와에게 자신이 임신하였으며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밝힌 다음 날 에미코는 급히 이사를 가고 그날 밤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는다. 

 

끈질긴 수사 끝에 이마니시는 피해자 미키 겐이치가 영화관에서 무엇인가를 보고 도쿄로 일정을 바꾸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는데 거기에 찍인 한 인물이 미키 겐이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그 사람과 만나기 위해 도쿄로 일정을 변경한 것이다. 어릴적 이름이 히데오인 그 인물은 한센병 환자였던 아버지와 함께 미키 겐이치의 도움을 받았었다. 하지만 방랑벽이 있던 히데오는 그곳을 도망쳐 오사카로 흘러 들어갔고 거기서 원대한 꿈을 꾸며 자신의 호적을 세탁하여 와가 에이료라는 이름으로 변경한다. 그는 음악에 매진하여 누보 그룹의 신진 음악가로 주목을 받게 되었고 곧 전직 장관의 딸과 결혼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미키 겐이치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위기에 처하자 그를 살해하고, 애인이었던 리에코에게 범행의 뒤처리를 부탁하였고 미야타 구니오가 자신의 범행을 눈치 채자 당시 새로이 개발된 초음파 기기로 심장 발작을 일으켜 살해한다. 또한 세키가와의 부탁으로 새로운 기기를 이용하여 에미코를 유산시키려다 일이 잘 못 되어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것이다.

 

마쓰모토 세이초를 알게 된 것은 기타노 다케시 주연의 <점과 선>을 보고서 였다. 형사는 구두가 닳을 정도로 돌아다녀 사소한 것까지 귀담아 들은 연후에 비로소 범인과 대면할 수 있다는 대사는 <모래 그릇>에서도 여지 없이 적용되고 있다. 이마니시는 추리 능력이 뛰어나거나 명석한 형사는 아니다. 하지만 사건에 자신의 온 관심을 집중하고, 끊임 없이 뛰어다니며 우직하게 증거를 모아 결국 범인에게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모래 그릇>은 1960년 5월 17일부터 1961년 4월 20일 까지 1년여에 걸쳐 요미우리 신문 석간 판에 연재된 소설로, 1974년에 최초로 영화화 된 이후 TBS를 비롯한 많은 TV 방송국 드라마로도 리메이크 되었다.

권말의 해설에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미스터리 소설에 관한 견해가 실려있다. "...보통 미스터리소설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해결편이 필요하다. (문학성을 위한) 모든 노력도 마지막에 들어가는 '그림 맞추는 부분'에 이르면 '문학성'은 한순간에 땅속으로 꺼져들고 만다. 사실 그림 맞추기 만큼 비문학적이고 통속적인 논리도 없지만, 미스터리소설에서는 이것이 필수조건이다."

추리소설에 있어 기본적인 구성은 하나의 의문과 이에 대한 답이 아닐까 한다. 어찌보면 이미 구성상의 틀이 짜여 있고 이의 제약을 받는다는 점에서 마쓰모토 세이초는 문학성의 훼손을 고민하였던 것 같다. 물론 나카이 히데오의 <허무에의 제물>과 같은 안티미스터리 계열도 있겠으나 이는 예외적인 경우일 것이다. 

흥미롭게도 브레히트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오히려 소설의 완결된 형식을 추구하였고, 움베르토 에코나 보르헤스 같은 작가들은 미스터리 구조를 원용하여 오히려 문학적 성취를 이뤘으니 꼭 형식 자체가 문학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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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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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메사추세츠 주의회가 여자와 어린이의 노동시간을 주 56시간에서 54시간으로 단축하라고 명령하자 공장주들은 기계 가동 시간을 높이고 임금을 삭감하는 것으로 이윤 손실을 메우려고 한다. 기존 임금으로도 헐벗고 굶주리던 노동자들은 이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 한다.

경찰과 주방위군은 공장주의 편을 들어 노동자들의 파업을 탄압하고 그 와중에 한 소녀가 총에 맞아 죽고 소년이 칼에 찔려 숨진다. 또 파업에 참가한 사람의 집에서 다이나마이트가 발견되었다는 누명을 씌우는가 하면, 다른 지역에서 온 조직가들에게 살인 혐의를 씌워 투옥한다.

파업이 장기화 되자 로렌스 지역 노조는 어린아이들을 한동안 뉴욕과 버몬트 지역의 노조 가정으로 보내기로 결정 한다. 어른들은 이 결정을 '휴가'라고 불렀다.

가난한 처지에서 벗어나는 길은 열심히 공부하는 길 밖에 없다고 믿는 주인공 로사와 매일 아버지의 음주와 구타로 고아처럼 살아가던 제이크는 버몬트 지역의 가정으로 보내 진다. 아들을 잃고 외롭게 살아가던 이탈리아인 사회주의자 제르바티 부부의 집에 머물게 된 둘은 따뜻한 사랑과 후한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미국 전역이 로렌스 지역을 주목하고 마침내 파업이 승리하자 로사는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제이크는 버몬트에 남아 제르바티 부부와 함께 살기로 한다.

 

소설 속 재미있는 인물은 담임선생님과 신부이다. 그들은 가난한 로사와 제이크를 위해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자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불순한 세력에 의해 휘둘려 파업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 역시 진심이다.

제목인 '빵과 장미'는 파업 기간 중 나온 구호인데, <Bread and Roses, too> 라는 원제처럼 빵을 위해 일어난 투쟁이지만 장미 또한 원한다는 로렌스 노동자들의 외침은 너무나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소망이다. 단지 이 구호를 읽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영화 <Bread and Roses> 중 대사. "누구도 '장미'를 거저 주지 않습니다, 절대로! 어떻게 하면 '장미'를 얻을 수 있을까요? 비굴함을 떨쳐버리고 함께 뭉쳐야 해요. 우리 모두 함께 힘을 합쳐서 우리의 권리를 위해 일어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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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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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바라문의 아들 싯다르타는 아버지와 다른 바라문들로부터 훌륭한 가르침을 받지만 만족하지 못한다. 그는 자기의 내면에 삼라만상과 하나이자 불멸의 존재인 아트만이 있음을 느끼고, 자아로부터 벗어나 초탈의 경지로 이르고자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 쓰고 사문(沙門) 생활을 시작한다. 

사문 생활을 하면서 싯다르타는 명상을 하고 고통과 굶주림과 갈증과 피로와 권태를 극복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그러한 길들은 고통으로부터 잠시 동안 마비 상태를 가져올 뿐 언제나 자아로 되돌아오는 길이기에 열반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그때 세상 온갖 번뇌를 극복하고 윤회의 수레바퀴를 정지시킨 부처 고타마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친구 고빈다와 함께 고타마를 만나 설법을 듣게 되는데 고빈다는 부처의 가르침에 귀의한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고타마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지식은 말로서 전달할 수 있지만 지혜는 말로서 전해질 수가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싯다르타는 고빈다와 헤어져 세속의 삶으로 돌아와 아름다운 카말라를 만난다. 카말라를 스승으로 삼아 사랑의 기술을 배우고 상인 카마스와미와 일하면서 돈과 권력을 얻는다. 명상하고 단식하고 인내하는 것 외에는 모르던 싯다르타는 점차 세속의 삶에 젖어 자신이 깨달았던 것들을 잊기 시작한다. 환락의 밤을 보낸 다음 날 싯다르타는 정좌하고 참선을 한 끝에 자신이 유희들을 끝낼 때가 왔음을 깨닫고, 카말라와 재산을 버려두고 강가로 가서 뱃사공 바주데바의 조수가 된다.

바주데바와 더불어 소박한 삶을 살아가던 어느 날, 고타마의 입적을 보기 위해 길을 떠나 온 카말라와 어린 싯다르타가 강가로 찾아온다. 카말라가 뱀에 물려 죽어 아들을 돌보게 된 싯다르타는 세속의 인간들이 경험하는 맹목적인 사랑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의 사랑이 어린 싯다르타에게는 속박과 강압으로 느껴질 뿐이었고 결국 아들은 시내로 도망치고 만다. 그리고 그 아들을 찾으러 간 싯다르타는 명상을 통해 세계의 단일성에 대해 깨달음을 얻는다.

바주데바가 숲으로 떠나가고 홀로 강가에서 뱃사공 노릇을 하던 어느 날 옛 친구 고빈다가 찾아 온다. 그는 여전히 구도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자신의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해탈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고빈다는 싯다르타에게 깨달음을 얻을 말을 해 줄 것을 간청하지만 싯다르타는 깨달음을 말로서 전할 수 없다며 자신의 이마에 입맞춤 하라고 말한다. 싯다르타의 이마에 입맞춤 한 고빈다는 수만가지의 얼굴을 한 싯타르타를 보게 되고 그 수많은 얼굴들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미소 짓고 있는 싯다르타의 얼굴에서 세존 고타마의 모습을 발견하고 고빈다는 그에게 허리 굽혀 절을 올린다.

 

종교를 생각하면 언제나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중간 고리, 그것이 성당이든 교회이든 절이든 간에, 그것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벽돌과 각목으로 무장을 하고 패싸움을 벌이는 조계사 승려들과, 어린 아이들에게 헌금을 내야지만 천국에 갈 수 있다고 공포를 조장하는 교회 목사의 모습이 떠오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다 얼마 전에 읽은 엔도 슈사쿠의 <침묵>에서 '박해 받는 우리들이 기도를 할 때 어디 계셨느냐'

는 물음에 예수 그리스도가 '너희와 함께 아파하고 있었다'는 말의 울림이 오랫 동안 기억에 남았다. 함께 아파하는 신이라면, 기도에 아무런 응답이 없을지라도 기도를 올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교리를 받으러 다닌지 4주째 이다. 아직은 교리가 끝나면 어김 없이 미사는 빼 먹고 도망 나오고 있으며, 수녀님의 말씀에도 내 깜냥의 반박을 속으로 하고 있다. '불합리하기에 나는 믿는다'는 말을 속으로 되뇌어 본다.

 

<싯다르타>는 부처의 이야기를 원용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온전히 불교적인 시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소설 속 싯다르타는 인간사 번뇌를 떨치고 해탈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단일성을 깨닫고 모든 것을 긍정하는 경지로 나아간다. 싯다르타가 사물들의 변화과정이 아닌 그 자체로서 깨달음을 얻어야 하며 그때 비로소 사랑을 알 수 있다고 말하자, 고빈다는 고타마가 그것들을 미망(迷妄)으로 인식하였으며 얽매이는 것을 금했다고 말한다. 이에 싯다르타는 자신과 고타마의 가르침이 다르지 않으며, 만약 고타마가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평생 동안 중생을 돕고 가르치는 데 바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데미안>에서 선악의 양면성을 포용한 아프락사스 신 개념이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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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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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평범한 중년 회사원 아키오는 어느 날 집으로 돌아와 놀라운 장면을 목격한다. 자기 집 정원에 어린 초등학교 여자아이의 사체가 있는 것이다. 범인은 제멋대로인 중학생 아들 나오미로 자신이 한 짓에 대해 반성의 빛도 보이지 않고 귀찮다고 느낄 뿐이다. 아내 야에코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체를 은폐해 줄 것을 종용하고, 아키오 역시 자신들의 생활이 망가질 것을 두려워 하여 사체를 근처 공원 화장실에 유기한다.

다음 날 사체가 발견되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다. 수사 1과의 마쓰미야는 사촌 형 가가 교이치로와 짝을 이룬다. 교이치로는 마쓰미야의 삼촌 다카마사의 아들로, 삼촌 역시 한때는 경찰에 투신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이다. 교이치로는 이상하리만치 아버지에게 냉담하여 단 한번도 병문안을 가지 않는다.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교이치로는 아키오 집을 주목한다. 아키오와 야에코는 자신들에게 혐의가 집중됨에 따라 치매인 어머니가 아이를 죽인 것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하고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경찰에 연행되기 전 어머니가 구치소에 가져갈 물건으로 가족앨범을 집어 들고, 지팡이에 자신이 초등학교 시절 선물한 명패가 달린 것을 본 아키오는 눈물을 흘리며 범행의 진상을 자백한다.

그리고 아키오는 자신의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편이 치매에 걸려 여생을 보내다 죽었기 때문에 자신도 그런 병에 걸리면 어떤 기분인지 공감하고 싶기도 했고, 자신을 가혹하게 대하는 아들 내외를 보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어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살아간 것이다.

사건이 해결되고 다카마사 역시 임종을 맞는다. 교이치로가 병원 입구에 서 있다가 들어와 마쓰미야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해 준다. 자신의 아버지 마쓰미야는 아내가 병 들었을 때 쓸쓸히 홀로 죽도록 내버려 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런 아내에 대한 죄책감을 사죄하고 그 기분을 맛보기 위해 교이치로에게 병문안 오지 말 것을 부탁했던 것이다.

 

범인을 알아 내는 추리는 없지만 반전은 괜찮은 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 등장하는 시리즈 캐릭터로 <탐정 갈릴레오>의 유가와 마나부만큼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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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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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두 달 반 뒤, 마커스는 뉴어크의 로버트 트리트 대학에 입학한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코셔정육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런대로 평온한 시기를 보낸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직후 아버지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마커스의 안위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집착에 가까와지는 아버지의 행동에 마커스는 오하이오의 와인스버그로 학교를 옮긴다.

주중에는 과제를 충실히 하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버는 마커스에게 클럽 가입은 사치로 여겨진다. 자신의 시간을 꽉 짜여진 틀 속에서 충실히 보내려 하는 마커스는 같은 방 룸메이트 플러서와 마찰을 일으키고 방을 옮긴다. 새로 옮겨간 방의 룸메이트 엘윈은 공학도로서 자신의 차 라살과 공부 이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인물로 마커스는 그와 무덤덤한 관계를 유지한다.

어느 날 엘윈의 차를 빌려 같은 학교의 올리비아라는 여학생과 데이트를 하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만난 첫 날 마커스에게 구강 성교를 해준다. 그녀의 행동으로 혼란에 빠지고 움츠러든 마커스에게 코틀러는 그녀가 그런 여자로 유명하며 자신과도 비슷한 일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자신이 알코올로 문제가 있었고 한 때 자살하려고 했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학생과장 코드웰이 마커스를 불러 두 번이나 방을 옮긴 것에 대해 캐묻기 시작하고, 마커스는 자신의 신념을 그에게 피력한다. 버트란드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를 인용하며 채플에 참석하는 것의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하면 자신의 행동이 아무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코드웰이 가진 권력과 노련한 태도에 마커스는 구토를 하고 만다.

그날 밤 맹장염에 걸려 병원에 실려간 마커스의 병실로 올리비아가 찾아와 또다시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마커스의 어머니가 찾아와 올리비아를 만난다. 그녀는 올리비아에게 시종일관 정중한 태도로 대하고 그 이유는 올리비아 손목에 난 상처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마커스에게 올리비아와 헤어질 것을 부탁한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마커스는 자신의 방이 동성애자 플러서로 인해 엉망이 된 것과 신경쇠약에 걸린 올리비아가 정신병원에 입원했음을 알게 된다. 올리비아의 임신과 마커스의 책임을 묻는 학생과장 코드웰에게는 욕설을 퍼부었으며 모든 것이 꼬여만 간다. 그날 밤 눈이 내리고, 몇몇 남학생의 눈싸움으로 시작했던 유희가 여학생 기숙사의 약탈로 이어지고 그 행위에 정신없이 몸을 맞긴 열 몇명의 학생이 퇴학 당한다. 그리고 마커스의 룸메이트였던 엘윈이 전혀 다른 이유, 그저 자신의 차 성능을 시험해 보려 했던, 로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다.

코틀러의 제안으로 채플에 참석하지 않는 대신 대리출석을 시켰던 마커스는 이 행위가 적발당하고 반성문을 쓰지 않겠다고 고집하여 퇴학을 당한다. 그리고 징집당한 마커스는 한국전쟁에 끌려가 그곳에서 중국군의 총검에 다리가 잘리고 내장이 헤집어져 결국 사망한다.

이 이야기는 사망하기 직전 마커스가 몰핀을 맞고 떠올리는 마커스의 기억들이다.

 

우울한 작품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樹欲靜而風不止,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자신의 삶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로 꾸려나가려 하는 마커스는 온갖 부당한 외인에 부딪힌다. 아버지의 정신병적인 집착, 룸메이트들과의 불화, 여자친구와의 비상식적인 관계 진전 등 마커스가 이해하지 못할 것 투성이다.

이런 상황은 학생과장과의 대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마커스는 자신의 논리와 합리로 충분히 학생과장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화에 임하지만 대화는 마커스가 생각하는 대로 풀려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첫 번째 대화에서는 구토를 하고, 두 번째 대화에서는 학생과장에게 '좆까 씨발' 이라는 욕을 하고 만다. 결국 그는 퇴학당하고 한국전쟁에 끌려가 사망한다.

이는 다른 등장 인물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의 룸메이트였던 엘윈은 공부와 자신의 취미에 몰두하는 학생이었고 눈 오는 밤의 약탈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았으나 자동차 사고를 내서 사망한다. 그는 자신의 차로 기차보다 빨리 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실행해 본 것이다.

마커스와 엘윈은 둘 다 타인에게 해를 미치지 않았고, 자신의 의지로 삶을 꾸려가려 했으나 결말은 비극에 이른다.

결국 소설은  합리나 이성이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을 보장해 주지도 않고, 또한 개인적인 삶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해도 사회 속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끌어내져서 내동댕이쳐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44625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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