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두 달 반 뒤, 마커스는 뉴어크의 로버트 트리트 대학에 입학한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코셔정육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런대로 평온한 시기를 보낸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직후 아버지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마커스의 안위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집착에 가까와지는 아버지의 행동에 마커스는 오하이오의 와인스버그로 학교를 옮긴다.

주중에는 과제를 충실히 하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버는 마커스에게 클럽 가입은 사치로 여겨진다. 자신의 시간을 꽉 짜여진 틀 속에서 충실히 보내려 하는 마커스는 같은 방 룸메이트 플러서와 마찰을 일으키고 방을 옮긴다. 새로 옮겨간 방의 룸메이트 엘윈은 공학도로서 자신의 차 라살과 공부 이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인물로 마커스는 그와 무덤덤한 관계를 유지한다.

어느 날 엘윈의 차를 빌려 같은 학교의 올리비아라는 여학생과 데이트를 하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만난 첫 날 마커스에게 구강 성교를 해준다. 그녀의 행동으로 혼란에 빠지고 움츠러든 마커스에게 코틀러는 그녀가 그런 여자로 유명하며 자신과도 비슷한 일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자신이 알코올로 문제가 있었고 한 때 자살하려고 했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학생과장 코드웰이 마커스를 불러 두 번이나 방을 옮긴 것에 대해 캐묻기 시작하고, 마커스는 자신의 신념을 그에게 피력한다. 버트란드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를 인용하며 채플에 참석하는 것의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하면 자신의 행동이 아무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코드웰이 가진 권력과 노련한 태도에 마커스는 구토를 하고 만다.

그날 밤 맹장염에 걸려 병원에 실려간 마커스의 병실로 올리비아가 찾아와 또다시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마커스의 어머니가 찾아와 올리비아를 만난다. 그녀는 올리비아에게 시종일관 정중한 태도로 대하고 그 이유는 올리비아 손목에 난 상처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마커스에게 올리비아와 헤어질 것을 부탁한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마커스는 자신의 방이 동성애자 플러서로 인해 엉망이 된 것과 신경쇠약에 걸린 올리비아가 정신병원에 입원했음을 알게 된다. 올리비아의 임신과 마커스의 책임을 묻는 학생과장 코드웰에게는 욕설을 퍼부었으며 모든 것이 꼬여만 간다. 그날 밤 눈이 내리고, 몇몇 남학생의 눈싸움으로 시작했던 유희가 여학생 기숙사의 약탈로 이어지고 그 행위에 정신없이 몸을 맞긴 열 몇명의 학생이 퇴학 당한다. 그리고 마커스의 룸메이트였던 엘윈이 전혀 다른 이유, 그저 자신의 차 성능을 시험해 보려 했던, 로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다.

코틀러의 제안으로 채플에 참석하지 않는 대신 대리출석을 시켰던 마커스는 이 행위가 적발당하고 반성문을 쓰지 않겠다고 고집하여 퇴학을 당한다. 그리고 징집당한 마커스는 한국전쟁에 끌려가 그곳에서 중국군의 총검에 다리가 잘리고 내장이 헤집어져 결국 사망한다.

이 이야기는 사망하기 직전 마커스가 몰핀을 맞고 떠올리는 마커스의 기억들이다.

 

우울한 작품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樹欲靜而風不止,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자신의 삶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로 꾸려나가려 하는 마커스는 온갖 부당한 외인에 부딪힌다. 아버지의 정신병적인 집착, 룸메이트들과의 불화, 여자친구와의 비상식적인 관계 진전 등 마커스가 이해하지 못할 것 투성이다.

이런 상황은 학생과장과의 대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마커스는 자신의 논리와 합리로 충분히 학생과장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화에 임하지만 대화는 마커스가 생각하는 대로 풀려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첫 번째 대화에서는 구토를 하고, 두 번째 대화에서는 학생과장에게 '좆까 씨발' 이라는 욕을 하고 만다. 결국 그는 퇴학당하고 한국전쟁에 끌려가 사망한다.

이는 다른 등장 인물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의 룸메이트였던 엘윈은 공부와 자신의 취미에 몰두하는 학생이었고 눈 오는 밤의 약탈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았으나 자동차 사고를 내서 사망한다. 그는 자신의 차로 기차보다 빨리 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실행해 본 것이다.

마커스와 엘윈은 둘 다 타인에게 해를 미치지 않았고, 자신의 의지로 삶을 꾸려가려 했으나 결말은 비극에 이른다.

결국 소설은  합리나 이성이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을 보장해 주지도 않고, 또한 개인적인 삶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해도 사회 속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끌어내져서 내동댕이쳐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446258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