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증인
유즈키 유코 지음, 한성례 옮김 / 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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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호텔 방에서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칼 끝을 향하더니 달려든다. 가까스로 남자가 피한다. 여자가 소리친다. "그 아이의 복수야."


살인 용의자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다. 증인들은 미쓰코라는 중년 여인이 바람을 피웠던 것 같다고 진술한다. 재판은 남녀 사이의 치정에 얽힌 살인으로 가닥을 잡아나가기 시작한다.


코지의 아들 스구루가 비 오는 날 자전거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해 죽고 만다. 함께 달리던 스구루의 친구는 상대편 차량이 신호 위반을 했고 술 냄새도 풍겼다고 경찰에 증언한다. 하지만 얼마 후 코지의 집에 도달한 우편물에는 상대편 차량 운전자가 불기소 처분 되었다고 쓰여 있었다. 코지와 아내 미쓰코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코지는 상대편 운전자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시미즈라는 이름의 그 남자는 중견 건설회사 사장이었고, 공안위원회 위원이었다. 공안위원회는 경찰을 감독하는 기구였다. 분명히 그가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코지는 담당 형사를 찾아가 항의한다. 담당 형사 마루야마는 코지에게 무뚝뚝하게 돌아가라고 할 뿐이었고 코지는 거대한 벽을 느낀다. 

의미 없는 하루 하루가 흘러 7년의 세월이 지나간다.


7주기가 되던 날, 코지는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집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취한 시마즈를 보게 된다. 시마즈는 술에 취했으면서도 자신이 직접 운전하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었고, 시마즈의 아들은 과거에 호된 꼴을 당했으면서 또 그런 얘기를 하시느냐고 면박을 준다. 그 이후에 오가는 대화는 시마즈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얘기들이었다.

코지는 집에 돌아와 미쓰코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한다. 미쓰코는 자신이 시마즈를 죽이겠다고 했다. 미쓰코는 암에 걸려 6개월 밖에 살지 못할 운명이었다.  

코지와 미쓰코는 시마즈를 살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미쓰코는 시마즈에게 접근해 그를 유혹하는데 성공하고 호텔로 유인한다.


다시 재판으로 돌아가 피고인의 정체가 드러난다. 피고인은 놀랍게도 미쓰코가 아니라 시마즈였다. 모든 증거들은 시마즈가 미쓰코를 살해했다고 말하는 듯 했다. 하지만 시마즈가 무죄가 분명하다고 생각한 변호사 사카타는 최후의 증인을 신청한다. 그는 전직 경찰 마루야마였다.

마루야마는 과거 시마즈가 공안위원이었을 때 자신이 교통사고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했다고 고백한다. 재판정이 술렁인다. 사카타는 최후 변론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코지와 미쓰코는 아들이 억울하게 죽은 한을 풀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살해당한 것처럼 보이는 미쓰코는 사실 자살한 것이다' 라고.


결국 시마즈는 미쓰코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선고를 받지만 과거 자신이 행한 죄에 대해서는 새로이 재판을 받게 된다.


스토리 텔링에 트릭을 숨겨 놓았기 때문에 독자는 최후에 이르러서야 피고자가 미쓰코가 아닌 시마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검사로 법조계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 환멸을 느껴 검찰을 떠난 변호사 사카타와 정의감에 불타는 신참 검사 마오의 대결도 흥미롭다. 유즈키 유코는 <임상진리>로 다카라지마사에서 주관하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7회 대상을 수상했는데 국내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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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텔 범우희곡선 9
프리드리히 실러 지음, 한기상 옮김 / 범우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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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트슈테텐 지역은 고대 로마 시대 이래 다양한 민족들이 유입해 들어와 정착한 곳으로 주민 대부분은 스위스인이었다. 발트슈테텐의 세 개 주, 우리(Uri), 슈비츠(Schwyz), 운터발덴(Unterwalden)의 주민들은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만을 군주로 인정하였고 다른 지배자의 통치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황제 역시 3주의 정착민을 자유인으로 인정하였고 다만 몇몇 형사 사건들의 처리만을 황제의 대리인이 주관하였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의 알베르트 공작이 독일 황제로 선출되자 세 개 주를 왕가에 직속시키고자 음모를 꾸민다. 1304년 두 총독관, 즉 게슬러와 라덴부르크를 파견하여 주민 자치를 부정하고 민중을 탄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바움가르텐이라는 사람이 자기 부인을 겁탈하려 한 성주를 죽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는 기사들에게 쫓겨 폭풍우가 거센 호수에 다다른다. 뱃사공 루오디에게 피신시켜주기를 청하나 물이 거세어 두려움을 느낀 루오디는 노젓기를 거부한다. 그 때 텔이 나타나 목숨을 걸고 바움가르텐을 건너편으로 데려다준다.

오스트리아 왕가의 압제는 점점 거세어 지자 세 개 주의 주민들은 투쟁을 통해 자유를 쟁취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슈타우프파허, 발터 퓌르스트, 멜히탈 등이 텔에게 함께 하기를 요청하지만 텔은 다만 이렇게 이야기할 뿐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검토하거나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들이 결정한 행동에서 나를 필요로 하신다면 그때 이 텔을 부르십시오. 나는 반드시 갈겁니다."

얼마 후 텔이 게슬러에게 핍박당하여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얹어 놓고 활을 쏘아 맞춰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텔은 사과를 쏘아 맞추지만 자신이 사과를 맞추지 못할 때에 대비하여 숨겨둔 두 번째 화살 때문에 게슬러에게 잡혀 압송 당한다. 호수에서 배가 흔들리는 틈을 타 간신히 탈출한 텔은 게슬러를 살해하고 세 개 주의 동맹군들 역시 성을 무너뜨리고 총독관을 몰아낸다.


<빌헬름 텔>은 독재자에 대항하여 민중들이 동맹을 결성하고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을 그려낸 희곡인데, 주목할 부분은 텔이 세 개 주의 동맹군을 이끌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동맹군에 참가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텔이 슈타우프파허에게 '반드시 함께 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텔은 게슬러에 의해 활쏘기를 강요 당한 후 개인적으로 게슬러에게 복수를 감행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역자 한기상 교수는 <빌헬름 텔>이 갖는 구성, 목가에서 역사로 그리고 다시 역사에서 새로운 목가로의 세 발전단계로 설명한다. 즉 텔은 자연현상에 기초한 사고에 갖혀 '역사적인 시간'이 몇 시인가를 측정할 수 없었고, 그의 소박하고 목가적인 믿음 탓에 파괴적인 역사적 폭력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목가) 그러다가 게슬러의 핍박을 받아 아들에게 활쏘기를 강요당한 후 행동에 나서게 되고(역사), 다시 평온한 삶(목가)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텔은 행동을 '결심'하는 시기는 동맹 구성원들보다 늦었지만, '결행'하는 시기는 그들보다 앞선다. 텔과 동맹이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은 나선형으로 발전하는 변증법적 양태를 띠는데 후에 프랑스와 러시아 혁명에서 중요한 당면 과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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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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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야 스파이럴 빌딩의 건설 책임자 이누카이는 아내 노리코 몰래 회사 부하직원 나호코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어느 날 나호코가 '죄책감을 지우기 위해서' 라며 전혀 모르는 한 쌍의 남녀를 불러 관계를 갖자고 말한다. 만약 바로 옆 방에서 이누카이가 다른 여자와 관계 맺는 것을 본다면, 자신이 이누카이의 아내에게 느끼고 있는 죄책감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물론 이러한 시도는 실패하지만 그 이후로 이누카이와 나호코는 소원한 관계로 변하고 만다. 한편 아내 노리코는 어느 날 아파트 벽에 모피 조각을 잔뜩 붙여 놓고 친정집으로 가버린다.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노리코는 이렇다할 이유를 대지 않는다.


하야토는 스파이럴 빌딩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인데 어느 날 스테인리스 정조대를 사서 차고 다니기 시작한다. 때때로 관계를 갖던 중식당 웨이트리스 고즈에에게 뜬금 없이 결혼하자는 말을 꺼낸 뒤 정조대를 보여주자 고즈에는 대체 왜 그런 것을 차고 있는지 묻는다. 하야토는 나름대로 대답을 하지만 고즈에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하야토는 요시하루라는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나이 지긋한 동료에게 주례를 맡기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요시하루가 어떤 사람인지 묻는 고즈에의 질문에 하야토는 거의 대답하지 못한다.


한밤중에 이누카이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온다. 건설 현장에서 한 남자가 목을 맸다는 내용이었다. 신원 확인 결과 요시하루라는 사람으로 밝혀진다.


소설은 오미야 지역에 새로 올라가기 시작한 35층 짜리 고층 스파이럴 빌딩과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의 건조한 일상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그들은 한 장소에서 같은 목적을 위해 일하지만 서로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스쳐가듯 몇 번을 만났지만 기억하지도 못한다.

요시다 슈이치는 고층 스파이럴 빌딩이 한 층 한 층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 마침내 완공되면 도시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갖게될 터이지만, 정작 사람들의 삶은 더욱 외롭고 소외된 채로 남겨져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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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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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는 전작 <레드브레스트>, 그리고 후속작 <데빌스 스타>와 함께 '오슬로 3부작'으로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네메시스>는 작가가 일 년에 걸쳐 구성에 공을 들인 작품으로 두 개의 살인 사건이 중복 교차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첫 번째 사건은 은행 강도 사건이다. 오슬로 시내의 은행에 AG3 기관총을 든 강도가 나타나 돈을 요구한다. 그는 영어로 '움직이지 말라'고 소리친 후 창구 담당인 스티네라는 여성을 통해 요구사항을 전달한다. 방범 벨이 울리면 자동으로 음성이 녹음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범인은 요구한 돈을 얻지만 창구 담당인 스티네의 머리에 총을 발사하고 도주한다. 단지 요구한 시간 내에 돈을 담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해리 홀레는 베아테 뢴이라는 특이한 신참 형사와 파트너가 되어 수사를 시작한다. 베아테 뢴의 아버지는 은행 강도 사건 전문으로 유명한 형사였는데 은행 강도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리고 그 딸이 경찰에 자원한 것인데 그녀에게는 독특한 능력이 있었다. 바로 방추상회의 능력이 다른 사람에 비해 월등히 뛰어났던 것이다. 방추상회는 후두엽과 측두엽에 걸쳐있는 내측 후두 측두회의 다른 이름으로 얼굴 식별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베아테 뢴은 범행 현장을 찍은 비디오를 반복해서 살펴보던 중 범인이 스티네에게 총을 발사하기 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고 서로 말을 주고 받았다는 점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발라클라바를 쓴 범인의 얼굴 형태가 스티네의 남편 트론과 흡사하다는 점도 파악한다. 홀레와 베아테는 트론에게 레브라는 형이 있고, 그 형이 은행강도 전과가 있다는 사실을 조사한 후 레브를 뒤쫓기 시작한다.


두 번째 사건은 헤리 홀레와 한 때 연인이었던 안나가 사망한 사건이다. 시체로 발견된 안나는 왼손잡이이면서도 오른손에 권총을 쥔 채 발견되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경찰들은 안나가 자살한 것으로 사건을 종결 짓지만 해리는 그녀가 살해당했음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녀가 살해당하기 전날 밤, 해리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다. 해리는 그날 밤의 일이 이상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의 신발에서 발견된 사진을 단서로 조사하던 해리는 유력한 용의자로 아르네 알부를 지목한다. 그의 별장에서 안나의 열쇠가 발견되었고, 발견된 사진이 그의 사진첩에서 나온 것도 확실했다.

아르네 알부가 용의자로 특정된 직후 해리는 메일을 받기 시작한다. S2MN이라는 아이디는 아르네 알부가 분명해 보였다.

한편 안나의 삼촌 라스콜은 집시라는 자신의 혈통을 고귀하게 생각했다. 그는 전설적인 은행 강도였는데 한번도 경찰에 잡힌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경찰에 자수를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라스콜은 감옥 안에 들어앉아 있으면서도 바깥에 어마어마한 연줄과 권력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는 안나를 살해한 범인이 아르네 알부라는 추측을 듣자 마자 손을 써서 그를 살해한다.


은행 강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레브가 브라질에서 자살하고, 안나 살해범으로 추측되던 아르네 알부 역시 라스콜이 손을 써 살해하자 두 사건은 모두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혀 엉뚱한 결말이 전개된다.


<네메시스>는 구성에 무척 공을 들인 작품이다. 두 개의 살인 사건, 하나의 동기. 옮긴이는 요 네스뵈가 '두 개의 공을 저글링하는 곡예사처럼 별개의 두 사건을 번갈아 진행시키며 정밀한 이야기를 구축해간다'고 표현했는데 그 말이 딱 맞다. 

유력한 용의자만 해도 작품 속에서 몇 차례나 바뀐다다. 은행 강도 사건에서는 트론과 레브라는 형제의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진범이 바뀌는 과정을 정밀하게 직조해낸다. 안나 사건에서는 무려 세 명의 용의자가 등장한다. 직접적인 동기를 지닌 아르네 알부, 사건 당일의 기억이 없어 스스로가 의심되는 해리 자신, 그리고 마지막 용의자인 마약상 군네루드. 그러나 그 누구도 진범은 아니라는 기막힌 구성은 독자의 허를 찌른다.

그런데 이러한 치밀한 구성이 때로는 독이 될 소지가 있다. 등장 인물들의 힘이 구성을 떠받쳐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을 경우이다.

해리 홀레는 샘 스페이드나 필립 말로처럼 창조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은 아니다. 알콜 중독에, 큰 키, 집요하게 사건에 파고드는 점 등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그가 감내하는 고통의 기억 역시 다른 소설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그것과 큰 차별점이 없다.

반면 방추상회가 기이할 정도로 발달한 베아테 뢴은 다소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녀가 해리 홀레의 정적 톰 볼레르의 잘생긴 외모에 별다른 저항 없이 넘어가는 순간 그 매력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친다.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라스콜이다. 그는 내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 없이 애를 쓰는 인물이다. 손자병법을 읽고, 체스를 두며, 집시 혈통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라스콜은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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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거지 펭귄클래식 55
마크 트웨인 지음, 남문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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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중반 어느 가을날의 런던, 오팔 코트라는 빈민가에서 톰 켄티라는 사내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집에서는 아무도 원치 않는 아이였다. 같은 날 잉글랜드에서 또 한 명의 사내아이가 부유한 튜더 가문에서 태어났으니 이는 집안 전체가 원하는 아이였다.

톰 켄티는 하루 종일 구걸을 했는데 집으로 가져간 돈이 적으면 아버니와 할머니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다. 켄티의 어머니와 쌍둥이 누나 역시 핍박을 당하며 겨우 생계를 연명하고 있었다. 톰은 앤드루 신부에게 약간의 글쓰기와 읽는 법을 배운 뒤 책을 빌어다 읽으며 자신이 왕이 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톰은 우연히 궁궐에 들어가게 되고 에드워드 왕자를 만나게 된다. 톰이 살아온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왕자는 장난 삼아 톰과 옷을 바꿔 입는데 거울에 비친 둘의 모습은 쌍둥이처럼 똑같아 보였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톰의 팔에 멍이 든 걸 본 왕자는 경비병의 심한 처사를 혼내주기 위해 성문으로 간다. 그런데 에드워드 왕자를 아까의 거지 소년으로 착각한 경비병이 왕자를 성문 밖으로 쫓아내버리고 이로써 둘의 운명이 바뀌고 만다.

톰은 자신이 거지소년이라는 것을 밝히고 오팔 코트로 되돌아가려 했지만 주변의 신하들은 톰이 잠시 미친 것이라 생각하여 근심걱정만 할 뿐 톰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왕인 헨리 8세마저 톰을 에드워드로 착각하고 푹 쉬라고 권할 뿐이었다. 톰은 이렇게 된 마당에 잠시 왕자 노릇을 하기로 하고 회초리 시동의 도움을 받아 서서히 왕가의 생활에 적응해 간다.

한편 쫓겨난 에드워드 왕은 톰 켄티의 폭군 아버지에게 잡혀 고초를 겪다가 마일스 헨든이라는 젊은 청년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마일스 헨든은 못된 동생 휴의 간계로 고향을 떠나 전쟁터를 전전하다가 겨우 영국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그는 에드워드가 정신이 어떻게 된 모양이 생각하여 불쌍히 여겼고 왕자의 비위를 맞춰 주며 돌보아준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기 몫의 유산을 나눠받으면 에드워드와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고향에 돌아가보니 아버지와 형은 이미 사망했고 헨든의 약혼녀는 그가 죽었다는 거짓 편지를 받은 후 휴와 이미 결혼한 상태였다. 게다가 휴는 마일스 헨든이 죽은 형을 사칭하는 사기꾼이라 몰아 붙여 경찰에 고발하기까지 한다. 모욕적인 형벌을 받은 마일스 헨든과 에드워드는 다시 런던으로 향한다.

런던은 헨리 8세 사망 후 대관식을 앞두고 새로운 왕에 대한 기대로 활기에 차 있었다. 대관식장에서 톰이 왕관을 머리에 얹기 직전, 에드워드가 뛰어든다. 톰은 이제야 말로 진짜 왕이 나타났다며 반가와했고, 에드워드 역시 자신이 진짜 왕임을 당당히 주장했다. 옥쇄가 어디에 있는지를 밝혀 진짜 왕임을 입증한 에드워드는 톰에게 그리스도 자애원 원장 자리를, 마일스 헨든에게는 백작 칭호를 하사한다. 그리고 여행 중 만났던 억울한 죄수들을 풀어주고 엄격한 형벌을 없애는 등 자애로운 통치로 이름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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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본명은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로 1835년 11월 30일 미국 미주리 주의 플로리다에서 태어났다. 수습공으로 인쇄 일을 배우다 형이 운영하는 신문사에서 식자공이자 기고가로 일하던 그는 1853년 집을 떠나 도시를 전전했고 4년 뒤 미주리로 돌아와 증기선 항해사로 일하게 된다. 그 후 네바다 광산 투자에 실패한 후 복격적으로 신문에 글을 기고하기 시작한다. '마크 트웨인'이라는 필명은 '깊이가 얕아 가까스로 항해할 수 있는 강'을 뜻하는 뱃사람들의 용어라고 한다.

1882년에 발표된 <왕자와 거지>는 그의 대표작 <톰 소여의 모험(1876)>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1885)>과 달리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국 왕실을 배경으로 쓴 이 소설은 당시 미국인들에게 '인기 유머 작가가 <전쟁과 평화>를 출간한 것이나 마찬가지'의 사건으로 비춰졌고, 국수주의적인 비평가들은 '미국의 작품이 아니라고 비판' 했다고 한다.

또한 <왕자와 거지>에는 마크 트웨인의 자전적인 면모가 많이 드러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천재성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심리와 이중적인 면모가 소설에 투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년에 옥스퍼드 명예 학위를 받으며 매우 기뻐했던 일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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