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오미야 스파이럴 빌딩의 건설 책임자 이누카이는 아내 노리코 몰래 회사 부하직원 나호코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어느 날 나호코가 '죄책감을 지우기 위해서' 라며 전혀 모르는 한 쌍의 남녀를 불러 관계를 갖자고 말한다. 만약 바로 옆 방에서 이누카이가 다른 여자와 관계 맺는 것을 본다면, 자신이 이누카이의 아내에게 느끼고 있는 죄책감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물론 이러한 시도는 실패하지만 그 이후로 이누카이와 나호코는 소원한 관계로 변하고 만다. 한편 아내 노리코는 어느 날 아파트 벽에 모피 조각을 잔뜩 붙여 놓고 친정집으로 가버린다.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노리코는 이렇다할 이유를 대지 않는다.


하야토는 스파이럴 빌딩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인데 어느 날 스테인리스 정조대를 사서 차고 다니기 시작한다. 때때로 관계를 갖던 중식당 웨이트리스 고즈에에게 뜬금 없이 결혼하자는 말을 꺼낸 뒤 정조대를 보여주자 고즈에는 대체 왜 그런 것을 차고 있는지 묻는다. 하야토는 나름대로 대답을 하지만 고즈에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하야토는 요시하루라는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나이 지긋한 동료에게 주례를 맡기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요시하루가 어떤 사람인지 묻는 고즈에의 질문에 하야토는 거의 대답하지 못한다.


한밤중에 이누카이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온다. 건설 현장에서 한 남자가 목을 맸다는 내용이었다. 신원 확인 결과 요시하루라는 사람으로 밝혀진다.


소설은 오미야 지역에 새로 올라가기 시작한 35층 짜리 고층 스파이럴 빌딩과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의 건조한 일상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그들은 한 장소에서 같은 목적을 위해 일하지만 서로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스쳐가듯 몇 번을 만났지만 기억하지도 못한다.

요시다 슈이치는 고층 스파이럴 빌딩이 한 층 한 층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 마침내 완공되면 도시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갖게될 터이지만, 정작 사람들의 삶은 더욱 외롭고 소외된 채로 남겨져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