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 텔 범우희곡선 9
프리드리히 실러 지음, 한기상 옮김 / 범우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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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슈테텐 지역은 고대 로마 시대 이래 다양한 민족들이 유입해 들어와 정착한 곳으로 주민 대부분은 스위스인이었다. 발트슈테텐의 세 개 주, 우리(Uri), 슈비츠(Schwyz), 운터발덴(Unterwalden)의 주민들은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만을 군주로 인정하였고 다른 지배자의 통치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황제 역시 3주의 정착민을 자유인으로 인정하였고 다만 몇몇 형사 사건들의 처리만을 황제의 대리인이 주관하였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의 알베르트 공작이 독일 황제로 선출되자 세 개 주를 왕가에 직속시키고자 음모를 꾸민다. 1304년 두 총독관, 즉 게슬러와 라덴부르크를 파견하여 주민 자치를 부정하고 민중을 탄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바움가르텐이라는 사람이 자기 부인을 겁탈하려 한 성주를 죽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는 기사들에게 쫓겨 폭풍우가 거센 호수에 다다른다. 뱃사공 루오디에게 피신시켜주기를 청하나 물이 거세어 두려움을 느낀 루오디는 노젓기를 거부한다. 그 때 텔이 나타나 목숨을 걸고 바움가르텐을 건너편으로 데려다준다.

오스트리아 왕가의 압제는 점점 거세어 지자 세 개 주의 주민들은 투쟁을 통해 자유를 쟁취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슈타우프파허, 발터 퓌르스트, 멜히탈 등이 텔에게 함께 하기를 요청하지만 텔은 다만 이렇게 이야기할 뿐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검토하거나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들이 결정한 행동에서 나를 필요로 하신다면 그때 이 텔을 부르십시오. 나는 반드시 갈겁니다."

얼마 후 텔이 게슬러에게 핍박당하여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얹어 놓고 활을 쏘아 맞춰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텔은 사과를 쏘아 맞추지만 자신이 사과를 맞추지 못할 때에 대비하여 숨겨둔 두 번째 화살 때문에 게슬러에게 잡혀 압송 당한다. 호수에서 배가 흔들리는 틈을 타 간신히 탈출한 텔은 게슬러를 살해하고 세 개 주의 동맹군들 역시 성을 무너뜨리고 총독관을 몰아낸다.


<빌헬름 텔>은 독재자에 대항하여 민중들이 동맹을 결성하고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을 그려낸 희곡인데, 주목할 부분은 텔이 세 개 주의 동맹군을 이끌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동맹군에 참가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텔이 슈타우프파허에게 '반드시 함께 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텔은 게슬러에 의해 활쏘기를 강요 당한 후 개인적으로 게슬러에게 복수를 감행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역자 한기상 교수는 <빌헬름 텔>이 갖는 구성, 목가에서 역사로 그리고 다시 역사에서 새로운 목가로의 세 발전단계로 설명한다. 즉 텔은 자연현상에 기초한 사고에 갖혀 '역사적인 시간'이 몇 시인가를 측정할 수 없었고, 그의 소박하고 목가적인 믿음 탓에 파괴적인 역사적 폭력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목가) 그러다가 게슬러의 핍박을 받아 아들에게 활쏘기를 강요당한 후 행동에 나서게 되고(역사), 다시 평온한 삶(목가)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텔은 행동을 '결심'하는 시기는 동맹 구성원들보다 늦었지만, '결행'하는 시기는 그들보다 앞선다. 텔과 동맹이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은 나선형으로 발전하는 변증법적 양태를 띠는데 후에 프랑스와 러시아 혁명에서 중요한 당면 과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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