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털리 부인의 연인 1 펭귄클래식 33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최희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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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17년에 콘스탄스는 클리퍼드 채털리와 결혼했는데 한 달간의 신혼을 보낸 후 클리퍼드가 참전했고, 육 개월 후에 부상을 입어 하반신이 마비된 채 되돌아온다. 1920년 가을, 둘은 클리퍼드의 고향인 랙비로 간다. 그곳은 클리퍼드의 영지로 테버셜 광산이 있었다.

클리퍼드는 그곳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콘스탄스는 클리퍼드가 소설에 몰두할 수 있도록 내조했고 그가 쓰는 소설들이 지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콘스탄스의 아버지 맬컴 경은 그 소설들이 아무런 내용 없는 빈 껍데기 뿐이라 했다. 클리퍼드는 소설이 조금씩 팔리기 시작하자 명성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은 추악했다.

그 즈음 클리퍼드가 초청한 작가 중 마이클리스라는 인물이 콘스탄스에게 반한다. 콘스탄스는 마이클리스와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마이클리스는 편벽한 사람이었고, 둘의 관계가 지속되지는 못한다.

클리퍼드는 광산업을 통해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그는 자신이 불구라는 사실을 그러한 힘을 취함으로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듯 했다. 콘스탄스는 클리퍼드를 시중드는 일에 진력이 나 있었기에 볼턴 부인을 고용해 그를 전적으로 시중들게 한다. 

어느 날 영지의 사냥터지기 맬로즈가 콘스탄스의 눈에 띈다. 그는 조용히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었는데 말수가 적었고 전 부인과의 관계가 순탄치 못했다고 했다. 콘스탄스는 맬로즈의 육체에서 묘한 매력을 느껴 그에게 다가서지만 맬로즈는 모든 인간관계에 불신감만 드러낼 뿐이었다. 탐색과 경계로 점철되는 대화와 만남이 몇 차례 반복된 이후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해제되고 둘은 관계를 나눈다. 따뜻한 성관계를 경험한 콘스탄스는 자신은 클리퍼드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고, 맬로즈는 전 부인과 이혼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클리퍼드는 자신의 영지와 신분을 물려줄 아이를 원했고 콘스탄스는 맬로즈의 아이를 임신한다. 콘스탄스는 언니 힐다와 떠난 여행 중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게 되어 아이가 생겼다고 남편을 속이기로 결심한다.

맬로즈 역시 전부인과의 이혼을 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는다. 전부인이 와서 행패를 부리고 추문이 떠돌자 맬로즈는 해고되어 랙비를 떠나게 된다. 콘스탄스는 클리퍼드에게 맬로즈와 있었던 일을 모두 털어 놓는다. 클리퍼드는 콘스탄스가 말한 이야기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런던에서 생활하게 된 맬로즈가 콘스탄스에게 모든 것이 잘 되리라는 낙관적인 편지를 보낸다. 

 

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어서 우리는 이 시대를 비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큰 변동이 일어난 후 우리는 폐허 속에 살고 있으며, 조그만 거주지를 새로 세우고, 새롭고 작은 희망을 품기 시작한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순탄한 길이 이제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장애물을 돌아서 가거나 기어 넘어간다. 우리는 살아 나가야 한다. 하늘이 아무리 여러 번 무너진다 해도 말이다. 1917년에 콘스탄스 채털리는 대략 이러한 처지에 처해 있었다.

 

작품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러시아에 소비에트가 건설된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이 휩쓸고간 비참한 유럽은 산업화가 가속화되어 인간의 개성이 압살되고 있었다. 로렌스는 영국에 또 다른 재앙이 밀려올 것이라 생각했고 작가의 예언대로 얼마 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로렌스는 비참한 영국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따뜻한 성교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불이 뿜어져 나오는 광산을 산업화의 표징으로 보았고 그곳을 지옥으로 생각했다. 로렌스는 볼셰비즘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볼셰비즘의 유물론적 세계관도 결국 물질을 우위에 두고 있기에 인간의 따뜻한 감정을 회복시킬 수는 없다고 믿은 것 같다.

로렌스가 제시하는 대안은 영국은 섹스를 통해 부활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야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신과 육체가 조화를 이룰 때, 그리고 정신과 육체가 서로를 자연스럽게 존중할 때 삶은 견딜 만해진다."

 

그리하여 사냥터지기 맬로즈의 입을 빌어 남자들이 주황색 바지를 입고 다니며 자신의 신체를 자랑스럽게 뽐내면 여자들 역시 그러할 것이고, 돈이 많지 않더라도 자족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 말한다. 

 

형들이 모이면 술마시며 밤새도록
하던 얘기 되풀이해도 싫증이 나질않는데
형들도 듣기만 했다는
먼 얘기도 아닌
이 지구안에 어떤곳에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꽂았다고
거리에 비둘기 날고 (노래 날고)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그건 정말 멋진 얘기야

그러나 지금은 지난 얘길뿐이라고
지금은 달라 될수가 없다고 왜 지금은 왜 지금은
난 보고싶은데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코니와 멜로즈가 서로 상대방 음모에 꽃을 엮어주는 대목에서 나는 들국화의 노래 "머리에 꽃을" 가사와 우드스탁에서 히피들이 현란한 색깔의 바지를 입고 머리에 꽃을 꽃은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들의 운동은 실패로 끝났다. 실패의 원인을 거칠게 이야기하면 의식만을 강조한 나머지 현실의 문제를 도외시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LSD 와 같은 약물로 Nirvana를 추구했던 것은 그런 맥락이 아닐까 생각한다.
 
로렌스는 폐결핵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다고 한다. 알려져 있기로 폐결핵은 성적 욕구를 부추기는 한편, 성불능을 만든다고 한다. 클리퍼드가 하나의 상징이냐는 질문에 로렌스는 약간 얼버무리는 태도를 보였다고 하는데, 클리퍼드가 자신과 오버랩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로렌스가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단지 성에 관한 면이 아니라 인간성 회복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는 따뜻한 성관계를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물질만능의 산업화 사회에서 인간을 우선하는 사회로 회귀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도리스 레싱의 서문에 의하면 작품은 외설시비에 말려 재판에 회부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법정은 로렌스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항문성교와 동성애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팽귄클래식에서 출간된 판본은 로렌스가 세번째로 고쳐쓴 판본으로 무삭제 결정판 텍스트를 번역한 것이다. 멜로즈의 사투리 부분을 충청도식 어미로만 처리하고 있는데 여간만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 작가 자신이 작품에 대해 설명(옹호) 한 <채털리 부인의 연인> 이야기와 도리스 레싱의 서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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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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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애인 짐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조지는 매일 아침 낯설음을 느끼며 깨어나 고통스러운 하루를 보낸다. 느닷없이 상실감이 찾아왔고, 자신이 소수자 그룹에 속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분노하기도 했다. 때로 젊은이들의 육체에 아름다움을 느끼며 도취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자신의 현재 모습을 직시하며 무력감에 사로 잡힌다.

대학 교수로 일하는 조지는 학생들에게 때때로 속내를 내비치는 강의를 하기도 한다.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문학작품 속에 숨은 의미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들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조지의 강의를 제대로 이해하는 학생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랜 이성 친구 샬럿은 조지와 짐의 관계를 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여전히 조지에게 구애를 한다. 상실감이 너무 깊은 날이면 조지 역시 샬럿에게서 따뜻함을 구하지만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할 수는 없음을 알고 있다.

어느 날 밤, 자주 가는 술집에서 제자 케니와 맞닥뜨린 조지는 그가 동성애자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한다. 심상한 몸짓은 유혹의 몸짓으로 해석되고 그가 털어놓는 고민들도 조지를 떠보려는 물음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케니는 조지가 잠든 후 집을 빠져나간다. 조지가 바라던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조지는 자신이 심근경색으로 급사하는 상상을 한다.

 

소설의 배경은 1962년 크리스마스 직전이다. 1962년 미국은 전후 매카시 선풍이 몰아닥친 후 소련과의 냉전구도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이다.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쿠바가 소련의 핵미사일을 설치했고, 3차 세계대전에 대한 공포가 미국인들의 의식을 붕괴 직전까지 몰아가던 때이다.

 

작가는 조지의 입을 빌어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헉슬리의 소설을 가지고 강의를 하던 조지는 소수집단을 박해하는 다수집단, 소수집단들 사이의 경쟁관계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소수집단이 박해를 받는다고 가정합시다. 이유는 상관없어요. 정치적, 경제적, 심리적 이유......박해 그 자체는 늘 잘못된 것입니다......그러나......자유주의자들은 말합니다. 다수가 박해받는 일은 몹시 나쁘며, 그러므로 소수는 박해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저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소수집단을 결함을 가진 사람들로 보고 좋아하지 않거나 미워하는데 박해 자체는 나쁘다고 하면서도 누군가 박해를 받아야만 한다면 그것은 소수자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소수집단은 다수를 미워합니다......소수집단은 다른 소수집단까지 미워합니다. 왜냐하면 소수집단은 모두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소수집단은 저마다 자기 집단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고 자기 집단이 가장 심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죠......박해를 받고 있는 사람은 자기 상황을 미워합니다. 그런 상황을 일어나게 만든 사람들을 미워합니다. 그래서 미움의 세계에 있습니다......"

 

한편 소수자들은 다른 소수자 집단들과 경쟁 구도를 만들어 연대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미움과 불신의 세계에서 살아가기가 쉽다. 따라서 소수자 집단의 상황은 매번 악화될 개연성이 크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동성애자 조지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담담하면서도 지적인 필체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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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인디고 : 제1회 호스트 선수권대회
가토 미아키 지음, 김소영 옮김 / 갤리온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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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복수자

 

신원불상의 여성이 뿌린 수산화나트륨에 잘나가는 호스트 두 명이 얼굴과 손에 화상을 입고 은퇴 위기에 처한다. 왕도계 호스트바 <엘도라도>의 넘버원 호스트 구야가 아키라에게 도움을 청한다. 구야는 신입 호스트 이쓰키를 조력자로 보내오는데, 문제는 이쓰키가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쓰키는 쉽게 말해 왕따 기질이 있는 성격이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이쓰키를 괴롭힌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는 복수를 당했왔던 것. 게다가 강박증까지 있어 이쓰키는 동료 호스트들로부터 노골적으로 배척받는데, 아키라는 이쓰키를 믿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마침내 드러난 범인은 이쓰키와 무척 가까운 사람.

 

o 마이너리티 코드

 

출판사에서 일하는 하라시마가 어느 날 실종된다. 하라시마의 행방을 찾던 아키라 일행은 잡지 편집을 맡은 외주업체의 여직원도 어느 날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다. 시오야가 평소의 그답지 않게 사건 해결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수금원 2인조까지 가세된 사건은 복잡한 양상으로 발전한다.

도쿄대를 나와 재테크에 재능을 보이며 연일 상승세를 타던 시오야의 입사 동료와, 고지식하고 앞뒤 가리지 않는 탓에 좌천된 시오야의 대비가 흥미롭다.

 

o 초콜릿 비스트

 

호적상으로는 엄연히 '남자'이지만 뉴하프계 레스토랑을 이끄는 나기사 마담의 가게에 강도가 든다. 나기사 마담은 중국계로 추정되는 강도들을 유도 실력을 발휘해 제압하는데 문제는 강도들에게 아키라가 던진 가방에 있었다. 가방 안에는 나기사 마담이 애지중지하는 '43만엔' 짜리 강아지가 들어있었던 것. 단서는 오직 용의자의 등에 그려진 용문신과 문신사가 세긴 사인과 같은 표식 뿐.

 

o 제1회 호스트 선수권 대회

 

아무렇게나 지은 예명을 가진 '요시다 요시오'는 원래 베트민턴 선수로 발군의 실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운동을 그만 두었고, 그 후 자포자기 심정으로 살다가 호스트가 된다. 시오야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요시다 요시오에게 호스트 선수권 대회에 출전해보라고 권한다. 대회 출전 후 눈에 띄게 활기가 넘치던 요시다 요시오에게 누군가가 협박을 가해온다.

요시다 요시오의 심장병약을 누군가 훔쳐가 절체 절명의 위기가 닥치고, 공연장에 뛰어 올라온 또 한명의 호스트가 뜻밖의 폭로를 해 대회 자체는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30대 프리랜서 작가 다카하라 아키라가 편집자 시오야에게 "클럽 같은 홀에서 디제이나 댄서 같은 선수들이 술을 따라 주는 호스트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뜬금 없는 발언을 흘린 것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호스트바가 <클럽 인디고>이다. 주류 호스트바와는 한참 동떨어진 사도의 길을 걷는 <클럽 인디고>이지만 나름대로 인기를 구가한다. 그런데 이 <클럽 인디고> 주변에서는 이상하게도 사건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아키라와 동업자 시오야, 호스트 선수들은 나름대로 힘을 보태 사건 해결에 일조한다.

비주류인 호스트 업계에서 또 다시 비주류를 자처한 <클럽 인디고>의 선수들, 그들의 모습이 현실에는 있을 법 하지 않기에 도리어 따뜻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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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6 (완전판) - 엔드하우스의 비극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원경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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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남부 해변도시 세인트 루에서 휴가를 즐기던 에르큘 포아로는 엔드하우스의 상속녀 닉 버클리 양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 당할 위기에 처해있음을 알게 된다. 그녀의 침대 머리맡에 매달려 있던 무거운 액자가 떨어지는가 하면 바윗덩어리가 그녀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갔고, 자동차 브레이크가 고장나기도 했다. 그리고 포와로와 처음 만나는 날에는 총알이 그녀의 모자를 뚫고 지나갔다.

포와로는 닉을 살해하려는 동기가 무엇인지 조사해보았지만 이렇다 할 소득이 없었다. 그녀는 엔드하우스를 상속받았지만 부채가 많았기 때문에 재산을 노렸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원한 관계도 드러나는 것은 없었다. 포와로는 닉에게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친척을 초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언했고, 닉은 이에 따라 사촌 매기를 불러들인다.

포와로는 닉의 주변 인물들을 차근 차근 조사해 나간다. 그녀 주변에는 마약에 중독된 것으로 보이는 프레드리커 라이스 부인과 그림 중개상 짐 래저러스, 그리고 퇴역 해군 중령 조지 챌린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엔드하우스의 오두막으로 이사온 크로프트 부부가 있었다.

프레드리커 라이스는 닉이 거짓말쟁이라면서 그녀가 살해당할 뻔 했다는 얘기 자체가 넌센스라고 말했다. 하지만 포와로는 닉이 죽을뻔한 일 자체는 틀림 없었기 때문에 프레드리커가 그렇게 말한 것에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편 짐 래저러스는 엔드하우스에 있는 별 가치 없는 그림을 비싼 값에 사려고 한 적이 있었다.

파티가 있던 어느 날, 매기가 짐의 숄을 걸치고 있다가 피격 당해 사망하고 만다. 엔드 하우스의 하녀 엘렌은 사망한 것이 매기가 맞는지 묻는 등 불안한 태도를 보인다. 닉은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포와로에게 세계일주 모험을 하다가 실종된 새튼과 자신이 약혼한 사이라는 것을 밝히며 이제는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새튼의 숙부는 영국에서 둘째 가는 부자였는데 얼마 전 그가 사망하면서 새튼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었다. 그리고 새튼은 셰계일주 모험을 떠나기 직전, 약혼자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했다. 이제 닉의 유언장에 재산을 받기로 되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만 밝혀내면 모든 비밀이 풀릴 것이다.

그런데 닉이 작성하여 크로프트씨가 우편 발송했다는 유언장은 그의 사촌 찰스 바이스에게 도착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요양원에 머물던 닉이 외부 음식은 일절 입에 대지 말라는 포와로의 지시를 어기고 초콜릿을 먹었다가 위급한 상황에 빠진다.

초콜릿을 산 사람은 래저러스, 배달한 사람은 프리드리커였는데 프리드리커는 닉이 전화를 걸어 초콜릿을 부탁했다고 말한다.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지자 포와로는 한 가지 일을 꾸민다. 그는 닉이 사망했다고 모든이에게 알린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행방이 묘연했던 유언장이 등장하는데, 상속인은 뜻밖에도 크로프트 부인이었다. 그때 닉이 등장하고, 런던 경시청 경감 재프가 크로프트 부인은 유명한 위조범이었다고 증언한다.

그렇다면 크로프트 부인이 모든 일을 꾸민 범인인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열두 번째 장편이자 에르큘 포와로가 등장하는 다섯 번째 장편인 <엔드하우스의 비극>은 사실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여러가지 트릭 사이에 일관성이 없고, 독자와 모든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채 범인을 지목하는 결말에 이르러서야 닉과 매기의 이름이 같았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예상 외 결말에 독자가 자신이 놓친 부분을 떠올리며 무릎을 친다면 훌륭한 미스터리이다. 반면 정보 자체를 숨기고 있다가 범인을 지목하며 공개하는 것은 속임수이다.

 

워크숍 기간 중 읽었다. 매일 출근하던 곳으로 새삼 워크숍을 가니 그다지 감흥이 일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서울N타워, 청와대, 종묘, 광화문 등지를 가이드와 함께 돌 수 있었고, <시카고>도 관람했으니 나름 호강한 셈이다. <시카고>는 어쩌다보니 이번에도 인순이가 공연하는 것으로 보게 되었는데, 처음 관람할 때 느꼈던 지루함만 다시 확인하고 말았다. 뮤지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지 못하고 헉헉 대는 인순이를 보다 보니 나도 숨이 가빠왔다. 장마가 주춤하더니 오늘은 무척 덥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절기가 이제 곧 끝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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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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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콩코가 아홉 마을과 그 너머까지 이름을 알린 것은 열여덟 젊은 나이에 일곱 해 동안 한번도 패하지 않은 '고양이' 아말린제를 내던져 마을에 명예를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오콩코는 아버지 우노카가 어떤 칭호도 얻지 못한 채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것을 항시 부끄럽게 생각하였고, 자신은 남자로서 당당한 삶을 살고자 했다. 부단히 노력한 결과 오콩코는 남들 못지 않은 집을 짓고 커다란 창고에는 얌을 비축하였으며 부인은 셋을 얻었다.

어느 날 부족이 이케메푸나라는 아이를 오콩코에게 맡긴다. 이케메푸나는 우무오피아 여인이 살해당하자 사건을 일으킨 마을에서 화해를 청하며 보낸 포로였다. 3년간 오콩코와 지내면서 이케메푸나는 오콩코를 아버지라 부르게 되었고, 오콩코 역시 이케메푸나를 자랑스러워 하였다. 또한 이케메푸나가 큰아들 은웨예의 소심하고 게으른 측면을 극복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년째 되던 해에 이케메푸나를 죽이라는 마을의 결정이 내려진다. 오콩코는 언제나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기 때문에 이케메푸나를 자신의 도끼로 내리쳐 자신이 어떤 일에든 주저하는 사람이 아님을 보인다. 그 사건이 있은 후 얼마간 오콩코는 평상심을 잃고 동요한다.

오콩코는 나약한 큰아들 대신 딸 에진마가 아들로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에진마는 오그반제였다. 오그반제는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후 곧 죽어 다시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길 반복하는 악독한 아이를 말했다. 주술사의 도움을 얻어 겨우 이이우와를 파낸 후에 에진마는 한동안 건강하게 자라는 듯 했다. 하지만 또 다시 이바 열병에 걸리고, 거의 나을 즈음 주술사가 아그발라에게 대면시킨다며 한 밤중에 데려간다. 오콩코가 주술사를 따라갔던 것은 남자다운 면모는 아니었지만 에진마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사건이었다.

마을의 장로 에제우두가 사망한 장례식 때 오콩코의 총이 오발 사고를 일으켜 에제우두의 아들을 죽이고 만다. 그 일로 오콩코는 7년을 추방당한다.

 

오콩코는 마을에서 추방당한 후 가산의 관리를 친구 오비에리카에게 맡기고 외삼촌 우첸두의 마을로 떠난다. 외삼촌 우첸두는 오콩코에게 아이들의 이름 가운데 은네카, 즉 어머니는 가장 위대하시다'라는 이름이 제일 많은 이유를 묻는다. 우첸두는 이에 대해 '모든 일이 무사하고 삶이 달콤할 때 사람은 아버지의 땅에 속하지만 슬프고 고통스러울 때는 어머니의 땅에서 위안을 찾기 때문이라며 오콩코를 위로한다.

그 즈음 백인들이 한 마을 주민을 몰살시켰다는 흉흉한 소문이 들렸다. 교회를 지어 자신들의 신을 부정한다는 얘기도 돌았다. 오콩코의 큰아들 은워예도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다. 종교가 들어온 이후에는 재판소가 생겨나고 주민들이 백인을 해친 이유로 교수형에 처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오콩코의 7년에 걸친 추방이 끝난다.

 

마을로 되돌아온 오콩코는 과거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애초 기대와 달리 그의 귀향은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새로운 종교도 조상신들이나 악령들에 의해 저절로 소멸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소외된 부족민들에게 공감을 얻어갔다. 이로 인해 교회와 마을 사람들의 갈등이 심화되던 어느 날, 새로운 종교를 받아들인 마을 청년 하나가 우구구의 가면을 벗겨버린 일이 발생한다. 우구구는 마을의 조상신인데 가면이 벗겨지면 영혼이 죽어버린다고 간주되었다. 분노한 주민들이 교회를 부수고, 오콩코를 포함한 여섯 명의 우무오피아 대표단이 구속되어 가혹한 대접을 받는다. 백인 재판장은 마을 주민들에게 이들을 돌려받고 싶다면 조가비 이백 자루를 벌금으로 바치라고 강요한다. 마을 주민들은 순순히 벌금을 모아서 이들을 돌려 받자 오콩코는 분노한다.

마을 사람 모두가 모이는 집회가 열린다. 오콩코와 함께 잡혀갔던 오키카가 백인들에 대항에 봉기해야 한다고 연설을 한다. 그때 군중들이 소란스러워 지더니 재판소가 보낸 전령이 들이닥친다. 전령의 우두머리가 집회를 해산하라고 명하자 분노한 오콩코의 도끼가 그의 머리를 베어낸다. 나머지 전령이 도망친다. 오콩코는 그들이 도망가도록 내버려둔 마을 주민들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음을 예감한다.

재판장이 오콩코의 집으로 들이닥쳐 그의 신병을 요구하자 오비에리카가 오콩코의 시신을 보여준다. 그리고 오콩코가 그들의 법도를 어기고 자살했기 때문에 동족들은 그의 시신을 수습할 수 없다고 했다. 모든 말을 들은 재판장은 자신의 책에 써넣을 좋은 에피소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책의 제목은 "니제르 강 하류 원시 종족의 평정"이 될 것이다.

 

오전에는 비가 많이 흩뿌리더니 오후엔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졌다. 마치 우기에서 건기로 넘어가는 시기와 같이. <모든 것이 산산히 부서지다>를 읽기에 그럴싸한 날씨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암흑의 핵심>을 떠올렸는데 역자 조규형 역시 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치누아 아체베는 조셉 콘래드에 대해 매우 비판적으로 생각했는데 그가 아프리카를 문학 작품의 진지한 배경으로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를 백인에게 도덕적 아노미를 일으키는 공간으로 대상화 했다는 것이다.

<지옥의 묵시록>의 시각적 이미지가 너무도 강렬했었고, 그 후 소설을 읽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암흑의 핵심>을 떠올리면 다른 무엇보다도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떠오른다. 바로 그런 점이 치누아 아체베가 불편하게 생각했던 점일 것이다.

 

이 작품은 <타임>선정 100대 영문 소설,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 <옵저버>선정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책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사실 아프리카 못지 않은 침탈의 역사를 갖고 있는 남한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새로운 내용이 아닌 고로 서양인들에게 주었던 그러한 충격과 감동을 기대하기엔 무리일지 모른다. 소설은 나이지리아 공용어인 영어로 쓰여졌고, 나이지리아에 비극을 가져다 준 자들은 이 소설에 갖가지 찬사를 보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93679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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